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착취 세대갈등, 결국 세대전쟁? [여기는 논설실]

입력 2021-03-22 09:48   수정 2021-03-22 10:03


우리 옛말에 ‘부자(父子)는 함께 농사 못 짓는다’는 말이 있다. 효(孝)가 최고의 생활윤리, 사회규범이었던 시절에도 세대 차이는 있었던 것이다. 나이 든 부모의 경륜과 인내, 지혜가 젊고 활기 찬 자식의 힘과 열정, 모험이 조화되면 얼마나 좋겠나. 하지만 이상이다. 어느 집에서나 어느 사회에서나 어렵다. 그래서 세대 간에는 의견충돌이 생기고 대립구조가 형성된다. “요즘 젊은이들은 영...”이라는 기성세대의 한탄은 동서고금에서 보편적이었다고 한다.

현대 독일에서도 주목할 만한 일이 있었다. 히틀러 시대에 청소년 청년기를 보낸 이른바 ‘회의적 세대’와 그들의 자녀들인 ‘68세대’의 충돌은 심각한 사회적 문제가 됐다. 히틀러 유겐트로 뛰었던 구시대 아버지 세대와 전후 풍요 속에 자유롭게 자란 아들 세대가 부딪친 것은 필연적이기도 했다. 아들 세대는 아버지들이 패전의 폐허 속에 이룬 경제적 성취를 폄하했다. 오늘날 한국의 20 30 40 젊은 세대들이 ‘궤도 이탈 민주화’를 비판하는 것과 비교해볼 수 있겠다. 어떻든 당시 독일은 젊은 세대에게 더 많은 ‘사회적 발언권’을 주고 사회진출을 더 적극적으로 지원하면서 갈등을 수습했다.
◆위험투자에 나서는 2030… 정부·여당은 어떻게 볼까
세대갈등은 어느 시대 어느 사회에서나 나타나는 현상일 것이다. 하지만 지금 한국 사회에서는 그런 압력이 유난히 고조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어쩌면 지금은 초기일뿐, 압력이 한껏 고조되면서 터질 수 있는 사회적 뇌관은 아닌가 하는 걱정이 앞선다.

거듭 주목할 현상은 이른바 ‘영끌’‘빚투’다. 20~30대들의 생존 몸부림은 처연하다. 그래도 영끌이라도 할 수 있고 빚투라도 할 수 있다면 형편이 조금 나을지 모른다. 그것도 못 하는 젊은이들은 어떤 미래를 그리고 있을까 라는 데 생각이 미치면 갑갑할 뿐이다.

최근 몇 년간 일자리 통계는 다시 끌어대며 언급할 가치도 없다. ‘일자리 정부’라는 구호와 함께 출범한 현 정부 들어 늘어난 청년백수, 줄어든 버젓한 일자리, 공공일자리라고 선전하지만 기실 관제(官製)일자리의 급증 문제는 이제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文 정부 3년, 풀타임(주 40시간 이상 근무)일자리 195만개 증발, 고용의 질 갈수록 악화, 세금 쏟아 붓는 알바 단기 근로는 213만명 늘어’ 오늘(3월22일)자 한국경제신문 1면 톱기사 제목이다. 3면에는 이렇게 이어진다. ‘양질의 일자리 급감, 공공 알바로 눈가림… 세금으로 통계분식’ 작은 제목을 보면 무서운 지적은 더 계속된다.

해외주식 매입, 암호화페와 곱버스 투자…. 2030세대가 자본시장 고위험 지대를 넘나들며 모험적인 투자에 나선 게 한국만의 현상이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문제는 한국적 특수성, 혹은 한국 젊은 세대의 조금은 다른 세대심리다. 한국 2030세대의 ‘영끌’‘빚투’를 촉발시킨 일차 요인은 아무래도 급등한 부동산시장이라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일련의 헛발질 집값 대책에 주요한 원인이 있다. 청와대부터 지자체까지, 국회의원부터 시의원까지 여권 곳곳의 ‘반칙 투기’는 여기에 기름을 끼얹은 격이었다. "월급모아서는 집 마련이 어렵다"는 정도의 고충토로가 아니라, 이대로 가다보면 어느 날 ‘벼락거지’가 돼 있을 것이라는 한탄과 두려움이 젊은 세대에 폭넓게 퍼질만한 사회적 구조가 돼 있다.
◆세대착취… 개혁 방기한 국민연금이 대표적
‘세대착취’라는 개념에서 보자면 개혁을 방기한 국민연금이 대표적인 뇌관이다. 국민연금이 어떠한 구조로 설계돼 있는지, 그로 인해 어느 세대만 혜택을 누리는지 이제 젊은 세대도 최소한 대략은 안다. 급여 받아 법에 정해진 대로 열심히 연금 보험료 냈는데, 2040년부터는 기금이 적자를 내고, 예고된 기금 고갈시점도 점점 앞당겨진다는 데, 기꺼이 돈을 내고 싶은 젊은이들이 얼마나 되겠나. 기성세대 노후를 위해 내 젊음을 마냥 기여한다? 사리에 맞지도 않고 이 시대 현대와는 더더욱 맞지 않는 얘기다. 결과는 너무도 뻔한 상황이다.

국민연금만이 아니라 선심정책이 넘치는 건강보험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사회보험제도 전반이 그렇게 운용된다. 중앙정부, 각급 지자체, 공기업까지 다 곳간이 비어나는데도 확장재정은 멈출 줄을 모른다. 빚내기에 크게 의존하는 팽창재정은 정부 채무 1000조원 시대로 들어서지만 곳곳에서 현금살포에 골몰하고 있다. 미래세대 부담이 커진다는 비판과 경고는 묵살되고 있다. 이러한 세대착취는 언제까지 계속될 수 있을까.
◆20~40대의 실세586 공격, 더 거칠어질 것
이대로 가면 한국사회에서 세대 간 대립 갈등은 더 커질 것이다. 이미 빨간 불은 켜졌다. 자유주의 성향의 합리적 20~40대들이 586세대를 향한 비판과 공격도 한층 거세질 것이다. 지금은 집권 세력, 범여권의 실세 586들을 겨냥한 SNS에서의 외침 정도로 보이지만, 두려운 이 전쟁의 전선도 넓어지고 거칠어질 공산이 크다. 사회 전체가 미래를 보면서 미래세대를 위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 당장 눈앞의 과실을 다 따먹고 빚까지 내서 털어 먹고 말 일이 아니다. 급증한 잘못된 정치, 오도된 정책을 바로 잡지 못하면 회복불가다.

영끌 빚투에 대해 저금리 탓을 하거나 MZ세세의 특성 정도로 여길 일이 못 된다. 정부 여당은 ‘공정과 정의’ 같은 거창한 정치 구호가 왜 냉소거리로 전락했는지 냉철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다. 여권 실세그룹을 중심으로 586세대를 향한 2040세대의 불만과 비판을 보면 세대전쟁은 의외로 가까이 와 있다. 너무도 빠르게 진행되는 저출산고령화는 이를 부채질하는 구조적인 요인이다. 이런 판에도 정치권은 이들 세대의 미래부담을 키울 궁리만 할 것인가.

허원순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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