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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의 시] 마흔 - 윤석정(1977~)

입력 2021-03-07 17:42   수정 2021-03-08 01:48

매일 전철을 탔는데 마흔 즈음에 마흔은 휘어진 마음을 뚫고 달려오는 전철이 보이기 시작했다

마흔 먹은 독수리처럼 부리는 길어질수록 휘었고 발톱은 안쪽으로 말렸으므로 마흔은 함부로 나불거리거나 아무나 할퀼 수 없다

마흔은 사직서를 마음에 개켜 놓았고 처자식이 두터운 날개였으므로 아무도 모르게 멀리 날아갈 수 없다

가슴 안쪽으로 파고든 부리처럼 마흔 번 휘어진 마음을 떼어내면 다시 자랄 마음이 있을까 오늘도 막차를 놓치지 않으려고 마흔은 마흔을 뚫고 달려왔다

-시집 《누가 우리의 안부를 묻지 않아도》 (걷는사람)

매일 전철을 탔는데 마흔이 되다니 조금의 휘어짐도 없는 직설이네요. 마흔 먹은 독수리를 마음먹은 독수리로 잘못 읽었더니, 마흔이란 마음먹은 일들이 자꾸만 휘어지는 나이구나 싶습니다. 사직서도 개켜두고 멀리 날아갈 수도 없는 마음이란 마흔 번이나 휘어진 마음이라서 다시 자랄 수도 없을 것 같은데, 기어코 자라나나 봅니다. 그것이 어떤 마음이든 막차를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이소연 시인(2014 한경신춘문예 당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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