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이 아니라 K팝 '공연'에 초점을 맞췄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에서 정보통신기술(ICT) 등 기존에 한국이 강점을 보인 산업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데 주목했다. 보고서는 "기술의 발달로 인해 기존 음악산업을 이끌었던 음반 시장이 쇠퇴하고 디지털 음원이 주도하는 상황에서 향후 콘서트 시장은 대중 음악산업의 견인차로서 시장이 더욱 확대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글로벌 회계컨설팅기업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에 따르면 한국 음악시장 규모는 2015년 8억1600만 달러에 불과했지만 2024년에는 15억4700만 달러까지 커질 것으로 추산된다. 공연음악 매출액도 2019~2024년 연 평균 2.37%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K팝 스타들의 선전으로 더 큰 성장도 기대되는 상황이다. 아이돌그룹 BTS는 2019년 무역전문지 폴스타가 집계한 그 해의 전 세계 아티스트 중 공연 수입 5위에 오른 바 있다.
보고서는 "코로나19 이후 기존에 계획됐던 공연들이 모두 취소된 상황에서 위기 극복을 위해 대형 아이돌 기획사를 중심으로 온라인 콘서트가 진행됐다"고 했다. 지난해 6월 열린 BTS의 온라인 콘서트 '방방콘 더 라이브'에는 107개 지역에서 최대 75만6000명의 유료 관객이 동시 접속했다. 5만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스타디움 공연 15회에 맞먹는 규모다. 이 콘서트는 세계 최대 온라인 유료 공연으로 기네스북에 올랐다.
다만 보고서는 "이러한 성공은 해외 팬덤이 두터운 인기 아이돌에 한정된 성공사례라는 한계를 지닌다"며 "온라인 공연의 수익 창출을 위한 두터운 팬덤이 부재하고 증강현실(AR)·확장현실(XR) 등 공연 첨단기술에 대한 접근성이 낮은 중소기획사 아이돌들과 온라인 콘서트에서 시각적 효과로 보여줄 것이 많지 않은 비아이돌 대중가수들 및 인디 아티스트들의 경우 오프라인 공연의 부재로 인한 대응책이 없어 많은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K팝 공연산업 발전을 위한 제언도 담겼다. 보고서는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특정 영역의 전문성을 가진 인력들이 분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공과 직무 관련성은 낮게 나타났다"며 "교육 방식도 대부분 정규교육과정이나 인턴·현장실습 등 입직 전 경험에 기반하고 있어 직무역량을 축적할 기회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연인력의 역량 강화와 노동조건의 개선은 K팝 공연산업의 발전을 위한 전제조건"이라며 "예비 및 현장 인력들의 직무역량을 강화시킬 수 있는 집중화된 교육훈련 체계, 다양한 역량을 가진 인력들이 공연산업에 원활하게 진입할 수 있는 인력 네트워크 구축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첨단 공연기술 개발 및 적용을 위해서도 인력 확보는 시급한 과제다. 보고서는 "무대에서 임팩트 있는 효과를 볼 수 있는 실감 무대장치 기술의 경우 선진국이 비교 우위에 있으나 기술 인력의 부족으로 국내 도입이 어려운 실정"이라며 "공공부문의 투자가 필요하다"고 했다.
전체 예산의 0.35%(2019년 기준)에 불과한 문화예술 분야 국가 연구개발(R&D) 예산을 증대해야 한다는 게 보고서의 주장이다. 또 저작권, 암표 등 규제를 정비하고, 투자유치 활성화를 위한 공신력 있는 통계 기반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KDI는 약 1년 주기로 서비스경제연구시리즈를 발간할 예정이다. 각 서비스산업의 현황을 분석하고 지원방안을 모색한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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