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이브걸스에 '입덕'해볼까 [여기는 논설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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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1-03-17 08:39   수정 2021-03-17 09:06

브레이브걸스에 '입덕'해볼까 [여기는 논설실]


아직도 멤버들의 이름을 잘 모릅니다. 유튜브에 뜬 군부대 공연 영상을 보면서 ‘이 친구가 꼬북이고, 저 친구는 단발인가’ 짐작만 해 볼 뿐입니다. 나온 지 4년 된 ‘롤린’이란 노래가 최근 ‘역주행’하면서 가요계 최고의 화제 거리가 된 브레이브걸스 얘기입니다.
뜻밖의 역주행…급기야 1위까지
이 걸그룹으로 인터넷 커뮤니티마다 난리가 났을 초기만 하더라도 별 관심이 없었습니다. 이후 ‘어떤 얘기인지 알아나 보자’하며 그 간의 에피소드들을 훑다보니, ‘화제가 될 수밖에 없겠군’하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손담비의 ‘미쳤어’ 씨스타의 ‘나 혼자’ 같은 수많은 히트곡들을 써 낸 작곡가 용감한 형제는 매니지먼트 사업 쪽에선 재미를 못 봤던 모양입니다. 2011년 용감한 형제의 매니지먼트사인 브레이브엔터테인먼트를 통해 데뷔한 브레이브걸스는 10년 동안 무명생활을 해야 했지요.

방송을 통해 뜰 기회가 없었던 이들이 돌파구로 삼았던 것이 군(軍) 위문공연이었습니다. 어렵게 활동을 이어나가다가 결국 멤버들이 해체를 결심한 다음 날인 2021년 2월24일 유튜브 알고리즘이라는 행운을 타고 롤린이 역주행하면서 최고의 전성기를 맞게 됐지요.

이후 ‘음악방송 1위’까지 하는 쾌거를 이루며 멤버들 평균 나이 30대에 스타덤에 올랐다는 ‘신데렐라 스토리’입니다. 여기엔 군인들과 예비군들의 열광적 성원이 큰 힘이 됐습니다.
‘공정’이 거세된 시절의 작은 빛
가요계에 이런 사례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롤린의 성공은 2014년 발매돼 비슷한 경로로 역주행했던 EXID의 ‘위 아래’의 히트와 비견되기도 합니다.

인터넷에선 ‘두 노래 중 어느 역주행이 더 인상적이었나’를 놓고 팬들끼리 갑론을박이 펼쳐지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모두 동의하는 것은 브레이브걸스의 뒤늦은 성공엔 드라마 같은 서사 이외에 ‘무언가’가 더 있다는 점입니다.

‘끝까지 희망을 잃지 않고 버티다 보면, 언젠가 성공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이 늦깎이 스타들이 보여줬다는 것이지요. 언제 뜰지 장담할 수 없었던 막막한 와중에도 백령도 해병대를 찾은 멤버들이 팬 서비스에 최선을 다했던 일화가 인터넷에서 회자됩니다.

이런 이들을 보면서 팬들은 “열심히 하며 버티다보면 결국 이룬다”“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해 준 그들을 보면서 희망을 얻었다”는 댓글을 달고 있지요. 멤버들도 여기에 공감이 간다고 합니다.

지금 한국에는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어둠 속에서 희망을 잃은 젊은이들이 많습니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집값에 내집마련은 포기한지 오래입니다. 이 와중에 국회의원 시?도의회 의원 공공기관 임직원들은 땅투기에 열중하는 판국이지요.

취업문은 굳게 닫혔는데, 노동시장에 진입한 윗세대는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고 혈안입니다. 이런 부조리를 타파해야할 정치권은 제 잇속 챙기기에 바빠 청년들 고통은 안중에도 없는 것처럼 비칩니다.

그 사이 성공의 기준이 돼야 할 ‘공정’의 무게는 한 없이 가벼워지고 말았지요. “‘가붕개(가재?붕어?개구리)’는 천룡인(天龍人) 넘보지 말라는 것이냐”는 자조 섞인 한탄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닙니다.

현실이 이렇기에 많은 젊은이들이 브레이브걸스의 ‘벼락 인기’를 마치 자기 일처럼 좋아하는 게 충분히 이해 됩니다. 이들이 잘 되기를 바라는 ‘아재’ 팬들이 브레이브걸스를 광고모델로 써줄 법한 기업에 광고기획서를 제안하거나, 해당 기업의 주식에 투자하는 행위들도 말이지요.

‘대중음악은 1960, 1970년대가 최고’라는 고정관념이 강하게 박힌 ‘꼰대’여서 이 걸그룹의 음악까지 사랑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열렬한 ‘팬질’도 자신 없습니다.

하지만 공정과 정의가 땅에 떨어진 시기에 젊은이들에게 작은 희망을 안겨준 그들에게 진심으로 응원의 박수를 보냅니다. 버텨줘서 고마워요.

송종현 논설위원 scre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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