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5년 만의 韓美 2+2 회담…'전략적 모호성' 유효기간 끝나간다

입력 2021-03-08 17:56   수정 2021-03-09 00:09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 한 달 반 만에 ‘반중(反中)·대북 전선’ 구축을 위한 본격 행보에 나섰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이 이달 중순 일본을 거쳐 한국을 찾아 ‘외교·국방장관(2+2) 회담’을 5년 만에 재개하는 것도 그렇고,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타결한 것도 마찬가지다.

한·미 ‘2+2 회담’이 2016년 이후 한 번도 열리지 않은 것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톱다운’ 방식 때문이었다. 바이든 행정부가 이 회담을 부활하는 것은 실무 조율을 거쳐 정책을 결정하겠다는 뜻으로, 그만큼 내용이 중요해졌다. 두 장관의 한·일 순방 메시지는 분명하다. 백악관은 지난 3일 안보전략지침에서 중국과 북핵 위협을 줄이기 위해 동맹국들과 네트워크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 장관의 한·일 방문은 핵심 동맹국과 어깨동무를 하고 중국과 북한에 경고장을 날리는 것이다.

1년 반 동안 끌어온 방위비 협상이 바이든 정부 출범 한 달 반 만에 전격 타결된 것도 대(對)중국 견제 전선 구축의 걸림돌을 제거하겠다는 미국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오스틴 장관이 지난 1월 의회 청문회 때 ‘인도·태평양 동맹의 현대화’ 필요성을 언급하며 “방위비 협상을 조기 타결하겠다”고 했던 그대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동맹을 돈으로 치환해 분담금 5배 인상을 요구하고, ‘미군 철수’ 엄포를 놓아 ‘동맹 무용론’까지 제기됐던 점에 비춰, 조속한 타결은 다행스런 일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2+2 회담’과 방위비 협상 타결로 우리 정부는 되레 선택의 기로에 섰다. 미국은 회담에서 중국 견제를 위한 인도·태평양 전략 동참, 선(先)대북 제재완화 반대 등의 카드를 꺼낼 가능성이 높다. 미·중 사이에서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고 대북제재 완화를 주장해온 우리 정부의 기조와 부딪친다.

정부가 ‘2+2 회담’과 방위비 협상 타결을 양국 간 이견을 해소하고 동맹을 강화하는 계기로 삼기 위해선 이런 대중·대북 정책 기조부터 바꿔야 할 것이다. 김정은이 핵위협을 강화하는데도 “북한은 비핵화 의지가 있다”는 식의 인식으론 동맹 균열만 키울 뿐이다. 한·미 관계는 혈맹을 넘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가치를 공유하는 포괄적 동맹 관계다. 중국 눈치를 보고, 북한에 구걸하는 듯한 전략적 모호성은 유통기한이 끝나간다. 계속 고집했다간 명분도, 실익도 다 놓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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