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주 펀드의 부활…주식형 평균 수익률 추월

입력 2021-03-23 17:30   수정 2021-03-24 00:38

“가치투자의 시대는 다시 온다.”

한국을 대표하는 가치투자자인 이채원 전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사장이 지난해 12월 자리에서 물러나며 한 얘기다. 당시 이 전망을 귀담아들은 사람은 많지 않았다. 성장주가 여전히 득세하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최근 3개월간 국내 가치주 펀드에서 9214억원이 빠져나간 게 이를 잘 보여준다.

찬밥 신세였던 가치주 펀드의 ‘반전 시나리오’가 현실화하고 있다. 가치주 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이 최근 주식형 펀드 평균 수익률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가치주 펀드 수익률은 20%를 넘었다. 코스피지수가 연초 이후 5% 정도 오른 데 그친 것과 대비된다. 가치주 득세의 배경인 금리 상승 등이 추세적으로 이어질 전망이어서 이 같은 흐름이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가치주 펀드 수익률 ‘급등’
23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설정액이 10억원을 넘는 국내 가치주 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평균 7.43%였다. 같은 기간 해외주식형 펀드 수익률(3.22%)을 4%포인트 넘게 웃돌았고, 국내 전체 주식형 펀드 수익률(4.97%)도 넘어섰다.

가치주 펀드 수익률은 최근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가치주 펀드와 국내 주식형 펀드의 최근 1년간 평균 수익률은 각각 82.28%, 106.76%로 국내 주식형 펀드가 한참 앞섰다. 올초 이후 수익률도 지난달 초 기준으로는 각각 5.93%, 6.68%였다. 그러나 이달 초에는 연초 이후 수익률이 각각 7.52%, 7.26%로 가치주 펀드가 앞서기 시작했고 이후 점점 격차가 벌어졌다.

펀드별로 보면 ‘한국밸류10년투자어린이’ 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이 20.55%로 가장 앞섰다. 이 상품은 ‘어린이가 먼 훗날 어른이 됐을 때를 염두에 두고 장기 투자한다’는 콘셉트로 만들어진 펀드다. 이어 ‘에셋플러스코리아리치투게더 펀드’(16.14%), ‘마이다스액티브가치 펀드’(14.89%), ‘미래에셋TIGER우량가치 상장지수펀드(ETF)’(14.47%), ‘한국밸류10년투자 펀드’(14.39%) 등이 뒤를 이었다.
금리 상승으로 가치주 매력↑
가치주 펀드 수익률이 반등하는 건 최근 시장 금리가 급등한 것과 관련 있다.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최근 연 2.0%에 다가서고 있다. 테슬라 같은 성장주는 먼 미래에 벌어들일 것으로 기대되는 이익이 주가에 반영되기 때문에, 금리가 오르면 이익 할인율이 높아져 부정적 영향을 많이 받는다.

반면 주가수익비율(PER), 주가순자산비율(PBR) 등 단기간에 가시화될 수 있는 이익이 중시되는 가치주의 매력은 상대적으로 높아진다. 최근 유동성 회수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진 것도 가치주 강세를 부채질하고 있다.

윤정환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매니저는 “작년에는 매출 증가율이 높은 기업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좋은 평가를 받았는데, 올해는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잘 나오는 기업으로 증시의 무게 중심이 이동하고 있다”며 “지난달 이후 성장주가 조정을 많이 받았지만 가치투자 포트폴리오는 수익률을 성공적으로 지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코스피 PER, 14배 부근 정체
지난해 주가가 많이 올라 증시의 밸류에이션 부담이 높아진 것도 가치주 선방의 배경으로 꼽힌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전체 PER(12개월 예상 순이익 기준)은 최근 14배를 중심으로 오르내리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처음 터진 지난해 3월 말 바닥을 찍은 뒤 계속 높아져 지난해 말께 14배 근처에 도달한 뒤 더 이상 높아지지 못하고 있다. 밸류에이션 부담은 성장주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가치주 펀드가 수익률을 극대화하려면 성장주 평가 기준인 ‘먼 미래의 수익성’을 일정 부분 수용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성장주와 가치주의 밸류에이션 괴리가 해소되고 나면 성장주 상승세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강방천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장은 “최근 단기 실적이 잘 나오는 기업의 투자 매력도가 올라갔을 뿐 장기적으로 성장할 기업의 전망이 훼손된 건 아니다”며 “플랫폼 비즈니스의 잠재력을 가치투자 철학에 반영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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