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구조는 국내에서 투자할 때 특히 중요하다. 여러 기업이 그룹사로 얽혀 있는 상황에서 그룹사 내 위치에 따라 주가가 급등락하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숲이라는 지배구조 속에서 개별기업(나무)을 봐야 하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승계나 지배구조 개편이 예정된 종목이 유망하다고 강조한다.
증권업계는 두 기업을 중심으로 지배구조가 개편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현대모비스를 통해 그룹을 지배하고 있지만 정 회장의 모비스 지분율은 0.32%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글로비스와 오토에버의 주식을 팔아 모비스 지분을 확보하든, 모비스와 합병하든 모든 시나리오에서 두 기업의 주가가 높은 것이 정 회장 측에 유리하다”고 강조했다. 그룹사 차원에서 두 기업을 키우고, 이에 따라 주가도 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실제 글로비스는 기존 물류사업보다 전기차 배터리, 수소 등 친환경 분야를 강조하는 분위기다. 주가도 최근 1년간 82% 올랐다. 오토에버는 지난 1년간 244% 상승했다. 오토에버는 전기차 핵심 분야로 최근 중요성이 커진 차량용 소프트웨어를 전담하는 계열사로 자리잡았다.
SK그룹 지주사인 SK㈜도 대주주 입장에서 주가가 오를수록 좋은 기업이다. 현재 SK그룹은 SK㈜가 SK텔레콤을 지배하고, SK텔레콤이 다시 SK하이닉스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SK㈜가 지주사, SK텔레콤이 자회사, SK하이닉스가 손자회사인 구조다.
SK그룹은 SK텔레콤을 사업회사와 지주회사로 분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분리된 지주사가 다시 SK㈜와 합병하면서 SK하이닉스를 자회사로 바꾸는 개편안을 업계는 유력하게 보고 있다. 이 시나리오라면 SK㈜의 주가가 높은 것이 대주주에게 유리하다.
SK㈜ 주가는 올 들어 크게 조정받았다. 지난 1월 25일 35만5000원을 찍고 25만7500원까지 내려왔다. 지배구조 개편을 위해 이보다는 주가가 높아야 한다는 기대가 나오는 배경이다. 한 애널리스트는 “SK㈜ 주주의 지분 희석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SK하이닉스의 투자회사만 별도 법인으로 분할한 뒤 SK㈜와 합병하는 방식이 가장 유리하다”고 했다.
SK㈜도 배당을 확대하고 있다. 주당 배당금이 2017년 4000원, 2018~2019년 5000원, 2020년 7000원으로 증가했다. SK㈜는 ‘투자이익을 실현한 경우 배당 재원에 반영해 주주와 공유한다’는 주주친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자회사의 지분을 매각해 버는 돈을 특별배당으로 지급하는 식이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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