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 높다고 성장株 외면 안 돼…주식형펀드로 기술주 장기 보유"

입력 2021-03-15 17:36   수정 2021-03-23 18:25


“펀드와 같은 간접투자 방식으로 미래가 밝은 기술주에 적극 투자해야 합니다.”

하워드 마크스 미국 오크트리캐피털 회장(사진)은 15일 한국경제신문과의 화상 인터뷰에서 “기존 가치투자자의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부실채권과 가치주 투자에 정통한 오크트리캐피털 창업자인 그도 최근 크게 달라진 투자 환경을 겸허하게 받아들인 것이다. 다만 “빠르게 성장하는 기술 회사들의 가치를 주가수익비율(PER) 같은 과거의 잣대로 재단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공장설비 등 유형자산 투자가 필요했던 과거와 달리 하이테크 회사들은 경영 능력과 기술력만 갖추면 자본시장의 지원을 받아 빠르게 시장에서 우월적 지위를 차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후에는 아마존의 클라우드 서비스처럼 다양한 수익 모델을 개발해 기대 이상의 현금을 벌어들일 수 있다는 게 마크스 회장의 설명이다. 그는 뉴저지주 자택에서 화상 인터뷰에 응했다.
“과거 성과 보고 액티브펀드 골라야”
마크스 회장은 수많은 하이테크 기업 중 누가 승자가 될지를 예측하는 것은 비전문가로서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예를 들어 테슬라의 미래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는 비전문가가 주가가 오를지 내릴지 판단해 한 방향으로 베팅하는 것은 투자가 아니라 도박”이라고 지적했다. 마크스 회장은 “특히 작년같이 낙관론이 팽배한 시장에서는 모든 기술주가 ‘최종 승자’가 될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개인투자자가 직접 투자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상장지수펀드(ETF)보다는 액티브 펀드매니저가 운용하는 뮤추얼펀드를 통해 기술주에 투자할 것을 권유했다. 마크스 회장은 “패시브 투자 수단인 ETF는 기업의 펀더멘털이나 밸류에이션(기업가치 대비 주가)을 공부하지 않고 단순히 리스트에 있는 종목을 사들인다”며 “인기 ETF에 돈이 몰리면 수요가 늘면서 편입 종목의 주가가 올라갈 수 있지만 어느 시점에는 해당 기업들의 주가가 과도하게 올라 하락이 불가피한 상태가 된다”고 말했다.

마크스 회장은 펀드매니저를 고를 때는 작년같이 기술주가 동반 상승한 시기보다는 기술주 주가가 좋지 않았던 시기의 투자 성과를 살펴봐야 한다고 요령을 알려줬다. 또 주가의 단기 흐름에 따라 주식을 사고팔기보다는 장기간 보유해 ‘복리 효과’를 노려야 한다고 권했다. 그는 “연 7% 정도 수익이 나는 회사에 장기 투자하면 가치가 10년마다 두 배씩 불어난다”며 “만약 20세에 100달러를 투자했다면 80세에는 6400달러가 된다”고 설명했다.
“나는 한 번도 공매도를 한 적 없다”
마크스 회장은 개인투자자들이 손쉽게 공매도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는 일부 주장에 대해 “미국에는 공매도를 전문으로 하는 펀드들이 있는데 투자 성과가 좋지 않다”며 “51년 동안 투자업계에서 일하면서 한 번도 주식을 공매도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당신이 10달러어치의 주식을 샀다면 10달러가 잃을 수 있는 전부이지만, 10달러어치의 공매도를 했다면 손실 가능 규모는 무한대”라며 “아마추어는 절대로 공매도를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마크스 회장은 앞으로 부동산, 인프라, 신재생에너지 등 대체투자 자산을 편입하는 뮤추얼펀드가 나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주식, 채권 등 전통 자산으로는 시장 대비 초과수익(α)을 내기 쉽지 않기 때문에 개인투자자를 위한 대체투자 상품도 개발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하지만 그 전에 대체투자 자산에 꼭 투자하고 싶다면 브룩필드, 블랙스톤, 아폴로, 아레스,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등 상장된 대체투자 운용사의 주식을 사는 것이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가격이 급등한 비트코인에 대해선 “비트코인이 유명해진 3~4년 전 나는 내재가치가 없다는 이유로 비트코인을 무시하고 외면했다”며 “정보도 없이 자동적으로 그런 반응을 보였지만 올바른 행동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는 “비트코인의 공급(발행량)은 정해져 있는데 수요가 늘어나다보니 수요공급의 원칙에 따라 가격이 오르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 이유만으로 현재 가격이 설명되는지는 잘 모르겠다”면서도 “가치투자자가 고성장주를 더 이상 외면하면 안 되는 것처럼 비트코인도 무조건 외면하고 무시할 수만은 없다”고 덧붙였다.
■ 하워드 마크스는…
160조원 굴리는 월가 큰손…'마크스 메모'는 필독 콘텐츠
세계 최대 고위험·고수익 채권 전문 운용사인 오크트리캐피털의 공동 창업자이자 회장이다. 오크트리캐피털이 운용하는 자산 규모는 작년 말 기준으로 1480억달러(약 168조원)에 달한다. 그가 시장에 대한 시각과 투자 전략 등을 담아 발표하는 ‘메모’는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도 반드시 읽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하워드 마크스 회장의 저서인 《투자에 대한 생각(The Most Important Thing)》 (2011년)과 《투자와 마켓사이클의 법칙(Mastering the Market Cycle)》 (2018년) 역시 투자업계 필독서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

▶인터뷰 동영상은 유튜브 ‘한국경제’ 채널에서 시청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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