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떠다니는 첨단 위성…한국 기업 기술에 전세계 '러브콜'

입력 2021-03-10 13:38   수정 2021-03-10 15:41


기상청이 해상에서 태풍의 경로를 예측하거나 해운사들이 최적의 컨테이너선 항로를 설계할 때, 의존하는 필수 장비는 해양 기상 관측 부이(해상 부이)다. 바다위에서 떠 있어 파도의 세기, 풍속, 수온, 습도, 조류, 기압 등을 위성 통신을 통해 원격 모니터링할 수 있는 첨단 장비다. 인공위성만으로는 구름 때문에 가려져 바다의 세밀한 상태를 파악하기 어렵다. 대기권 밖에선 인공위성이 기상 관측과 영상 정보 수집 역할을 한다면, 아무것도 없는 망망대해에선 해상 부이가 이 역할을 도맡고 있다. 원양어선이 수온에 따른 어종의 활동을 파악하거나 군이 적들의 침범 여부를 감시할 때도 요긴하게 쓰이는 장비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나라는 해상기후 관측 장비분야에선 이미 세계적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국내 대표 해상 부이 제조업체 씨텍 덕분이다. 부산에 본사를 두고, 울산과 안성에 공장을, 경기 군포에 연구소를 둔 첨단 해양분야 중소기업이다. 국내 해상부이 시장에서 50%이상의 점유율을 갖고 있는 이 회사는 남해에선 제주도를 넘어 남중국해 배타적경제수역(EEZ) 인근까지, 동해에선 독도 부근과 서해는 인천 덕적도 인근 등 우리나라 연근해와 원양에 23개 해상 부이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기상청이 정보를 수집하는 원양 해상부이는 거의 100% 이 회사 제품이다. 해병대와 해군 역시 북한군의 접근을 모니터링하는 용도로 이 제품을 활용한다.


이 회사가 만든 길이 6m짜리 해상부이는 소형 선박처럼 생겼다. 가벼우면서도 단단한 알루미늄 재질로 초속 75m의 바람과 20m높이의 파도, 4노트 속도의 조류 등 슈퍼 태풍급 충격에도 견딜 수 있게 유체역학적으로 설계됐다. 상부엔 태양광 패널이 설치돼 낮에 충전하고 밤엔 배터리로 구동되는 자가발전식 전원 시스템을 갖췄다. 장필순 씨텍 대표이사 회장은 "지난해 역대급 태풍이 여러차례 몰아칠때에도 울산 앞바다에 설치된 외국산 해상 부이들은 모두 망가진 반면, 우리 회사 부이만 유일하게 살아남아 제 기능을 했다"고 소개했다.

이 회사 해상부이의 핵심 기술은 카메라에 있다. 직접 제작한 카메라를 통해 파도의 모양을 분석해, 바다의 기상 여건을 정확도 90%에 가깝게 예측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춘 것이다. 인공지능(AI) 머신러닝 기술과 수년간 축적된 10만개의 빅데이터가 있었기에 가능하게 된 것이다. 장필순 회장은 "세계 어디에도 없는 기술"이라며 "관련 특허도 출원했다"고 했다.

해양 기상 데이터가 돈이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 민간회사들의 활용도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작년 석유화학업계에선 현대오일뱅크와 에쓰오일이 해상 급유시 파도의 상태를 예측하기위해 이 회사의 해상부이를 활용했다. 최근엔 에너지업계에서 해상풍력 발전에 활용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장 회장은 "레이저 기술을 통해 고도별 바람의 세기와 형태를 측정할 수 있는 해상풍력 라이다부이를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며 "해상 풍력 발전기를 설치할 최적의 장소를 물색하고 풍력발전기의 블레이드(날개)와 풍력터빈 상태를 최적으로 유지하기위한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풍향 풍속 기온 등을 관측해 최적의 전기 생산이 가능한 곳을 찾아내고, 비정상적인 바람 흐름에 대해선 터빈 가동을 멈춰 발전 효율이 극대화되도록 돕는 것이다. 올들어 노르웨이와 호주 에너지업체에 이 부이를 수출했고, 캐나다업체에도 조만간 수출할 예정이다. 씨텍의 새로운 성장동력인 셈이다.


이 회사는 2019년 해양수산부로부터 첨단해양장비 유망 스타트업으로 선정됐고,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경영혁신형(메인비즈)·기술혁신형(이노비즈) 중소기업 인증도 받았다. 장필순 회장은 그동안 미국, 캐나다에서 수입해 쓰던 해상 부이 시장에서 2004년 처음 국산화에 성공했고 2012년 3월 이 회사를 설립했다. 사업 초기 여러차례 고비도 있었지만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의 창업·시설·운영자금 지원(약 16억7500만원)을 받게 되면서 안정적인 성장이 가능했다. 그는 35년간 바닷속을 탐험해온 취미가 창업으로 이어진 독특한 인생 여정을 걸어왔다. 30대 시절부터 유통회사에 근무하며 주말이면 동해와 남해로 떠나 심해 물고기 사진찍기와 해양 조사를 즐겨온 그는 스킨스쿠버 강사이기도 하다. 지난달엔 학자가 아닌 기업인으로선 최초로 한국수중과학학회 회장직도 맡게 됐다. 수차례 고사했지만 "바다를 매개로 돈을 버는 기업은 그 수익을 바다를 위해 써야한다"는 경영철학에 따라 맡았다고 한다.

이 회사는 코로나 사태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매출은 37%, 수출은 40% 급증했다. 기상이변이 잦아지고 해상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매출은 130억원, 수출은 10만달러를 기록할 전망이다. 그는 "기술면에서 아시아 1등이라고 자부하지만 중국이 무섭게 쫓아오고 있어 긴장의 끈을 놓칠 수가 없다"며 "그동안 몽골, 미얀마, 콜롬비아 등 개발도상국 수출에 주력했다면 올해부터는 노르웨이 캐나다 호주 등 선진국 수출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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