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T 후속치료제 속속 등장…새로운 '암세포 사냥꾼'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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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1-03-22 17:20   수정 2021-03-23 01:40

CAR-T 후속치료제 속속 등장…새로운 '암세포 사냥꾼' 될까

미국 필라델피아에 사는 5세 소녀 에밀리 화이트헤드가 동네 병원을 찾은 건 2010년 5월이었다. 온몸에 생긴 멍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를 추적했더니, 혈액암의 일종인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이 원인이었다. 1년 넘게 치료했지만 상황은 좋아지지 않았다. 시한부 판정을 받은 에밀리에게 주치의는 ‘마지막 카드’로 임상시험을 제안했다. 2012년 노바티스가 개발 중인 키메릭항원수용제 T세포(CAR-T) 치료제 ‘킴리아’의 1호 임상시험 대상자가 된 것. 에밀리의 피에 흐르던 암세포는 투약 두 달 만에 완전히 사라졌다. CAR-T 치료제가 ‘기적의 항암제’로 불리게 된 배경이다.

킴리아가 첫 임상시험에 들어간 지 10년 가까운 시간이 흐르면서 CAR-T를 뛰어넘는 ‘기적의 항암제’가 속속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T세포 대신 NK세포와 대식세포를 활용, 기존 CAR-T의 한계를 극복하고 치료 대상을 대폭 확대하는 도전에 나섰다.

환자 맞춤 대신 범용 치료제 개발
녹십자셀은 각각의 환자 세포 대신 범용 타인제대혈세포를 활용한 CAR-CIK(cytokine-induced killer cells·사이토카인 유도 살해세포) 치료제 개발에 나선다고 22일 발표했다. CAR-T 치료제 제작과정은 ①환자 혈액에서 T세포 추출 ②T세포가 암 표적 단백질을 찾아가도록 유전자 조작 ③조작한 T세포 대량 배양 ④몸속에 조작한 T세포 주입 등으로 이뤄진다.

T세포는 면역계 소총부대로 꼽힌다. 유전자를 조작한 T세포가 정상세포는 그대로 두고 암세포만 찾아 ‘유도탄’처럼 공격한다. 효과가 좋지만 환자로부터 뽑아낸 세포를 사용해야 한다는 게 한계다. 미국에서 치료비만 47만5000달러(약 5억3700만원)에 이르는 이유다.

CIK는 암세포를 잘 공격하지만 다른 사람의 세포를 몸 속에 넣어도 면역 거부 반응이 크지 않다. 이를 활용하면 다른 사람의 세포로 미리 만들어둔 CAR-CIK를 냉동 보관했다가 언제든 여러 환자에게 투여할 수 있다.
美서 CAR-M 임상시험도 시작
2017년 킴리아가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은 뒤 지금까지 상용화된 CAR-T 치료제는 4개다. 모두 백혈병, 다발성골수종 등을 치료하는 혈액암 치료제다. 치료 효과가 80%에 이를 정도로 좋지만, 위암 간암 등 고형암 치료제로는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 후발주자들이 고형암 치료제 개발에 집중하는 이유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연구진이 세운 바이오기업 카리스마테라퓨틱스는 지난 18일 이에 대한 긍정적인 해답을 내놨다. T세포 대신 대식세포를 활용한 CAR-M(macrophage·대식세포)을 개발하기 위해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 1상 시험을 시작했다. CAR-M 치료제를 사람에게 투여하는 건 처음이다.

대식세포는 몸속 죽은 세포 등을 제거하는 청소부 역할을 한다. 이 세포가 암 덩어리를 직접 찾아가 없애기 때문에 고형암에도 효과를 낼 수 있다. 카리스마테라퓨틱스는 미국에서 재발·전이성 암 환자에게 첫 치료제를 투여했다. 유방암, 폐암 환자 등에 많은 HER2 돌연변이 양성 환자가 대상이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도 고형암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녹십자랩셀은 NK세포를 활용한 CAR-NK를 개발하고 있다. NK세포도 다른 사람의 세포를 활용해 범용 치료제를 개발하는 데 유리하다. 임상 1·2상을 진행하고 있다.

녹십자셀은 췌장암 등 고형암 치료를 위한 CAR-T 후보물질을 추가로 개발하고 있다. 내년 2분기 FDA에 임상 신청하는 게 목표다. 큐로셀은 국내 임상 단계가 가장 빠르다. 삼성서울병원과 협력해 다음달 임상 1상 환자에게 첫 투약을 할 계획이다. 앱클론도 CAR-T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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