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파산위기 대학, 규제 풀어야 해법 찾는다

입력 2021-03-10 17:52   수정 2021-03-11 00:15

입학정원을 못 채운 대학이 더 늘었다. 올해 대학 전체 입학정원은 55만6000명인데 수능시험 응시자는 49만3000명이었다. 공급과잉에 의한 구조적 위기다. 결국 지방대학 대부분이 정원을 못 채우고 개강을 했다. 당장이야 버티더라도 내년, 그 이후에도 그럴 수 있을까. 인구통계는 비관적이다. 금년도 신입생들은 출산율 1.3명 미만의 초저출산 현상이 시작된 2002년에 태어났다. 그 출산율이 작년엔 0.8명대까지 떨어졌으니 신입생 부족은 해마다 늘어난다.

지원자보다 입학정원이 더 많은 불균형에선 지금의 공급구조가 지속될 수 없다. 전체 예산의 80%에 달하는 고정비가 지렛대로 작용하는 대학의 재정구조는 독특하다. 입학정원과 등록금을 꽁꽁 묶어 수입의 상한이 정해지는 수익구조에서 등록생의 급감은 치명적이다. 그렇다고 인건비와 장학금, 연구·학생경비의 비중을 줄이면 곧바로 교육의 품질 저하로 이어진다. 대학도 구조조정이 불가피하게 된 것이다.

대학의 존립을 위협하는 건 또 있다. 세상을 바꾸고 있는 디지털의 도전이다. 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디지털 전환은 대학이 추구해 온 전통적 가치와 교육방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사회로 바꾸고 있다. 다변화·고도화된 사회적 욕구와 지식의 공유를 촉진하는 정보통신기술(ICT)은 선행학습으로 축적한 지식으로 교육서비스를 제공하는 교수들에게도 변화를 요구한다.

공공재인 초·중등교육과 달리 대학은 학생의 선택을 받아야 존립한다. 경쟁을 통한 적자생존의 새로운 환경 때문이다. 혁신에 성공하는 국내외 대학들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융합콘텐츠와 원격교육방식을 채택한 미래대학의 대안으론 2014년 설립된 미네르바스쿨이 손꼽힌다. 입학이 하버드대보다 어렵다는 이 사이버대학의 성공은 문제해결 역량을 키우는 범용성 높은 융합교육에 있다.

“2030년이 되기 전에 세계 대학의 절반은 사라질 것”이라는 미래학자 토머스 프레이의 예언은 그냥 지나칠 게 아니다. 모바일로 누구나, 언제든지 지식을 얻고 활용하는 지식사회의 교육시장에선 옛 지식의 습득을 위해 대학을 찾는 고객이 줄어든다. 대학의 새로운 가치를 찾기 위한 고민이 절실한 이유다.

“대학도 경영을 해야 한다.” 1990년대부터 등장했던 화두다. 그런데 왜 이 지경으로 몰렸는가. 대학의 경영자들과 정부는 부단히 해법을 찾고자 했다. 그러나 모두 절박함이 부족했다. 올해의 신입생이 졸업하기도 전에 정원을 채우지 못한 대학들부터 파산이 시작될 것이다. 교육부는 대학정책 전반을 새로 짜야 하고, 대학은 비상계획과 생존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대학은 고객의 선택을 받기 위해 기업이 어떻게 상품의 가치를 가격보다 높이고 원가를 가격보다 낮추는지를 배워야 한다. 콘텐츠의 가치를 높이고 원가를 절감하는 혁신에는 고통이 따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창조적 파괴에 성공해야만 대학이 생존하고 발전한다.

문제는 혁신이 자유로운 환경을 만드는 정부의 역할이다. 정부는 부실대학에 퇴로를 열어주는 일부터 해야 한다. 사립학교법을 개정해 설립자인 오너가 적절한 보상을 받도록 하면 대학 간 인수합병(M&A)의 길이 열린다. M&A 과정에선 보상의 적절성 시비에 따른 역기능보다 구조조정의 순기능이 더 크다는 걸 생각해야 한다. 신입생 모집방식과 등록금 결정에 자율성을 부여하고, 지방대학에 대해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수준의 재정지원도 검토해야 한다. 특성화와 혁신의 성과가 의문시되는 대학혁신사업, 산업계가 외면하는 국가표준역량(NCS) 평가 등으로 예산 나눠주기를 계속하는 교육부는 현재의 지원방식을 전면적으로 바꾸는 정책 혁신이 필요하다.

대학의 뼈를 깎는 자구노력, 교육당국의 규제혁신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 그게 없이는 당장 재정파탄이 다가오는 대학에 생존의 길이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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