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브레이브걸스 "용감한형제 '실패한 제작자' 꼬리표 떼주고 싶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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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1-03-22 08:25   수정 2021-03-22 08:27

[인터뷰+] 브레이브걸스 "용감한형제 '실패한 제작자' 꼬리표 떼주고 싶었죠"


지난해까지만 해도 가수로서의 마지막을 준비하고 있었다. '유종의 미'를 거두자는 마음으로 발표한 곡의 뮤직비디오에는 데뷔일과 팬클럽명을 새겨 넣었고, 음악방송에서 1위를 차지하는 콘셉트의 장면도 추가했다. 감히 예상하지 못한, 그저 꿈이자 바람이었다. 그러나 약 7개월 뒤 이 상상은 현실이 됐다. 놀랍고, 반가운 브레이브걸스의 기적이다.

숙소에서 짐을 빼고, 해체를 코앞에 두고 있었던 그룹 브레이브걸스(민영, 유정, 은지, 유나)에게 전성기를 열어준 곡은 4년 전 발매된 곡 '롤린'이다. '롤린'은 가수들의 무대 영상에 사람들이 남긴 댓글을 함께 보여주는 유튜브의 댓글 모음 채널에 소개되면서 주목을 받아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밀보드 차트(밀리터리 차트)' 1위 곡이라 불릴 정도로 군인들 사이에서 유명했던 '롤린'은 유튜브 알고리즘을 타고 급속도로 퍼지기 시작하더니 이내 각종 음원차트에 이름을 올렸다. 차츰 순위를 높여가며 역주행하던 곡은 아이유를 제치고 정상을 차지했다. 그 덕에 브레이브걸스는 음악방송에 재소환됐고 데뷔 후 첫 1위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최근 한경닷컴과 만난 브레이브걸스는 "이게 정말 무슨 일인가 싶더라. 지난해 발표한 '운전만 해'가 우리의 마지막 활동일 거라 생각했다. 끝일 줄 알았던 뮤직비디오에 '가요톱텐'에서 1위 하는 모습을 담았었는데 그게 현실이 됐다"며 싱긋 웃었다.
◆ 해체 직전 마주한 '롤린'의 기적

브레이브걸스는 2011년 데뷔한 1기와 2016년 재데뷔한 2기로 나뉜다. 역주행 기적을 일궈낸 멤버들은 2기 때 새 멤버로 합류했다. 2기는 7인조로 시작했으나 멤버들의 탈퇴를 겪으며 현재의 4인조로 축소됐다. 원년 멤버 전원이 탈퇴하는 등의 큰 변화를 겪었고, 이후 '롤린'을 발표했지만 성과는 크지 않았다. 유정, 은지, 유나가 KBS2 오디션 프로그램 '더 유닛'에 출연하며 재기를 노렸으나 이 또한 팀의 성공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활동 기회는 점차 줄어들었다. 2017년 '롤린' 이후 긴 공백이 생겨났고, 약 3년 5개월 만인 지난해 '운전만 해'를 발표했다. 은지는 "네 명이서 어떻게든 버텨서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해보자 하는 마음으로 나온 게 '운전만 해'였다. 그런데 그게 또 잘 안되면서 슬럼프가 크게 왔다. '나는 왜 이렇게 운이 없을까. 가수의 길이 정말 아닌가 보다'라는 생각이 들어 다른 일을 찾기도 했다. 다들 나이가 있어서 다른 일을 해야만 했는데 할 수 있는 게 없더라"며 팀 해체를 앞두고 막막했던 당시를 떠올렸다.

마지막 활동이라 생각하고 사활을 걸었던 만큼, '운전만 해'의 활동 결과는 유독 타격이 컸다고. 유나는 "3년 5개월의 공백을 겪으면서도 '이 일을 그만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는데 힘들게 겨우 준비해서 낸 '운전만 해'마저 잘 안되니 그제서야 딱 충격이 오더라. 취업 준비를 해야 하나 싶었다. 일단은 회사에 계약이 돼 있는 상태라 아무것도 할 수 없어서 커피 관련 자격증을 땄다. 그러다가 '롤린'이 하루 만에 팍 뜬 거다. 정말 어안이 벙벙했다"고 털어놨다.


