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하는 1등 기업이 조정폭 작고 회복 빨라"

입력 2021-03-09 17:15   수정 2021-03-10 00:47

서범진 삼성액티브자산운용 그로스본부 본부장(49·사진)은 외환위기 이후 증시가 급등했던 1999년 증권업계에 발을 들였다. 코스피지수가 1년 만에 300포인트에서 1000포인트까지 수직 상승하면서 객장은 개인투자자로 발 디딜 틈이 없던 시절이다. 코스피지수는 이후 등락을 반복했다. 20년 이상 증권업에 몸담으면서 그는 ‘결국 1등 기업이 살아남는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장이 출렁이는 시기에도 산업 내 1등 기업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이내 주가가 반등했다. 그가 대형 우량주 중심의 펀드를 운용·총괄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서 본부장에게 주식투자법을 물어봤다.

▷어떤 기준으로 종목을 선택합니까.

“기업이 변화할 때 그것을 포착해서 수익을 내는 게 제 비결입니다. 확실한 현금창출원(캐시카우)이 되는 기본 사업과 함께 미래 성장동력이 있는 신사업을 추진하는 기업을 좋아합니다. LG화학과 한화솔루션이 제가 발굴한 대표적 종목입니다. LG화학은 화학업체에서 2차전지 회사로, 한화솔루션도 화학 회사에서 태양광 회사로 바뀌었습니다. 이 부분이 좋은 평가를 받으면서 주가가 급등했죠. 그래서 저는 ‘세상의 변화에 투자하자’는 철학으로 펀드를 운용하고 있습니다.”

▷개인투자자가 세상의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할 방법이 있습니까.

“자기 생활의 일부분이 변할 때를 찾으면 됩니다. 도로에서 전기차가 많이 보이기 시작할 때, 태양광이나 풍력 관련 정책이 쏟아질 때, 네이버 검색 기능을 많이 사용하게 됐을 때, 카카오톡으로 선물을 주고받을 때 등이요. 저는 몇 년 전 서울 명동 화장품가게 앞에 중국인 관광객이 부쩍 많아진 것을 보고 그들이 구매한 제품을 생산한 회사에 투자해 큰 수익을 내기도 했습니다.”

▷해외 주식에 투자하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애플 등 글로벌 1등 기업에 투자하세요. 이들 기업은 어려움이 있더라도 주가 조정폭이 작고 추가 상승 여력이 높습니다. 국내에 투자하기 어려운 테마나 섹터가 있다면 해외로 눈을 돌릴 것을 권합니다. 대표적 예가 자율주행입니다. 국내에는 자율주행 관련주가 극히 드문 데 비해 해외에는 라이다를 생산하는 벨로다인라이다와 루미나테크놀로지가 있죠. 아크인베스트의 액티브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하는 것도 세상의 변화에 대응하는 하나의 방법입니다. 아크인베스트가 운용하는 ETF들은 성장하는 산업 중 밸류에이션이 높은 기업에 투자하고 있죠. 다만 몇 년 뒤 그 기업들이 이익을 내고 돈을 벌기 시작하면서부터는 밸류에이션 논란으로 주가가 빠질 수 있습니다. 유동성 공급이 끝나 하락장이 오면 주가가 크게 조정받는다는 것도 기억해야 합니다. 자금이 많이 몰린 ETF에 담겼던 종목일수록 낙폭이 특히 클 겁니다.”

▷많은 투자 고수가 2030세대에게 ‘장기 투자’를 강조합니다. 지금 사서 30년 묻어두는 식으로 투자해도 될까요.

“주식 투자 시작은 이를수록 좋습니다. 만약 실패하더라도 4050세대보다 노동 가능 시간이 길어 손해를 메꿀 기간이 충분하기 때문입니다. 우량 주식에 장기 투자하는 것은 필승 전략이죠. 그렇다고 한 종목을 30년씩 들고 있는 건 추천하지 않습니다. 20년 전 시가총액 상위 종목은 경기민감주와 은행주가 차지했는데 지금은 네이버 카카오 삼성바이오로직스 LG화학 등이 시총 10위권에 있어요. 우량주에 장기 투자하되, 성장할 수 있는 1등 기업과 테마를 잘 선택한 뒤 4~5년 투자하는 게 좋습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주식 시장에 들어온 개인투자자에게 조언해주고 싶은 것이 있다면요.

“주식은 변동성이 큰 자산이기 때문에 공부를 병행해야 합니다. 하락장이나 변동성 장세에서 공부한 투자자와 그렇지 않은 투자자는 견디는 힘에 차이가 있을 겁니다. 소문과 뉴스에 의해 주식을 매수하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관심있는 기업과 산업을 집중적으로 탐구해보길 권합니다. 포트폴리오에는 최대 10개 종목만 담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유망한 산업을 발견했다면 그 산업 전체에 투자하는 ETF를 담는 것도 방법입니다. 바이오제약 섹터가 대표적입니다. 고령화 시대에서 이 분야는 높은 성장성이 기대되지만 신약 개발의 성공 여부를 장담하기는 매우 어렵죠. 바이오 ETF에 투자하면 개별 종목 투자의 위험을 줄이면서도 시장 성장에 따른 수익을 누릴 수 있습니다.”

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

인터뷰 전문은 한경 무크《똑똑한 주식투자》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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