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1위 게임업체인 중국 텐센트가 한국 게임사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첫 게임을 만들고 있는 신생업체 지분까지 사들여 입도선매할 정도다. 텐센트의 한국 게임산업 영향력이 지나치게 비대해지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텐센트는 최근 네이버의 손자회사인 라인게임즈에도 500억원을 투자했다. ‘드래곤플라이트’ ‘엑소스 히어로즈’ 등으로 유명한 게임업체다. 텐센트는 지난달 국내 게임사 로얄크로우에 177억원을 투자해 2대 주주에 올랐다. 로얄크로우도 신생업체로, 한창 첫 게임을 만들고 있다. 텐센트는 올 들어 액트파이브, 엔엑스쓰리게임즈 등 다른 중소 게임업체의 최대 주주에도 올랐다.
텐센트의 국내 게임산업 투자 확대는 신규 게임 지식재산권(IP)과 개발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중국 게임산업은 짧은 기간 급성장했지만, 세계 시장 지배력을 견고하게 다지기 위해서는 추가 IP 확보가 필요하다. 특히 텐센트가 글로벌 1위를 지키기 위해서는 한국을 비롯한 각국 유망 업체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텐센트가 세계 1위 게임업체로 발돋움한 것도 한국 게임 덕분이었다. 넥슨 자회사인 네오플의 ‘던전앤파이터’와 스마일게이트의 ‘크로스파이어’ 중국 내 유통으로 텐센트는 지금도 매년 수조원을 벌고 있다. 시장 분석업체 슈퍼데이터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글로벌 매출 1위 PC 게임은 던전앤파이터였다. 3위는 크로스파이어다. 텐센트가 아직도 한국 업체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다.
한국 업체도 텐센트와 손잡기를 희망한다. 텐센트를 등에 업어야 세계 최대 온라인 게임시장인 중국에 쉽게 진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펄어비스의 게임 ‘검은사막’, 넷마블의 ‘리니지2 레볼루션’ 등 중국 출시를 기다리고 있는 국내 주요 게임의 유통 판권도 텐센트가 갖고 있다.
텐센트는 2019년 ‘배틀그라운드’의 모바일 버전(배그 모바일) 중국 서비스를 중단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배그 모바일은 크래프톤과 텐센트가 공동 개발해 내놓은 게임이다. 텐센트는 배그 모바일의 서비스를 중단하고 자사가 개발한 유사 게임 ‘허핑징잉(和平精英)’을 그 자리에 밀어 넣었다. 이용자가 기존 배그 모바일을 업데이트하면 허핑징잉으로 바뀌도록 설정해 빈축을 샀다. 기존 배그 모바일의 이용자 정보도 그대로 가져갔다. 하지만 크래프톤은 아무런 문제 제기도 하지 않았다. 대신 로열티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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