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스는 완벽주의가 부른 '마음의 병'…'성공의 장면' 상상해 불안감 다스려라

입력 2021-03-22 17:13   수정 2021-03-23 00:51

‘바람의 손자’인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 외야수 이정후 선수가 최근 송구 입스(yips)를 겪은 사실을 고백해 화제죠. 이정후 선수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털어놓았습니다. “내야수로 입단했는데 송구 입스가 와서 가까운 거리 송구가 쉽지 않았다. 그래도 내야수를 해보겠다고 했다가 후회했다. 그러던 중 외야에 자리가 생겼고 외야수로 전향했다. 그 뒤로 마음이 편해지면서 경기가 잘 풀렸고 방망이도 잘 맞기 시작했다.”

흔히 입스라고 하면 골프를 떠올리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이정후 선수처럼 특정 동작의 실패에 대한 두려움으로 발생하는 신체적·심리적 불안 증상을 의미하는 입스는 종목을 가리지 않고 예고 없이 찾아오는 불청객입니다.

입스가 유독 골프에서 자주 발견되는 이유는 골프가 대표적인 ‘멘탈 스포츠’이기 때문입니다. 학자에 따라서는 골프는 80~90%가 심리적인 영향을 받는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실제로 샷을 수행하는 시간보다 스윙에 대해 생각할 시간이 많기 때문이죠. 심리적 요인이 많이 관여할 수밖에 없습니다.

1989년 미국 맥다니엘·셰인 박사가 펴낸 논문 ‘더 입스’에 따르면 훈련을 많이 해 골프 기술이 정교해질수록 입스에 걸릴 확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실력이 향상될수록 더욱 완벽을 추구하게 되고, 심리적 압박감과 실수에 대한 불안감이 증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2015년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는 공을 그린 주변에 보내고도 연달아 뒤땅을 쳐 칩샷 입스가 아니냐는 의심을 받았습니다. ‘남아공의 황태자’ 어니 엘스도 입스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는데요. 2016년 2월, 당시 메이저 4승 등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19승을 거뒀던 그는 출전하는 대회마다 50㎝ 안팎의 짧은 퍼트를 놓쳤습니다. 이후 “입스를 극복했다”고 자신했는데, 두 달 뒤 출전한 마스터스 토너먼트에서 60㎝ 거리를 남기고 여섯 번 퍼트해 고개를 숙였습니다.

입스를 경험하는 선수들은 불안으로 인해 순간적인 근육경련, 과도한 근육긴장, 심지어 몸이 멈춘 것 같은 느낌을 경험하기도 합니다. 이런 신체적 불안 증상이 고통스럽지만, 실제로 불안을 일으키는 중요한 원인은 실수를 두려워하며 최악의 상황을 걱정하는 왜곡된 생각임을 깨달아야 합니다. 자신감을 얻기 위해서는 수만 번의 좋은 스윙이 필요하지만, 자신감을 잃는 데는 단 한 번의 실수면 충분하다는 골프 격언처럼 말이죠. 실수를 지속적으로 반복할 확률은 실제로는 매우 낮은데도 계속 좋지 않은 결과를 예상하는 지나친 일반화의 오류가 불안을 키우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입스 증상은 연습을 많이 한다고 호전되지 않습니다. 실수에 대한 왜곡된 생각이 입스의 핵심적인 원인이기 때문입니다.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확대해석하지 말고 ‘공이 들어갈 수 있다’는 최상의 결과를 떠올려 생각의 균형을 맞춰야 합니다.

물론 가장 빠른 방법은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입니다. 입스는 인지행동 치료법으로 극복할 수 있습니다. 인지행동 치료는 공황장애, 사회불안장애와 같은 불안장애에서 효과를 인정받은 치료법입니다. 실수를 확대 해석하고,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지나친 일반화의 오류를 합리적으로 교정하는 인지적 재구성(cognitive restructuring) 과정을 통해 불안감을 조절할 수 있습니다.

윤동욱·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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