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지현 아이스토리 대표 "3만5000 탈북민 이야기 패션에 담겠다"

입력 2021-03-11 17:38   수정 2021-03-12 00:02


“탈북민 모두는 자신만의 이야기를 갖고 있죠. 그 이야기를 하나씩 세상에 알리는 옷을 만들고 있습니다.”

강지현 아이스토리 대표(31·사진)는 탈북민이다. ‘패션을 알고 싶다’는 생각에 2009년 탈북해 한국에 왔다. 한국의 대학에서 의류학을 전공한 그는 지난해 10월 아산나눔재단 창업지원 프로그램인 아산상회의 도움을 받아 ‘앤마리어패럴(현 아이스토리)’이라는 패션회사를 설립했다. 강 대표는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아이스토리(istory)는 ‘나의 이야기’라는 뜻으로, 탈북민 이야기를 바탕으로 옷을 만드는 회사”라고 소개했다.

탈북민의 이야기로 어떻게 옷을 만든다는 걸까. 강 대표는 “3만5000명의 탈북민은 고향을 떠나 한국에 정착하는 과정에서 겪은 자신만의 이야기가 있다”며 “그들의 인생 이야기를 함축적인 이미지로 그려내 티셔츠에 새기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강 대표가 가장 먼저 제작한 옷은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옷이다. 자신의 티셔츠엔 백두산 문양이 팔꿈치에 새겨져 있다. 강 대표는 “백두산에서 겪은 충격적인 경험이 저를 한국으로 이끌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가 말한 충격적 경험이란 이렇다. 강 대표는 15세 무렵 아버지와 함께 백두산으로 여행을 갔다. 백두산에서 처음 외국인과 마주쳤는데, 그 사람이 찢어진 청바지를 입고 있었다고 한다.

“찢어진 옷 때문에 처음엔 거지인 줄 알았어요. 아버지한테 왜 거지가 백두산에 여행을 오느냐고 물었죠. 아버지도 의아해하다가 ‘여행 온 외국인이 거지일 리는 없고 아마 저게 멋(패션)인 것 같구나’라고 말씀해주셨어요. 그때 전 크게 충격을 받았죠. 찢어진 옷이 패션이 될 수 있구나! 하고 말입니다. 이후 패션에 대한 궁금증이 커졌고, 탈북을 결심했습니다.”

그는 왜 세상에 탈북민의 이야기를 전하고 싶은 걸까. 강 대표는 “탈북민에 대한 사회적 차별을 줄이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이 ‘이야기’를 전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탈북민은 말투가 다르다는 이유로, 혹은 한국 사회를 잘 모른다는 이유로 차별을 받습니다. 무지(無知)가 머리가 나쁘기 때문이 아니거든요. 한국에 정착한 지 얼마 안 됐기 때문에, 자라온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모르는 거죠. 각자가 자라온 환경과 경험을 정확히 알리면 차별적인 시선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야기를 정확히 전달하기 위해 아이스토리의 모든 옷엔 QR코드가 부착돼 있다. 스마트폰으로 QR코드를 찍으면 문양의 의미와 해당 옷의 모티브가 된 탈북민의 인생 이야기를 한글과 영문으로 볼 수 있다. 강 대표는 “지금까지 여덟 명의 탈북민 이야기를 옷으로 제작했다”며 “앞으로 3만5000명 탈북민 모두의 이야기를 옷에 담아내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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