유튜브에서 반응이 오기 시작했을 때 멤버들은 서로 '기대하지 말자'는 이야기를 했단다. 유정은 "상처받을 수 있으니까"라고 그 이유를 밝혔다. 민영 또한 "이러다 말겠지 싶었다. 그동안 온라인 상에서 숨은 명곡이라는 말이 몇 번 돌았던 적이 있다. 그래서 2018년에 '롤린' 뉴 버전을 다시 내기도 했는데 반응이 없었다"면서 "안 그래도 힘든데 희망을 가지면 괜히 더 상처받을까 봐 그냥 지나갈 거라는 생각을 했다. 처음엔 일부러 회사 분들하고 연락도 안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화력이 이전과는 확연히 달랐다. 영상 조회 수는 폭발적으로 급증했고, '롤린'은 타 역주행 곡들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음원차트 정상에 올랐다. 이어 음악방송 1위까지 거침 없었다. 은지는 "지금까지 활동했던 게 스쳐 지나가서 눈물이 많이 났다"면서 "내 가수 인생에서 1위 트로피를 받는 날이 올 거라고는 생각해 보지 못했다. 정말 행복했다"며 기뻐했다.

데뷔 후 1위 트로피를 품에 안기까지 무려 1853일이 걸렸다. 걸그룹 중에서는 가장 오랜 시간이 걸린 팀이었다. 보이그룹 중에서는 뉴이스트가 2613일 만에 지상파 1위를 달성한 바 있다. 이 말을 들은 유나는 "뉴이스트 분들이랑 비슷한 시기에 데뷔해 '뮤직뱅크'에서 같이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그땐 정말 다들 힘든 시기였는데"라며 감격했다. 이어 유정과 민영은 "뉴이스트가 잘 돼서 진심으로 축하하고 응원하는 마음이었다. 동시에 너무 부럽기도 했는데 우리도 역주행이라는 좋은 기회가 와서 행복하다"고 고백했다.
◆ "믿어준 용감한 형제에 감사…마음고생 그만하시길"

브레이브걸스는 용감한 형제가 브레이브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하고 선보인 첫 번째 걸그룹이었다. 그간 빅뱅, 애프터스쿨, 씨스타, AOA, 포미닛 등의 히트곡을 만들어낸 그였기에 첫 제작 걸그룹에 쏟아진 관심은 지대했다. 그러나 '히트곡 메이커'라는 명성에도 불구하고 브레이브걸스가 빛을 보지 못하면서 제작자로서는 고초를 겪어야만 했다. 브레이브걸스는 인터뷰 내내 용감한 형제를 향한 고마움을 표했다.

민영은 음원차트 진입 당시를 떠올리며 "대표님이 차트 진입한 화면을 캡처를 해서 '너도 이거 봤지?'라고 연락을 했다. 봤다고 하니 더 이상의 말은 하지 않고, 일단 오버하지 말고 지켜보자고 하더라. 음악방송 1위를 했을 땐 눈물을 흘릴 뻔 했다고 말씀하시더라"며 웃었다.

이어 그는 "우리가 전부 새로 영입한 멤버이지 않느냐. 대표님은 1기 브레이브걸스 때부터 쭉 고생을 해온 거다"면서 "작곡가로서 명성이 높은데, 제작자로서는 실패했다는 꼬리표를 떼어드리고 싶었다. 다른 가수들의 프로듀싱은 성공했는데 정작 본인이 만든 팀이 안 돼서 실패한 제작자라는 꼬리표가 붙은 게 화가 났다. 항상 좋은 곡이라는 확신이 있었고, 분명 다른 그룹들과는 차별화된 부분이 있어서 버텨온 건데 잘 안돼 속상했다"고 털어놨다.

계속해 민영은 "브레이브걸스가 오래된 그룹이고, 실패도 많이 했기 때문에 분명히 주변으로부터 내려놓으라는 말을 많이 들었을 거다. 대표님만이 우리를 믿어준 거다. 끝까지 놓지 않아 준 덕분에 이런 결과가 나온 거라고 생각한다. 참 존경스럽고 감사하다"며 "우리가 대표님의 설움을 풀어드린 것 같아서 좋다. 이제 대표님도 마음고생 그만하셨으면 좋겠다"며 미소 지었다.

