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반려식물' 대파

입력 2021-03-14 18:38   수정 2021-03-15 00:15

“사나흘 만에 손가락 두 마디 정도 자랐어요. 2주일이면 30㎝까지 커지는데 생각보다 기르기 쉬워요.” 대파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자 거실이나 베란다에서 대파를 직접 기르는 가정이 늘고 있다. 대파를 뿌리 위 한 뼘 정도 잘라 화분에 심은 뒤, 새로 자란 부분만 잘라먹고 계속 기르는 방식이다.

대파는 빨리 자라는 만큼 재생기간도 짧다. 뿌리부터 줄기, 잎까지 버릴 게 없다. 면역력 강화와 콜레스테롤 조절 효과까지 뛰어나다. 다른 식물에 비해 구하기도 쉽다. 하루가 다르게 쑥쑥 크는 것을 보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코로나 사태로 ‘집콕’ 생활이 길어지면서 ‘반려식물’ ‘반려채소’ ‘반려대파’ 등이 인기를 끌고 있다. 반려동물에 비해 훨씬 손이 덜 가고, 집안에 두기만 해도 늘 푸른 청량감을 주며, 탁월한 공기정화 효과까지 갖췄기 때문이다. 테이블야자와 고무나무, 홍콩야자, 장미허브 등은 ‘천연 공기청정기’로 불린다.

반려식물 중에서는 대파처럼 집안에서 키우며 먹을 수 있는 것들이 많다. 파와 부추는 잘라 먹어도 며칠 뒤 또 자라는 ‘무한리필’ 채소다. 토마토와 콩, 당근은 몸에 좋다. ‘토마토가 익어갈수록 의사들의 얼굴은 파랗게 질려간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콩은 콩나물시루에 물만 주면 어디서든 잘 자란다.

반려식물과 관련한 ‘홈파밍(집+농사)’ ‘베란다 농사’ 도구도 덩달아 잘 팔린다. 지난해 롯데마트의 화분 매출이 46% 늘었다. 식물재배기를 활용할 경우 새싹채소는 2주, 잎채소는 4주 만에 다 자란다. 가정에서 식물을 키우는 ‘홈가드닝(가정원예)’과 실내 공간을 식물로 꾸미는 ‘플랜테리어(식물+인테리어)’ 제품도 늘고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집안에 초록 식물을 두는 것만으로 심리적 안정감이 커진다. 30년간 정원을 가꿔온 정신과 의사 수 스튜어트 스미스는 《정원의 쓸모》에서 “식물 기르기는 우울증과 불안증 등 마음의 병을 치유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실내 텃밭을 가꾸면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농도가 57% 줄고, 우울감이 21%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반려식물과 반려채소는 코로나 시대의 우리를 위로하고 회복탄력성을 키워 주는 자연의 선물이다. ‘문화(culture)’라는 영어 단어도 ‘(식물)재배·경작’이라는 뜻의 라틴어 쿨투라(cultura)에서 유래했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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