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6000억 시장 잡아라"…'집꾸미기족' 겨냥 나선 가전업계

입력 2021-03-05 15:45   수정 2021-03-05 15:52


지난해 자가 주택을 마련한 주부 김지연 씨(34)는 집 안을 새롭게 꾸미기 위해 고민하던 중 한 가전업체의 프리미엄 빌트인 매장에서 냉장고와 냉동고, 와인셀러 등을 풀세트로 구입하기로 했다. 약 3000만원의 비용이 발생했지만 김씨는 “집 안이 훨씬 더 깔끔해지고 넓어져 만족한다”고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김씨처럼 빌트인 가전에 관심을 갖는 ‘2040 집꾸미기족’이 늘었다. 지난해 정부의 부동산 대출규제를 앞두고 2040세대의 ‘주택 패닉바잉’이 일어난 것도 한몫 했다는 업계 분석이다. ‘내 집 마련’에 성공하며 집 안에 가전·가구를 내장하는 젊은이들이 대거 증가한 때문이다.

빌트인(built-in)은 주방이나 거실, 침실 벽면 등에 가전·가구를 내장하는 공법을 의미한다. 가전의 경우 기존 주방가전 틈새를 다듬거나 철거해 붙이는 방식을 사용하고, 가구는 가벽을 세워 부착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리서치기관 유로모니터는 지난해 국내 빌트인 시장 규모를 약 1조 6000억원으로 추정했다.
○수십만부터 4억원까지…비용 천차만별
서울 청담동의 한 5층 건물. 젊은 여성들이 빼곡한 1층의 브런치 카페를 지나 2층으로 올라가면 제품당 수 백 만원을 호가하는 냉장고, 오븐, 와인셀러 등을 만날 수 있다. 3층에는 ‘불탑(bulthaup)’, ‘다다(Dada)’ 등 유럽 프리미엄 가구 매장이 줄지어 있으며 4층은 각종 그림이 비치된 아뜰리에다. 지난 1월 LG전자가 선보인 초(超)프리미엄 빌트인 가전 쇼룸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사진)의 2호점이다.

이 매장은 LG전자의 빌트인 가전모델을 한꺼번에 비치해둔 일종의 쇼룸이다. 컬럼형 냉장고·냉동고·와인셀러 등 14종의 제품군을 갖추고 있다. 특징은 몇가지 제품을 쇼핑하는 것만으로 수천 만원은 족히 지불해야 하는 고가형 매장이라는 점이다. 매장에서 30인치 컬럼형 냉장고, 24인치 컬럼형 냉동고, 24인치 컬럼형 와인셀러, 아일랜드형 와인셀러, 아일랜드형 컨버터블 냉장고, 스팀오븐, 전기레인지, 식기세척기를 풀세트로 구입할 경우 약 6000만원의 구매비용이 발생한다. 이탈리아 최고급 가구 브랜드로 꼽히는 ‘보피(boffi)’ 제품과 패키지로 구입하면 최대 4억원까지 금액이 올라간다. 다만 설치비용은 무료다.

LG전자 관계자는 “상당한 고가 브랜드임에도 불구하고 구매관련 문의가 끊이지 않는다”고 했다. 지난해 1~11월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의 국내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2배 늘었다.

빌트인 가전 매입가격은 천차만별이다. 생활가전기업 파세코의 온라인몰을 통해 약 10만원의 전기레인지를 구매하고, 2만원 상당의 시공비용을 지불하면 10만원 초반대에서 설치가 끝난다. 이 회사 관계자는 “아무리 설치비용이 많이 들어도 가전당 최대 30만원 수준”이라고 했다.
○지난해 빌트인시장 1조 6000억원
국내 빌트인 시장은 5년새 3.5배 커졌다. 2015년 글로벌 리서치기관 GFK는 국내 빌트인 시장규모를 4500억원으로 추산했다. 당시 16조원이던 글로벌 시장에 비하면 3% 수준에 불과하다. 이후 지속적으로 시장 규모가 커지며 지난해 1조 6000억원까지 성장했다. 한 생활가전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취득세 징수액이 23.5% 급증할 정도로 자가주택 보유자가 늘어난 가운데 세련된 인테리어에 관심이 높은 2040세대가 빌트인 시장 최대 수요자로 올라섰다”고 했다.

이같은 추세에 발맞춰 업계는 빠르게 관련 조직·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SK매직은 최근 사내 빌트인 전담조직 인원을 30명까지 늘렸다. 빠르게 성장하는 빌트인 시장에 전면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한편으로는 빌트인 수주전문점을 확대하며 소비자 사로잡기에 나섰다.

SK매직의 지난해 빌트인 가전 매출은 1100억원에 달한다. 전년보다 20% 성장했다. 지난해 전체 매출(1조 246억원)의 10.73%가 빌트인 가스레인지·오븐·식기세척기 등에서 나왔다. SK매직 관계자는 “빌트인 시장 성장세가 매우 크다는 걸 눈여겨 보고 있으며 향후 관련 투자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했다.

아예 빌트인 전용 온라인몰을 만든 기업도 있다. 20년 전부터 주방 후드, 가스 쿡탑 등의 빌트인 가전을 판매해 온 파세코다. 이 회사는 기존에 삼성전자, 한샘과 같은 기업을 대상으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제조업자개발생산(ODM) 방식의 빌트인 가전을 판매해왔다. 그러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일반 소비자 사이에서도 빌트인 가전 수요가 늘어났다는 걸 인지하고 지난해 5월 빌트인 전문 쇼핑몰인 ‘파세코키친몰’을 열었다.

쇼핑몰 이용방식은 간단하다. 파세코에서 판매하는 빌트인 가전을 고르고, 설치방식을 선택하면 2~3일만에 제품을 집에 둘 수 있다. 이 쇼핑몰이 주부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며 파세코 빌트인 가전 매출은 전년보다 3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생활가전·렌털 기업의 개별 빌트인 가전 매출도 눈에 띄게 성장했다. 빌트인이 가능한 쿠쿠전자의 인덕션레인지는 지난해 12월 전년 동기보다 740% 늘어난 매출을 기록했다. 역시 빌트인이 되는 12인용 식기세척기는 지난해 4분기 전분기보다 80% 증가한 매출을 달성했다. 빌트인 소비자를 겨냥해 출시한 교원 웰스의 ‘웰스더원 정수기’는 최근 전체 정수기의 5% 수준까지 매출 비중이 늘었다.

윤희은 기자 so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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