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美서 커지는 인플레 경보

입력 2021-03-08 17:53   수정 2021-03-09 06:12

미국에서 인플레이션 경보음이 커지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과 집권 민주당이 ‘공격적 돈풀기’에 나서면서다.

미 상원은 지난 6일 바이든 대통령이 제안한 1조9000억달러(약 2100조원) 규모의 초대형 부양책을 담은 ‘미국 구조계획’ 법안을 가결했다. 하원도 9일 법안을 통과시킬 예정이다. 미 의회가 지난해 12월 9000억달러 규모 부양책을 마련한 지 3개월 만이다. 1조9000억달러 부양책이 확정되면 미국이 지난 1년간 코로나19 대처에 투입한 부양책은 총 5조6000억달러로 늘어난다. 2020회계연도 미 연방정부 본예산(4조7900억달러)보다 많다.

이게 끝이 아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미 1조9000억달러 부양책과 별개로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위한 부양책 논의에 시동을 걸었다. 민주당의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은 1조9000억달러 부양책과 관련해 “일자리를 지키기 위한 것”이라며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한 추가 법안이 필요하다”고 했다.
공격적 돈풀기는 '위험한 실험'
코로나19로 미국 경제가 충격을 받고 실업자가 늘어난 만큼, 재정 확대는 불가피한 게 사실이다. 문제는 부양책 규모가 인플레이션을 촉발할 정도로 과도할 수 있다는 점이다. 평소 적극적 재정정책을 옹호해온 경제학자들조차 경고 사인을 보내고 있다.

빌 클린턴 행정부 재무장관, 버락 오바마 행정부 국가경제위원장을 지낸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가 대표적이다. 서머스는 지난달 워싱턴포스트 기고에서 경제 규모 대비 미국의 재정지출이 2차 세계대전 수준에 육박한다고 지적했다. 경기가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고, 코로나19로 억눌린 수요가 분출할 수 있으며, 미 중앙은행(Fed)이 통화정책을 대폭 완화한 상황을 고려할 때 1조9000억달러 부양책은 “한 세대 동안 경험하지 못한 인플레이션 압력을 촉발할지 모른다”고 했다.

코로나19 확산 초기에 “필요한 건 뭐든 하라”고 각국 정부에 조언했던 올리비에 블랑샤르 전 국제통화기금(IMF) 수석이코노미스트도 1조9000억달러 부양책에 대해선 “예상을 뛰어넘는 인플레이션을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마틴 울프 파이낸셜타임스 칼럼니스트는 1조9000억달러 부양책을 “위험한 실험”이라고 비판했다.
인플레 최대 피해자는 서민
시장은 이미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채권시장 기준물인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작년 8월 초 연 0.5%대에서 현재 1.5%대 후반까지 올랐다. 1년 전 0.1%대였던 기대 인플레이션율은 이달 초 2008년 이후 최고인 2.5%로 높아졌다.

물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Fed의 물가 목표(2%)에 못 미친다. 하지만 경제사학자 니얼 퍼거슨은 블룸버그통신 칼럼에서 “1960~1965년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연평균 1.3%였지만 1966년 3.8%, 1970년 2월 6.4%로 뛰었고 1974년엔 12%대, 1980년엔 14%로 올랐다”고 썼다. 인플레이션 고삐가 한번 풀리면 걷잡을 수 없다는 것이다.

자산 인플레이션 위험도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미 정부와 Fed의 확장적 재정·통화정책으로 자산가격은 이미 한 차례 급등했다. 여기서 더 많은 돈이 풀리고 인플레이션이 심해지면 자산가격이 또다시 뛸 수 있다. 이 경우 가장 큰 타격을 입는 건 부동산이나 금융자산이 없는 서민층이다.

경제에 공짜 점심은 없는 법이다. 공격적 돈풀기가 언제 인플레이션이란 이름의 청구서로 날아올지 모른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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