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설의 경영칼럼] "우리는 데이터다"

입력 2021-03-23 17:09   수정 2021-03-24 08:48

선거철 개인들은 오랜만에 존중받는다. 한 표이기 때문이다. 비즈니스 세계에선 휴대폰 번호가 나를 대신한다. 나는 소비 흔적으로 남는 결제금액이기도 하다. 소셜미디어에선 터치하는 모든 것이 기록된다. 사람이 존중받는 것은 이제 의미있는 ‘데이터’로서다. 현대인은 모두 데이터요 익명의 바코드 신세다.

내가 데이터인 이유는 누군가 나의 정보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글, 페이스북,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 같은 첨단 테크기업이 나의 데이터로 돈을 벌고 있다. 이 회사들이 ‘기가 막히게’ 내가 원하는 콘텐츠를 찾아 다시 내게 권하고 있는 것은 내가 그들에게 제공한 데이터 덕분이다. 그러나 그 어떤 테크기업도 정보자산을 생산하는 사용자들에게 보상하는 법은 없다.
첨단 테크기업 살찌우는 원재료
최근 차세대 신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는 ‘마이 데이터 사업’은 바로 이런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명분으로 출범한 것이다. 데이터3법이 지난해 1월 통과되며 법적 근거를 갖췄고 마이데이터 1차 사업자 선정도 올 1월 마쳐 본격적인 서비스 준비도 끝냈다. 이제 개인들이 자기 데이터의 주인이고 이들이 매일 생산하는 데이터가 새로운 산업의 쌀이 될 것이란 호들갑도 많다.

그런데 아무리 둘러봐도 데이터 생산의 주체인 개인들이 돈을 벌 가능성은 잘 보이지 않는다. 정부가 주도해서 그런지 여전히 공급자 중심 사고에 빠져 있다. 고객들이 익명, 비식별 데이터를 제공하면 이를 거대한 서버에 모아두고, 그것을 잘 분석해 고객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식이다.

이런 사고는 모순에 빠지게 돼 있다. 개인정보보호 문제와 상충된다. 보호 이슈 때문에 개인의 내밀한 정보는 줄 수 없고 그러다 보니 알맹이 없는 정보만 제공하게 돼 있다. 지난달 나온 정부의 ‘마이데이터 가이드라인’을 보면 카드 등의 주문내역정보의 경우 가전/전자, 도서/문구, 패션/의류 등 12개 분류에 국한한 정보만 마이데이터 사업자에게 줄 수 있다. 언제 얼마짜리 어떤 색깔의 휴대폰을 샀는지는 알 수 없고 ‘3월 전자제품 구매했음’ 정도만 공유되니 어떤 사업자가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겠나.
개인이 돈 벌어야 '마이데이터'
금융서비스도 허울뿐이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국내 저축성예금 2억2020만 계좌 가운데 평균잔액 1억원 이하인 계좌가 99%나 된다. 평균잔액은 217만원에 불과하다. 맞춤형 금리상품이 나온들 무슨 유인이 되겠나.

해결의 실마리는 데이터의 주권에 있다. 글자 그대로 ‘마이 데이터’가 되려면 개인별 스마트폰을 ‘저장소’이자 ‘거래소’로 만들어야 한다. 한 개인의 일생을 텍스트로 저장할 경우 1GB 정도면 된다고 한다. 이미 각자가 그 저장소를 들고 다니고 있다.

게다가 스마트폰에는 금융, 쇼핑, 의료, 오락, 위치 정보는 물론 학습, 소셜활동까지 모든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기록되고 있다. 이런 비매(非賣) 정보는 기업들이 확보만 하면 엄청난 사업 기회를 가질 수 있는 진성 데이터이기도 하다. 개인의 모든 정보를 비식별 부호로 처리해 저장해두고 이를 암호상태로 기업에 제공할 수 있다면 진정한 마이 데이터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이미 이런 기술을 개발한 회사가 나오고 있다.

마이 데이터 산업은 ‘킴벌라이트’다. 결정체에 불과한 성분을 다이아몬드로 키우는 모암(母巖) 말이다. 데이터의 주권을 개인, 더 구체적으로는 스마트폰에 주면 된다. 개인이 자신의 데이터를 거래할 수 있다는 사실에 눈을 뜨면 신시장이 열릴 것이다. 그래야 진정한 마이 데이터 시대가 열린다. 나는 데이터다. 그러나 그 주인이기도 하다.

yskw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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