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세계의 '회색 코뿔소' 된 중국

입력 2021-03-07 18:27   수정 2021-03-08 00:14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취임 3주 만인 지난달 10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첫 통화를 했다. 이례적으로 2시간 동안 진행된 통화의 대부분은 양국 간 핵심 이익을 둘러싼 팽팽한 ‘기싸움’으로 채워졌다. 두 정상은 홍콩과 신장위구르자치구의 인권, 대만 문제를 놓고 날선 표현을 주고받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의 강압적이고 불공정한 경제적 관행과 홍콩 탄압, 신장에서의 인권 침해, 대만을 포함한 지역 내에서의 독선적인 행동에 대해 근본적인 우려를 나타냈다. 시 주석은 “대만, 홍콩, 신장 등의 문제는 중국의 내정”이라며 “중국의 주권과 영토 보전이 걸린 문제인 만큼 미국은 중국의 핵심 이익을 존중하고 신중하게 행동하라”고 경고했다.
세계 각국과 충돌하는 中
중국은 올해 들어서도 세계 각국과 곳곳에서 충돌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는 곳은 영유권 분쟁이 심심찮게 벌어지는 남중국해다. 중국은 남중국해 도서와 암초 주변 12해리(약 22㎞)의 영유권을 주장하며 군사 기지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은 이에 맞서 전략 폭격기와 미사일 구축함을 투입해 무력시위를 하고 있다. 베트남, 필리핀 등 남중국해 주변국도 중국의 행보에 반발하는 상황이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중국과 호주의 갈등은 올 들어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호주 정부가 코로나19 진원지에 대한 국제 조사를 하자고 요구하면서 빚어진 충돌이 통상마찰로 커지는 양상이다. 중국이 호주산 소고기 수입을 금지하고 보리에 80%가 넘는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자 호주 정부는 중국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했다.

작년 홍콩 국가보안법 시행을 놓고 싸웠던 영국과는 올 들어 ‘방송 전쟁’을 벌이고 있다. 영국이 런던에 유럽본부를 둔 중국국제텔레비전(CGTN)의 방송 면허를 취소한 데 대해 중국은 BBC 뉴스 방영을 금지하고 기자도 추방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이 밖에 인도와는 국경 분쟁을 빚고 있고, 대만 방공식별구역을 수시로 침범해 양측의 우발 충돌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미국의 뒷마당으로 불리는 중남미와 카리브해 연안 지역에서도 중국이 영향력 확대를 추진하면서 미국의 반발이 거세다.
팬데믹 속 중국 우월주의 확산
세계가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으로 고통을 겪는 와중에 중국 내에선 ‘중국 우월주의’가 확산하고 있다. 중국이 서방 국가보다 먼저 코로나19를 극복했고, 코로나발 경기침체 우려를 딛고 경제도 다시 성장 궤도에 올라섰다는 것이다. 중국 공산당은 팬데믹과의 싸움에서 진정한 승자는 중국이고 미국을 비롯한 서방은 패자가 됐다는 주장을 퍼뜨리고 있다.

다만 시 주석은 세계 각국과의 대결을 의식해 최근 공산당 중앙정치국 집단학습에서 “각종 위험과 도전을 잘 예측해야 하고 ‘회색 코뿔소’ 사건에도 잘 대비해야 한다”며 중국이 당면한 위험을 강조했다.

회색 코뿔소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으면서도 쉽게 간과하는 위험 요인을 말한다. 위기관리 전문가인 미셸 부커 세계정책연구소장이 2013년 다보스포럼에서 처음 소개한 개념이다. 시 주석은 위기를 강조할 때마다 회색 코뿔소를 언급해왔다. 중국이 최악의 경제성장률을 발표한 2019년에도 국제 정세가 예측하기 어려우며 주변 환경은 복잡하고 민감하다면서 회색 코뿔소를 예방해야 한다고 했다. 시 주석은 중국 내부를 향해 회색 코뿔소를 경계해야 한다고 역설하지만 정작 세계에는 중국이 회색 코뿔소란 것을 애써 외면하고 있다.

kd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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