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연구진, 핵융합 난제 '플라즈마 자기섬' 해결할 실마리 찾았다

입력 2021-03-08 15:01   수정 2021-03-08 15:02


‘인공태양’ 핵융합 발전의 초고온 운전을 방해하는 플라즈마 불안정 현상의 주요 원인이 규명됐다. 핵융합 난제 해결을 위한 실마리가 될 것으로 세계 연구계가 주목하고 있다.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은 플라즈마의 주요 불안정 현상 중 하나인 ‘자기섬(magnetic island)’ 발생과 억제에 주변의 난류가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입증했다고 지난달 말 발표했다. 미국 업체 제너럴어토믹스, 서울대, UNIST(울산과학기술원), 포스텍 연구진과 함께 낸 성과다.

플라즈마는 원자핵과 전자가 분리된 상태로 존재한다. 고체, 액체, 기체에 이은 ‘제4의 상태’로 불린다. 우주 물질의 99% 이상이 플라즈마로 이뤄져 있다. 번개가 일상에서 볼 수 있는 플라즈마의 대표적 현상이다.

중수소와 삼중수소 등을 토카막에 가둬놓고 수억도의 초고온으로 가열하면 태양의 원리인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 막대한 에너지가 방출된다. 핵분열을 이용하는 원자력 발전과 효율이 비슷하면서도 방사성 폐기물을 배출하지 않는다. 각국이 ‘인류 궁극의 청정 에너지원’으로 주목하는 이유다.

문제는 핵융합로에 초고온 플라즈마를 안정적으로 오래 가두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간신히 발생시켜도 수초 만에 사라지기 일쑤다. 특히 자기력선에 찢김 등이 일어나는 ‘자기섬’ 현상이 발생하면 플라즈마가 붕괴되기 쉽다. 자기섬 발생을 막는 것은 핵융합의 대표적 난제로 꼽혔다.

연구팀은 자기섬 주변 난류 퍼짐 등이 자기섬 발생과 억제에 직접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을 처음 입증했다. 국산 초전도핵융합장치 ‘케이스타(KSTAR)’를 사용해 실험했다. 난류가 자기섬 발생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은 알려져 있었으나, 핵융합로 내에서 난류 퍼짐 현상을 실험적으로 규명하기는 어려웠다. 온도나 밀도가 균일한 곳에선 어디든 난류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난류가 자기섬의 경계면 바깥쪽에선 감소하는 반면 안쪽에선 증가하는 것을 측정했고, 이에 따른 난류의 열수송으로 인해 자기섬 안에 전자 온도가 증가함을 확인했다. 연구팀 관계자는 “이런 온도 증가는 자기섬의 크기를 줄일 수 있다”며 “난류 퍼짐이 자기섬의 성장을 억제하는 주요인임을 규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또 국소적인 난류의 성장이 자기섬의 급격한 붕괴로 이어질 수 있음을 발견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연구로 플라즈마의 주요 현상에 대한 이해를 확장했다”며 “자기섬 주변 난류의 세기를 줄이거나 분포를 변경하면 플라즈마 붕괴를 막거나 완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핵융합연의 KSTAR는 1995년부터 제작돼 2008년 가동을 시작했다. 2018년 말 플라즈마 중심 온도 1억도를 달성한 데 이어 지난해 10월 1억도에서 20초 운전하는 데 성공했다. 최종 목표 성능은 4K(영하 269도), 플라즈마 자기장 3.5테슬라 환경에서 3억도 플라즈마를 300초 동안 유지하는 것이다.

KSTAR 등 각국이 개발 중인 핵융합실험장치 노하우가 집결된 국제핵융합실험로(ITER)는 지난해 7월 프랑스 카다라슈에서 총조립에 들어갔다. 500㎿(메가와트) 출력을 내는 핵융합발전소를 2025년 완공해 2040년까지 운영하는 대형 글로벌 프로젝트다. 한국과 미국 EU 러시아 중국 일본 인도가 참여하고 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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