유정 역시 "대표님이 항상 겸손과 감사를 강조한다"며 "요즘 들어 대표님이 존경스럽다. 나였다면 아무리 자존심이 걸려있다고 한들 이렇게까지 할 수 있었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며 용감한 형제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 브레이브걸스 곁엔 든든한 '리얼 아미'
"남들 다 안 된다고 할 때 저희를 끝까지 믿어준 용감한 형제 대표님 감사합니다. 대표님을 포함한 회사 분들에게도 감사합니다. 또 팬 여러분들, 국군장병, 예비역, 민방위 분들까지 모두 정말 감사드려요."
브레이브걸스의 수상 소감에서 유독 특별한 한 가지. 바로 군인들을 향한 인사가 빠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브레이브걸스는 활동이 없던 공백기 시절, 군 부대로 위문공연을 다니며 꾸준히 '롤린'을 불렀다. 전성기를 맞을 수 있었던 건 군 시절 브레이브걸스와의 추억을 잊지 않고 기억해 준 이들 덕분이었다. "이젠 우리가 브레이브걸스를 도와주자"며 시작된 뜨거운 지지는 '군인픽' 브레이브걸스를 '대중픽'으로 만들었다.


브레이브걸스는 군인들과의 '의리'를 변함없이 지키고자 했다. 코로나19가 끝나면 어디서 공연을 하고 싶냐는 물음에 유나는 한 치의 고민도 없이 "군대"라고 답했다. 그는 "국군장병 분들이 '롤린' 영상을 정말 좋아해 주셨다. 힘든 공백기 동안 위문공연을 다니면서 우리 역시 위로를 많이 받았다. 할 수 유일한 공연이었다. 그게 없었다면 공연할 일도, 함성과 위로를 받을 수도 없었을 거다. 힘든 시간을 군인분들이 채워주셔서 더 마음이 간다"고 말했다.

유정은 "예전에는 유명하신 분들이 '팬들 감사해요'라고 말하면 그 감정이 뭔지, 정말 있기는 한 감정인지 의아했다. 우리한테는 어색한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는 팬들을 사랑하고 고마워하는 마음이 어떤 건지 직접 느낀다. 팬들이 보내준 글을 하나하나 읽으면서 '이래서 많은 분들이 제일 먼저 팬들한테 감사하다고 하는 거구나'라고 깨닫는다"고 했다.
◆ '운전만 해'로 역주행 한 번 더!

'롤린'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운전만 해' 역시 차트에 이름을 올리며 재조명되고 있다. 유정은 "너무 듣기 좋고, 편안한 노래다. '롤린'이 신나고 청량감 넘친다면 '운전만 해'는 귀가 지치지 않고 편안하게 들을 수 있다"고 자신했다.

유나는 "파트별로 멤버들 목소리가 잘 어울린다"고 덧붙였고, 민영은 "'운전만 해'는 우리에게 의미가 있는 곡이다. 이것도 꼭 들어주셨으면 좋겠다"며 곡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멤버들은 "낮에는 '롤린'을, 밤에는 '운전만 해'를 들으시면 좋을 것"이라며 활짝 웃었다.

브레이브걸스는 기세를 이어 앞으로 계속해 나아갈 예정이다. 민영은 "하고 싶은 게 많다"며 "음악적으로도 좋다는 이야기를 많이들 해주신다. 더 좋은 음악으로 바로 인사를 드리고 싶다. 큰 관심을 가져주셔서 방송도 하다보니 부담감이 더 많아져서 다음 스텝에 대해 여러 생각이 든다. 2주 전까지만 해도 우리가 뭘 해먹고 살아야할지 고민이었다면 이제는 말, 행동 하나 하나 조심해야한다는 생각을 한다. 우리로 인해 희망을 가지시는 분들도 많이 생긴 것 같아서 더 잘해야하고 조심해야한다는 부담감이 생겼지만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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