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패션쇼, 빨간 맛을 보다

입력 2021-03-18 17:13   수정 2021-03-19 02:02


또각또각 하이힐을 신고 비행기 안으로 들어서는 도도한 여성. 어두컴컴한 숲속에서 걸어나오는 몽환적인 분위기의 남녀. 팬데믹 시대 명품 브랜드들이 공개한 올 가을·겨울 디지털 패션쇼의 주요 장면이다. 코로나19는 런웨이도 바꿨다. 지난해 급작스럽게 기존 패션쇼를 온라인으로 전환한 명품 브랜드들은 올해 한층 발전한 창의적인 디지털 패션쇼를 선보였다.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듯, 눈이 즐거워지는 새로운 패션쇼를 소개한다.
“여행객처럼 패션쇼에 탑승”
빨간 하이힐로 유명한 명품 브랜드 ‘크리스찬 루부탱’은 온통 빨간색으로 장식한 가상의 루비 항공을 무대 배경으로 택했다. 코로나19 탓에 해외여행을 가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항공기 탑승 과정을 짤막한 영상으로 제작했다. 배경은 미국 뉴욕의 JFK공항. 빨간 립스틱을 바른 루비 항공의 승무원들이 탑승객을 안내한다. 파일럿 손에 든 여행용 파우치와 가방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보안검색대를 통과한 뒤엔 기내에 깔린 빨간 카펫 위로 걸어들어간다. 기내용 슬리퍼, 향수와 립스틱 등 등장하는 제품들은 모두 크리스찬 루부탱의 올 가을·겨울 신제품. 기내 라운지에 배치된 패션 매거진과 복고풍의 포스터 등은 그 자체로 화려하고 생동감이 넘친다. 선반에는 반짝이는 크리스털 하이힐이 진열돼 있고, 기내 매거진에는 화려한 로퍼, 부츠들이 등장한다. 런웨이를 걸어나오는 기존 패션쇼의 틀을 깬 신제품 홍보 영상이다.
“문 닫은 극장에서 펼쳐진 패션쇼”
팬데믹 영향으로 문을 닫은 극장에서 신제품을 선보인 브랜드도 있다. 이탈리아 최초 공영극장인 ‘테아트로 디 밀라노’에서는 이달 초 ‘발렌티노’ 브랜드의 패션쇼가 열렸다. 1947년 설립된 이 극장은 이탈리아의 극문화를 알린 대표적인 문화공간이다. 피엘파올로 피촐리 발렌티노 디자이너는 문화와 예술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닫힌 극장의 문을 열었다.

어두컴컴한 극장. 무대 안쪽에서 발렌티노 고유의 스터드(징) 장식을 단 화려한 가방, 구두 등을 착용한 모델이 도도하게 걸어나온다. 아주 큰 패턴의 체크무늬로 만든 재킷엔 짧은 스커트를 매치했다. 레이스, 러플(천을 주름 잡아 만든 장식) 등으로 표현한 관능미는 자유분방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발목 위로 깔끔하게 떨어지는 남성용 바지, 리본으로 우아함을 극대화한 여성용 드레스, 군데군데 잘라내 속살이 보일 듯 말 듯 디자인한 망토는 어두운 극장 안에서 더 화려하게 빛난다.
대자연의 뉴트럴 색상 ‘인기’
디지털 세상에서 디자이너의 표현의 영역은 더 넓어졌다.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유명한 우영미 디자이너는 올해 가을·겨울 파리 패션위크의 무대로 숲을 택했다.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작품에서 영감을 얻었다. 베르베르의 작품 《여행의 책》 《기억》을 읽고 최면과 판타지의 세계를 표현하고자 몽환적 느낌의 파리 근교 숲을 무대로 선택했다는 설명이다. 자연의 경이로움에 대한 재발견을 표현하고, 현실적이고 평범한 것도 초현실적이고 비범한 것으로 인식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려는 취지다.

깊은 숲속에서 걸어나오는 모델들은 베이지, 카키, 브라운 등 자연의 색상을 녹여낸 옷을 입고 있다. 팬데믹이 이어지는 올가을에도 대자연의 색을 입은 옷이 트렌드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튀지 않는 색상,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뉴트럴 계열의 색상은 와이드팬츠, 오버사이즈 재킷의 유행과도 맞닿아 있다. 불안의 시대, 옷이라도 편안하게 입자는 심리가 깔려 있다.

코로나19에 대한 반작용으로 머스터드, 아이보리 등 밝은 계열 색상의 제품을 선보인 명품 브랜드들도 있다. 반짝이는 페이턴트나 실크 소재의 옷, 쨍한 색상의 구두, 가방 등을 내놨다. 발망은 이번 패션쇼에서 카키색 롱코트에 반짝이는 동그란 가방을 매치했다.

삼성패션연구소는 올해 트렌드 전망 보고서에서 “지난해 팬데믹으로 무관중 패션쇼를 열었던 해외 브랜드들이 런웨이의 중단 사태를 막기 위해 디지털 방식을 선택하기 시작했다”며 “디지털 패션쇼는 시즌제 생산·판매 구조도 바꿀 것”으로 내다봤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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