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계 수사지휘에도…대검 "한명숙 모해위증 불기소 정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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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1-03-20 00:17   수정 2021-03-20 01:20

박범계 수사지휘에도…대검 "한명숙 모해위증 불기소 정당"


전국 고검장들과 대검찰청 부장검사(검사장급)들이 19일 ‘한명숙 모해위증 사건’ 관련자에 대한 대검의 무혐의 처분이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13시간 30분동안 진행된 마라톤 회의를 통해, 위증 당사자로 지목된 재소자 김모씨를 재판에 넘기지 않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의혹을 재검토하라고 지시한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무리한 수시지휘를 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쪽지 증언’ 허위 여부 쟁점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과 전국 고검장 6명, 대검 부장 7명 등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밤 11시30분께까지 서울 서초구 대검 청사에서 확대 부장회의를 진행했다. 김씨에 대한 대검의 무혐의 처분이 적정했는지가 주요 안건이었다.

김씨는 한명숙 전 국무총리에게 뇌물을 준 혐의를 받는 고(故) 한만호 한신건영 대표의 동료 재소자였다. 그는 2011년 2~3월 법정에서 한 전 총리에게 불리한 내용의 ‘허위 증언’을 한 혐의를 받는다.

김씨는 2010년 10월 한 전 대표를 접견했는데, 당시 면회 녹취록에는 김씨가 ‘검찰이 도와달라고 했는데 안 한다고 했다’고 발언한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한 전 대표는 한 전 총리에게 돈을 줬다는 진술을 번복했는데, 검찰이 김씨로 하여금 한 전 대표의 말바꾸기가 거짓이라는 증언을 요구했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하지만 김씨는 2011년 3월 23일 법정에서 “한 전 대표가 쪽지에 적힌 대로 읽으라고 시켜서 해당 발언을 했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검찰의 위증교사 의혹을 부인한 것이다.

이날 부장회의에서는 김씨의 ‘2월 증언’과 관련한 공소시효 문제도 다뤄진 것으로 전해진다. 김씨는 2011년 2월21일에도 한 전 총리에게 불리한 내용의 허위 증언을 한 혐의를 받는다. 모해위증죄의 공소시효는 10년이다. 검찰 안팎에선 설사 2월 증언의 범죄혐의를 인정하더라도 공소시효가 지났다고 주장한다.

반면 법무부는 ‘포괄일죄’를 적용할 경우 2월 증언도 기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포괄일죄란 다른 시점에 벌어진 여러 개의 범죄를 동일한 하나의 범죄로 묶는 것이다.

대검은 지난 5일 김씨를 무혐의 처분했다. 하지만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지난 17일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과 임은정 감찰정책연구관 등의 의견을 청취해, 김씨 기소 여부 등을 재심의 하라”며 수사지휘권을 행사했다.
한동수·임은정 의견 개진
한동수 부장과 임은정 연구관은 이날 김씨의 기소 필요성을 강력히 주장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반면 이 사건 주임검사였던 허정수 감찰3과장은 김씨의 혐의를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는 기존 주장을 이어갔을 것이란 평가다.

참석자들도 격론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친여권 성향’으로 분류되는 이종근 대검 형사부장과 이정현 공공수사부장, 신성식 반부패강력부장 등은 지난해 윤석열 전 검찰총장 징계 사태 때 앞장섰는데, ‘한명숙 사건 감찰 방해’ 의혹이 당시 징계 사유 중 하나였다. 반면 6명의 고검장들은 그동안 검찰의 입장을 충실히 대변해 왔다.

대검 예규상 부장회의에서 의견이 일치되지 않을 겨우 과반수로 표결한다. 표결 끝에 무혐의 처분이 유지된 것으로 알려졌다. 불기소 의견이 압도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김씨에 대한 기소가 의결됐다면, 과거 검찰의 잘못된 수사 관행이 여권의 검찰개혁 기폭제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한명숙 수사팀’에 대한 형사처벌로 이어질 가능성도 거론됐다.

하지만 검찰 간부들이 기소가 부당하다고 판단한 만큼, 박 장관은 애초에 수사지휘권을 남용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법무부는 특별한 입장을 내지 않았다.

이인혁/안효주 기자 twopeo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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