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0억 번 현대제철, 배출권 구입비는 1571억…기업 부담 '눈덩이'

입력 2021-03-22 17:36   수정 2021-03-23 02:30

기아는 지난해 처음으로 1520억원의 온실가스 배출부채를 회사 재무제표에 반영했다. 회사 측은 미국에서 판매한 차량 중 연비 규제를 충족하지 못한 물량이 많아지면서 비용을 미리 예상해 부채로 잡았다고 설명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선 부채로 잡은 만큼의 탄소배출권을 미국 시장에서 사와야 한다는 뜻이다.

대폭 강화된 배출권거래제
22일 경제계에 따르면 올해부터 탄소배출권 거래제도가 대폭 강화되면서 철강, 자동차, 정유 등 탄소 배출량이 많은 국내 제조업체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탄소배출에 따른 재무 부담이 기업 실적까지 좌우하는 핵심 변수가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제3차 계획 기간(2021~2025년) 할당량을 공개했다. 정부는 탄소배출량 감축을 목표로 2015년부터 배출권거래제를 시행하고 있다. 온실가스 감축 의무가 있는 기업에 할당량을 준 후 기업들이 과부족분을 거래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연평균 탄소 배출량이 개별 업체 기준으로 12만5000t, 사업장 기준으로 2500t이 넘는 684개 기업이 적용을 받는다.

정부는 2015년부터 2년 단위로 1차(2015~2017년), 2차(2018~2020년) 계획 기간을 설정했다. 올해부터 시행된 3차 계획의 핵심은 기업의 유상할당 비중이 3%에서 10%로 대폭 늘어났다는 것이다. 1차 기간엔 기업에 할당량을 100% 무상으로 나눠줬다. 2차부터는 유상할당 비중을 3%로 설정했고, 3차부터는 10%까지 늘렸다. 총 69개 업종 중 41개 업종에 해당하는 기업들은 배정된 할당량의 90%를 무상으로 받고, 나머지 10%는 기업이 경매 절차를 거쳐 직접 돈을 들여 구매해야 한다.

한국거래소는 2015년부터 배출권 시장을 운영하고 있다. 할당량 대비 탄소 배출량이 많은 기업은 이 시장에서 배출권을 구매할 수 있다. 탄소배출권 구매 비용은 시장 수요와 공급에 따라 시시각각 변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제도 시행 첫해인 2015년 하루평균 5700만원이던 거래 대금은 지난해 9월 기준 28억원으로 50배 가까이 늘었다. 같은 기간 하루 거래량도 5100t에서 지난해 9월 기준 9만1400t까지 증가했다. 5년 새 거래량 규모가 18배 늘어난 것이다.

이날 기준 KAU20(2020년 배출권)은 t당 1만8500원에 거래됐다. 증권업계는 탄소배출권 제도 강화에 따라 올 하반기 탄소배출권 가격이 최소 3만원대 중반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기업들이 지금보다 두 배가량의 비용을 들여 탄소배출권을 구입해야 한다는 뜻이다.
재무부담 호소하는 제조업체
철강, 자동차 등 제조업체들은 탄소배출권 제도 강화에 따른 재무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기아처럼 일부 기업은 배출권 구매비용을 대거 배출부채로 이미 반영했다. 2019년 1143억원의 온실가스 배출부채를 쌓았던 현대제철은 지난해 1571억원까지 부채 규모가 늘었다. 작년 영업이익(730억원)의 두 배를 지급하고 탄소 배출권을 사와야 한다는 뜻이다.

배출부채는 일종의 충당부채로, 신뢰성 있는 금액 산정이 가능한 경우에 한해 회계에 반영한다. 지난해 재무제표에 이를 반영하지 않은 기업도 향후 추가로 배출부채를 반영할 가능성이 높다.

민간 기업뿐 아니라 한국전력 발전 자회사도 배출부채에 따른 재무 부담에 시달리고 있다. 2019년 기준 한전 발전 자회사 5곳(한국수력원자력 제외)이 회계에 반영한 배출부채는 6822억원에 이른다. 한전 발전 자회사 5곳은 포스코에 이어 탄소 배출량이 가장 많다.

올해 경기 회복으로 공장 가동률이 대폭 높아진다는 점도 기업들이 겪는 딜레마다. ‘가동률 상승→탄소 배출량 증가→배출권 구매비용 상승’으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공장 가동률을 70%대까지 줄여 상대적으로 탄소 배출이 적었던 정유 업체가 향후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철강·시멘트·석유화학 3개 업종에서만 탄소 중립 비용으로 2050년까지 최소 400조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된다.

단기간에 탄소배출량을 줄이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제조업체를 중심으로 한 국내 기업들의 재무 부담이 한층 더 커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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