'유령 공항'만 12곳…스페인 '재정 퍼붓기', 한국서 재현되나 [신현보의 딥데이터]

입력 2021-03-04 09:01   수정 2021-03-04 09:26


스페인의 시우다드레알(Ciudad Real) 공항은 간간히 비행기들이 이·착륙하지만 승객은 한명도 없다. 현재 이곳은 '비행기 주차장'으로 쓰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전까지 주변 지역에 사냥을 즐기는 관광객 소수가 이 공항을 찾았지만, 이제 그마저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후 발길이 끊기자 비행기 주차장으로 쓰기로 한 것이다. 시우다드레알과 같은 '유령 공항'은 스페인에만 12개에 달한다.

재정 퍼주기식으로 불필요하게 공항 사업을 벌였던 스페인은 최근 들어 그 대가를 치루고 있다. 이 스페인 유령 공항은 한국 공항의 미래가 될 지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최근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 통과 이후 각 지방에서 신규 공항이나 확장 사업에 대한 요구가 잇따르고 있다. 여권도 4월 재·보궐선거와 내년 대선을 앞두고 이런 요구에 화답하며 표심 공략에 나서고 있다.
스페인, 유령공항만 12곳

4일 한경닷컴 뉴스랩이 블룸버그 등 외신과 글로벌 공항 정보시스템인 AENA 데이터로 파악한 결과, 비행기 이용률이 극히 저조해 사실상 방치 상태에 있는 '유령공항'은 스페인에 12개에 달했다. 이중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현재 시우다레알, 카스텔룡(Castellon), 레이다(Lleida) 등 3개 스페인 공항은 비행기 주차장으로 쓰이고 있다.

또 코르도바(Cordoba), 로그로뇨(Logrono-Agoncillo), 사바델(Sabadell), 손 보네(Son Bonet), 살라망카(Salamanca), 알바세테(Albacete), 마드리드 쿠아트로 비엔토스(Madrid Cuatro Vientos), 우에스카 피레네(Huesca-Prineos), 레온(Leon) 등 9개 공항은 지난해 일일 이용객 수가 수십명 이하일 정도로 이용률이 저조했다. 마드리드 쿠아트로 비엔토스와 우에스카 피레네 공항의 여객은 연간 2000명도 안 됐다. 하루 평균 5명 가량이 이 두 공항을 찾은 셈이다.

이러다보니 코르도바, 로그로뇨, 손 보네, 살라망카, 알바세테, 우에스카 피레네, 레온 등은 온디멘드(필요시 운항) 형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사실상 연중 대부분 운영이 정지된 상태다.

이들 유령공항은 스페인 정부의 '실패한 경제 정책'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스페인 정부가 무리하게 공항 사업을 벌이다 결국 혈세만 축냈다는 평가다. 2000년대 부동산 호황과 저금리로 가파르게 성장했던 스페인은 사회당 정권 10년 간 공공지출을 대폭 확대하다 2012년 재정 위기를 맞기도 했다.
적자 시달리는 韓 공항 수두룩한데…
국내 공항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국내 운영 중인 15개 민간 공항 가운데 10곳은 거의 매년 적자를 기록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달 26일 국회 본회의에서 동남권 신공항 입지를 부산 가덕도로 확정하는 내용의 가덕신공항 특별법이 처리돼 새로운 공항이 또하나 탄생하게 됐다. 이후 인천·대구·대전 등 각 지역에서 공항사업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와 정세균 국무총리 등 여권은 지역 요구에 화답하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8일 제주를 방문해 제2공항을 신설하거나 기존 공항을 확장할 필요성을 강조하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정 총리는 지난달 23일 전북도청에서 열린 새만금위원회에서 "2028년까지 새만금 신공항을 짓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야권에선 민주당이 선거용으로 공항 사업을 벌이려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1일 페이스북을 통해 "문 대통령이 지역마다 수십조 규모의 SOC사업을 펼쳐 놓았다"며 "재정 건전성 얘기하는 사람은 시대에 한참 뒤떨어진 사람으로 몰린다"고 저격했다.

국민들도 대규모 공항 건설 사업에 대한 우려 목소리가 큰 것으로 조사됐다. 리얼미터가 지난달 26일 YTN 의뢰로 전국 만 18세 이상 500명을 대상으로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 통과에 대해 묻자 53.6%가 '잘못된 일'이라고 응답해 절반을 웃돌았다. 반면 '잘된 일'이라고 평가한 응답은 33.9%에 그쳤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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