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첫 유죄…法 "이민걸·이규진 직권남용죄 인정"

입력 2021-03-23 18:06   수정 2021-03-23 18:30


‘사법농단’에 연루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현직 고위법관들에게 첫 유죄 판결이 나왔다.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은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은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다른 사법농단 재판에서 인정되지 않았던 직권남용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을 뿐만 아니라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 고영한 전 대법관과의 공모도 일부 인정된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놨다.
法 "통진당 소송 개입은 재판권 침해"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32부(부장판사 윤종섭)는 23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민걸 전 기조실장과 이규진 전 상임위원, 방창현 전 전주지법 부장판사와 심상철 전 서울고법원장 등 네 명에 대한 선고기일을 열고 이 전 기조실장과 이 전 상임위원에게는 유죄를, 방 부장판사와 심 전 원장에게는 무죄를 선고했다.

이 전 실장은 옛 통합진보당(통진당) 의원들의 지위 확인 소송에 개입하고, 국제인권법연구회 등을 와해시키려 한 혐의를 받는다. 이 전 상임위원은 헌법재판소 내부 기밀을 불법 수집하고, 옛 통진당 관련 재판에 개입한 혐의를 받는다.

심 전 원장은 옛 통진당 의원들의 행정소송 항소심을 특정 재판부에 배당하도록 지시한 혐의, 방 부장판사는 법원행정처의 요청을 받고 자신이 담당하던 옛 통진당 의원들 사건의 선고 결과와 판결 이유를 누설한 혐의다.

앞서 비슷한 재판을 받았던 전·현직 법관들은 다른 재판에 관여할 ‘직권’ 자체가 없기 때문에 ‘직권남용죄’가 성립할 수 없다는 논리가 적용돼 잇따라 무죄를 선고받았다.

하지만 이날 재판부는 판사의 사건 심리가 어느 정도 진행됐는지 등에 따라 직권남용죄 적용 여부를 달리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특정 사건을 담당하는 판사가 핵심 영역에 속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아무런 판단을 안 내렸을 때 법원행정처가 먼저 연락해 지적, 권고하는 경우는 사법행정권 보호법익을 침해했다고 볼 수 없다"며 "그러나 판사가 핵심 영역에 속하는 부분에 대해 결정을 내린 뒤 이를 바로잡기 위해 결정을 취소하라거나 다시 하라고 권고하는 것은 직권남용죄의 요건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이어 "재판 사무를 담당하는 판사는 다른 사람으로부터 지시 받는 데 익숙해져선 안 된다"며 "법원행정처의 통진당 소송 개입은 재판권 침해"라고 판단했다.

이 전 위원이 헌재 내부 정보를 수집한 혐의에 대해서도 "이 전 위원이 해당 문건들에 대해 요청하는 것은 일반적인 직권에 속하는 것"이라며 직권남용죄를 인정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과의 공모도 일부 인정
이날 재판부는 현재 사법농단 사건으로 1심 재판을 받고 있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박·고 전 대법관과 이 전 기조실장 등의 공모관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 전 기조실장과 이 전 상임위원의 공소사실에는 양 전 대법원장 등과 공모해 2014년 12월부터 2016년 3월까지 통진당 행정소송 재판에 개입한 혐의 등이 적시돼있다.

재판부는 "주요 문건 작성 지시 및 보고로 하나의 직무 수행지시를 이룬다고 볼 수 있다"며 "양 전 대법원장과 박·고 전 대법관의 공모가 일부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또 양형이유를 밝히면서 "이민걸 전 기조실장의 역할은 사법행정조직에 비춰 제한적일 수밖에 없고, 중복적으로 조치를 취한 사람은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라고 했다. 또 이규진 전 위원에 대해서도 "그 역할과 책임이 가볍다고 볼 수 없지만 이를 주도한 것은 박병대 전 대법관과 임종헌 전 차장"이라고 말했다.

선고 직후 취재진과 만난 이민걸 전 기조실장은 "아직 재판 중이어서 얘기를 못한다"며 말을 아꼈다. 항소를 제기하겠단 뜻으로 풀이된다.

이날 유죄를 선고받은 이민걸 전 기조실장과 이규진 전 상임위원은 현재 모두 퇴직한 상태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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