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주문한 칩 이제 도착"…반도체 부족 얼마나 심각하길래

입력 2021-03-19 07:25   수정 2021-03-19 07:34

<svg version="1.1" xmlns="http://www.w3.org/2000/svg" xmlns:xlink="http://www.w3.org/1999/xlink" x="0" y="0" viewBox="0 0 27.4 20" class="svg-quote" xml:space="preserve" style="fill:#666; display:block; width:28px; height:20px; margin-bottom:10px"><path class="st0" d="M0,12.9C0,0.2,12.4,0,12.4,0C6.7,3.2,7.8,6.2,7.5,8.5c2.8,0.4,5,2.9,5,5.9c0,3.6-2.9,5.7-5.9,5.7 C3.2,20,0,17.4,0,12.9z M14.8,12.9C14.8,0.2,27.2,0,27.2,0c-5.7,3.2-4.6,6.2-4.8,8.5c2.8,0.4,5,2.9,5,5.9c0,3.6-2.9,5.7-5.9,5.7 C18,20,14.8,17.4,14.8,12.9z"></path></svg>"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지만, 부품 부족으로 점점 압박이 커지고 있다." (제이슨 천 에이서 최고경영자(CEO))

"반도체 관련 부품들의 공급과 수요 언밸런스(불균형) 문제가 굉장히 심각하다. 오는 2분기부터 생산에 영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고동진 삼성전자 IM부문 사장)

"단순히 반도체 공급 부족이 아니라 정말 치명적인 공급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루웨이빙 샤오미 부사장)

"요즘은 공급망 위기 때문에 잠을 잘 수가 없다. 반도체 산업에서 우리가 겪고 있는 그 위기 때문." (크리스티아누 아몬 퀄컴 CEO)


올 초부터 본격화된 '반도체 공급 부족(쇼티지)' 사태를 두고 글로벌 제조업체들의 경영진이 잇따라 공개석상에서 우려를 표하고 있다. 차(車) 반도체로 시작해 모바일·PC 등 다른 산업계로 반도체 부족에 따른 연쇄 충격파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사태가 장기화될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글로벌 제조업체들은 전례 없는 위기 상황에서 구형 모델 생산 중단, 반도체 외주 확대 및 공급사 변경 등 다방면으로 대응방안을 모색하는 한편 삼성전자와 TSMC 등 대형 반도체 제조사의 움직임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19일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올 들어 전 세계 반도체 부품의 약 75%는 전년 대비 리드 타임(주문 후 조달까지 걸리는 시간)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자동차, 스마트폰, 평면 디스플레이 등에 탑재되는 일부 칩은 리드 타임이 52주나 됐다. 범용 반도체 칩 하나만 없어도 완제품 생산 차질이 불가피한데, 제조사가 칩 주문을 해도 1년 후에야 부품을 확보할 수 있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는 얘기다.

공급에 차질을 빚는 대표적 업종은 자동차다. 도요타 제네럴모터스(GM) 닛산 포드 등 대부분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은 이미 반도체 부족으로 감산 및 일부 공장 가동 중단에 돌입했다. 스마트폰 업계도 비상이 걸렸다. 스마트폰 두뇌 역할을 하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글로벌 1위인 퀄컴이 반도체 생산에 차질을 겪으면서다. 퀄컴 채택 비중이 높은 OVX(오포·비보·샤오미) 등 중국 제조사는 물론 세계 1위 반도체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는 삼성전자도 충격을 인정했다.


반도체 수급난은 이에 그치지 않고 TV, 비트코인, 게임 등 연쇄적으로 산업계 전반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반도체 공급 업체가 최근 스마트폰, PC, 데이터센터, 차량용 반도체를 우선 생산하는 것으로 기조를 바꾸면서 한정된 생산능력(CAPA) 탓에 자연스레 순위가 밀리고 있다는 게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의 설명이다.

반도체 부족 사태는 지난해 말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펜트업(억눌린) 수요가 발생하며 완제품 업계의 수요가 폭증하는 가운데, 반도체 제조사들이 2017~2018년 '반도체 슈퍼호황기' 이후 증설 투자를 줄였던 것이 부메랑이 돼서 돌아왔다는 평가다.

전 세계로부터 주문이 갑자기 늘어났는데 반도체 공급 업체가 단기간에 생산 능력을 끌어올리는 것은 어렵다는 얘기다. 반도체 생산 라인을 구축하고 제품 양산에 나서려면 최소 2~3년은 필요하다. 반도체 업계에서 반도체 쇼티지가 '단기 이슈'에 그치지 않을 것이란 예측이 나오는 것도 이때문이다.

여기에 최근 삼성전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이 위치한 미국 텍사스 한파와 파운드리 업체가 밀집한 대만 물 부족 현상 등 이상기후에 따른 일부 생산라인의 셧다운(가동중단) 및 생산 차질도 일정 영향을 끼쳤다. 반도체와 완제품 생산과의 밀접한 관계를 고려하면, 공급망 사태는 결국 제품 가격 인상과 경쟁력 차질로까지 이어질 공산이 크다.


일본 닛케이아시아는 "자동차, 가전 등 업체들이 칩 재고 관리에 실패한 상황에서 칩 제조 시설을 단기에 늘리는 것이 불가능하다"며 "일부 품목의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는 올해 내내, 최악의 경우 내년까지도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선은 반도체 공급사들의 투자에 쏠린다.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는 올해 삼성전자의 반도체 시설투자 규모를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약 31조5000억원(280억달러) 규모로 예상했다. 특히 오는 2030년을 목표로 세계 1위 달성 비전을 내세운 파운드리 부문에서 투자가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파운드리 1위 TSMC의 올 투자액은 약 30조9300억원(275억달러)로 예측된다. 삼성전자와 TSMC 둘을 합치면 전 세계 반도체 설비투자의 43%를 차지하는 것이다. 블룸버그통신 등은 최근 TSMC가 미국 애리조나에 증설 중인 생산라인을 당초 계획보다 3배가량 늘리는 6개의 '메가팹'을 건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 보도에 따르면 애리조나 공장에만 약 40조원(약 350억달러)을 쏟아붓게 된다.

세계 각 국도 최근 반도체 확보를 강조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반도체와 관련 해외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며 공급망 점검을 강조했고, 유럽연합(EU)는 오는 2030년까지 현재 10%인 반도체 시장점유율을 20%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중국은 2025년까지 자국 내 반도체 자급률을 70%까지 올린다는 '반도체 굴기'를 추진, 자국 업체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배성수 한경닷컴 기자 baeb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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