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그 잡고 음성으로 캐릭터 조종…게임은 AI가 뛰어 놀 종합예술"

입력 2021-03-22 17:17   수정 2021-03-23 02:40


“모든 게임회사 인공지능(AI) 기술의 궁극적인 목적은 이용자를 상대하는 캐릭터, 컴퓨터 등이 실제 사람과 같이 움직이게 하는 것입니다. 이에 이르기 위해선 음성, 자연어 처리, 비전 등 모든 분야에서 뛰어난 AI가 필요합니다. 게임이 AI업계에서 종합예술로 불리는 이유죠. 넷마블은 이 모든 분야를 선도하고 있습니다.”

김동현 넷마블 AI센터장은 지난 19일 한국경제신문과 서울 구로동 넷마블 본사에서 만나 이같이 말했다. 김 센터장은 넷마블과 자회사 코웨이의 AI 기술을 책임지는 넷마블 AI센터, 코웨이 DX센터의 수장이다. 김 센터장은 “현실에 적용하는 AI와 다르게 게임에 적용하는 건 물리적 제약이 전혀 없어 그 어느 분야보다도 빠르게 발전했다”며 “그중에서도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인 곳이 넷마블”이라고 강조했다.
경량화 음성인식 AI ‘모니카’
넷마블은 2014년부터 연구개발(R&D) 조직에서 AI 분야 연구를 시작했다. 2018년 AI센터를 따로 설립해 AI R&D를 본격화했다. 넷마블 AI센터는 두 개 조직으로 운영된다. 게임 개발 단계에서 AI 콘텐츠를 제작하는 ‘마젤란실’과 출시된 게임을 유지보수 및 운영하는 ‘콜럼버스실’이다. 미지의 영역을 개척한다는 의미에서 지은 이름이다.

넷마블 AI센터의 기술 중 가장 돋보이는 분야는 음성인식 AI다. 넷마블은 지난해 출시한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A3:스틸얼라이브’에 음성 명령 모드를 적용했다. 손으로 조작하지 않고 이용자의 음성만으로 게임을 할 수 있게 하는 시스템이다. 국내 게임업계 최초의 시도였다.

이를 위해 AI 기술 모니카(MONICA)를 개발했다. 딥러닝 기반 음성인식 시스템을 세계 최초로 모바일 게임에 적용 가능한 수준까지 경량화한 기술이다. 일반적으로 세상 모든 언어를 이해해야 하는 음성인식 프로그램은 모바일 기기에 담길 수준으로 가볍게 개발하기가 가장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모니카는 게임 명령어를 특화해 딥러닝을 하는 방향으로 개발됐다. 그만큼 가볍게 개발됐다. 김 센터장은 “모니카 개발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경량화’”라고 설명했다.

모니카의 경량화 기술과 활용도를 인정받아 넷마블은 지난해 주요 학회인 NIPS에서 국내 게임회사로는 유일하게 논문이 채택됐다. NIPS는 세계적 권위를 갖춘 AI 딥러닝 학회다. 모니카 기술을 담은 논문은 콘퍼런스 데모 세션에서 심사관 전원에게 ‘strong accept’를 받아 만점으로 심사를 통과했다.
게임 테스트에 쓰이는 AI
게임 난이도 조절에도 AI가 투입된다. 난이도 조절은 게임이 출시되기 전 꼭 거쳐야 하는 필수 코스다. 너무 어려워도 안 되고, 너무 쉬워도 안 된다. 게임 단계마다 조절하는 것도 중요하다. 대다수 게임사는 사람들이 직접 게임을 해보며 감으로 난이도를 조절한다. 넷마블은 이런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AI를 활용한다.

숙련자 초심자 등 실력을 구분해 사람처럼 플레이하는 AI를 개발하고 게임에 투입한다. 이들이 플레이하는 결과로 난이도를 최종 조율한다. 김 센터장은 “수적으로 사람이 난이도 사전 테스트를 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AI로 테스트하면 무한대에 가깝게 테스트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강화학습 기반 AI는 게임 내 어뷰저(핵 또는 버그)를 잡아내는 데도 쓰인다. 이상행동이 감지되면 AI로 해당 행동을 실행해 이용자가 할 수 있는 행위인지, 불법 프로그램인 ‘핵’으로 조작된 행동인지 테스트하는 방식이다. 사람이 일일이 테스트하던 과거에 비해 경제적 측면에서 효율적일 뿐만 아니라 테스트하는 사람의 주관마다 달랐던 ‘휴먼 에러’를 바로잡을 수도 있다. 김 센터장은 “수많은 데이터로 무장한 AI의 감각은 사람과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정확하다”고 말했다.
‘데이터 다양성’이 비결
김 센터장은 “넷마블 AI 고도화의 비결은 데이터 다양성에서 찾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넷마블은 국내 게임사 중 해외 매출 비중이 가장 높다. 지난해 4분기 기준 넷마블의 매출 67%는 해외에서 나왔다. 북미 33%, 유럽 12%, 동남아시아 10% 등이다. 장르도 다양하다. 롤플레잉게임(RPG) 33%, MMORPG 31%, 캐주얼 게임 24% 등이다.

“AI 알고리즘은 최근 오픈소스, 논문 등으로 대부분이 공개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AI 알고리즘으로 AI 기술의 향방이 갈리지 않아요. 데이터의 양과 데이터가 얼마나 다양한지가 기술 차별화의 핵심이란 얘깁니다. 넷마블의 데이터 다양성은 어느 게임사도 쫓아오지 못할 만큼 풍부합니다.” 김 센터장의 말이다.

조직 차원의 지원도 적극적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넷마블은 2020년 3분기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R&D에 3831억원을 사용했다. 이는 3분기 누적 매출(1조8609억원) 대비 20.6%로 업계 최고 수준이다. 연간 기준으로 환산하면 매출 약 2조5000억원 중 5108억원이 R&D 투자에 투입된다는 의미다. 김 센터장은 “R&D를 위해 논문 발표, 사내외 교육, 외부 투자를 통한 협업관계 구축 등 다양한 사업을 하고 있다”며 “아낌없는 투자로 지금보다 높은 수준의 기술을 구현할 것”이라고 말했다.

■ 김동현 센터장은

△1997년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 졸업
△1999년 서울대 조선해양공학 석사
△1999~2004년 현대중공업 산업기술연구소 연구원
△2004~2013년 다음 모바일게임사업본부장, tvPot 개발팀장, 신규 서비스 개발자
△2014년~ 넷마블 AI센터장
△2020년~ 코웨이 DX센터장(겸임)


구민기 기자 koo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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