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중국식 '해군굴기'

입력 2021-03-07 18:28   수정 2021-03-08 00:14

대항해의 역사를 처음 장식한 것은 중국이었다. 1405년 명나라 정화(鄭和)가 남해 원정(遠征)에 나섰을 때 함대는 300척, 인원은 2만8000명에 달했다. 한때 아프리카 케냐까지 진출했다. 그러다 유교 이념에 갇혀 바닷길을 막는 ‘해금(海禁) 정책’으로 돌아섰고, 북방을 경계하는 내륙 방어에 몰두했다.

정화보다 87년 뒤에 스페인을 떠난 콜럼버스는 소형 선박 3척으로 신대륙을 발견하고 세계사 흐름을 바꿔놓았다. 해상을 스스로 봉쇄한 중국은 서구 열강의 먹잇감이 되고 말았다. 근대화에 뒤진 중국은 시진핑 집권 이후 ‘중국몽(夢)’과 ‘해양굴기(海洋起·바다에서 일어선다)’로 재기를 노리고 있다. 그 핵심 전략의 하나가 해군력 강화다.

중국이 보유한 전함은 현재 360척으로, 2015년 255척에 비해 100척 이상 늘었다. 미국 해군보다 60척이 많다. 4년 뒤에는 400척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운용 중인 항공모함이 2척이고, 공격용 잠수함은 64척에 이른다. 헬기 이착륙용 대형 갑판을 갖춘 강습상륙함도 2년 사이에 3척이나 건조했다. 해병대(해군 육전대) 병력 또한 2015년 1만여 명에서 지난해 4만 명으로 급증했다.

이런 양적 급성장과 달리 질적으로는 미국에 한참 뒤처진다. 미국 항공모함 11척이 원자력(핵) 추진함인 데 비해 중국 항모 2척은 소련제를 개량한 재래식이다. 먼 바다 작전이 불가능하다. 공격잠수함도 미군은 핵 추진 방식이지만 중국은 대부분 재래식이다. 해상 미사일 발사대는 9000 대 1000, 해군 병력은 33만 명 대 25만 명으로 격차가 크다.

중국도 이런 차이를 알고 있다. 그래서 해군력 증강과 함께 중거리 미사일 1250기를 배치했다. 미국으로서는 이 부분이 열세다. 1995년 대만해협 위기 땐 항공모함으로 중국의 도발을 막을 수 있었지만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미국이 일본 오키나와와 필리핀 사이의 미사일 방어망 구축을 위해 6년간 273억달러(약 31조원)를 투입하기로 한 것도 이 때문이다.

중국의 ‘해군굴기’에 가장 큰 위협을 받는 것은 우리나라다. 중국은 틈만 나면 서해를 내해(內海)로 삼으려는 ‘서해공정’ 야욕을 드러내고 있다. 최근 중국 경비함의 백령도 인근 무단 진입에 이어 ‘스파이함’까지 보내 우리 옆구리를 헤집고 있다. 우리에게는 아직 핵잠수함도, 항공모함도 없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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