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야권 단일화를 위한 여론조사에 극적으로 합의했다. 그동안 자신에게 유리한 방식을 주장하며 2주 넘게 갈등을 빚어왔던 두 후보는 선거운동 시작일(25일)이 코앞에 닥치자 겨우 의견을 모았다. 22일 여론조사가 시작되면 이르면 23일, 늦어도 24일엔 야권의 최종 단일 후보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양측이 협상에 들어간 지 2주 만에 단일화 방식에 합의한 것이다. 일정이 미뤄지면서 두 후보가 지난 19일 각각 후보 등록을 한 만큼 투표용지엔 두 후보의 이름이 모두 명기된다. 투표용지가 인쇄되는 29일까지 단일화가 완료되면 사퇴한 후보의 기표란엔 ‘사퇴’가 표기된다. 오 후보는 이날 합의 후 기자들과 만나 “누가 단일 후보가 되더라도 한 캠프, 한몸이 돼 선거를 치르겠다는 약속을 지키겠다”고 했다. 안 후보도 “필요하다면 오 후보와 직접 만나 힘을 합칠 방법을 모색하겠다”고 했다.
앞서 안 후보와 제3지대 단일화 경선을 치렀던 금태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이날 입장문을 내고 “단일 후보가 선출되는 즉시 모든 힘을 보태겠다”며 “정권을 심판하는 게 이번 선거의 가장 큰 대의”라고 했다.
국민의힘 후보로 확정되기 전까지만 해도 안 후보에게 밀리던 오 후보는 최근 지지율이 상승세를 타면서 여러 여론조사에서 안 후보를 앞서기 시작했다. 대부분 오차범위 안이라 최근 단일화 협상 과정에서 불거진 양측의 갈등이 안 후보에게 동정론으로 작용하는 게 막판 변수가 될 수도 있다.
두 후보가 양보 경쟁을 벌이면서 야권 전체의 승리를 위해 한발 물러선 ‘희생의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를 선점하려 애쓴 것도 이 같은 상황을 의식했기 때문이다. 단일화 방식에 합의한 이날도 두 후보는 자신이 양보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등 명분 확보에 애썼다. 오 후보는 자신이 유선전화 10% 반영을 포기한 것을 언급하며 “실리 없는 바보 같은 결정을 했지만 홀가분하다”고 했다. 안 후보도 “협상이 교착됐을 때 (내가) 국민의힘 측이 요구하는 모든 조건을 수용하겠다고 말했고, 그래서 물꼬가 트인 것 같다”고 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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