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여년 생명보험 한길 '교보생명'…디지털 전환으로 퀀텀점프 노린다

입력 2021-03-24 15:14   수정 2021-03-24 15:16


교보생명은 1958년 설립 이후 생명보험 한길을 걸어오며 한국 보험시장을 이끌어온 대표 생보사로 꼽힌다. 총자산이 125조원을 넘는 교보생명은 국내 생보시장을 주도하는 핵심 보험사 중 하나다. 회사 설립 이후 대주주가 바뀌지 않고 외부 지원 없이 독자적으로 성장해온 금융회사로도 잘 알려져 있다.

초저금리 기조의 장기화, 새로운 국제회계기준(IFRS17)과 신(新) 지급여력제도(K-ICS) 도입 등으로 보험업계는 전반적으로 어려운 경영 환경을 맞고 있다. 하지만 교보생명은 수익성과 안정성 측면에서 꾸준히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에는 한발 앞선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을 통해 보험업을 혁신하고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등 업계의 패러다임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고객 보장 중심 보험문화 선도”
교보생명은 가입자가 누리는 ‘보장 혜택’에 초점을 맞춰 생명보험의 본질에 충실한 원칙 경영을 펼쳐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차별화된 ‘고객 중심 경영’을 통해 소비자의 기대를 만족시키고, 시장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함으로써 고객과의 상생(相生)에 주력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회사의 기업문화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는 ‘평생든든 서비스’다. 교보생명이 2011년부터 기존 가입자의 만족도를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춰 시작한 서비스다. 모든 재무설계사가 소비자를 정기적으로 찾아 보험의 보장 내용을 다시 설명해 주고, 보험금을 받을 수 있었던 사고나 질병이 없었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신규 계약을 늘리는 데만 집중하고 막상 가입 후에는 관리가 소홀해지곤 했던 보험업계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겠다는 뜻에서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판매 중심의 영업문화를 고객 보장 중심으로 바꾸겠다는 의지가 반영돼 있다”고 했다.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은 평소 “보험 가입은 서비스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고 강조해 왔다. 신 회장은 “세일즈(영업)에만 집중하는 것은 잘못된 문화”라며 “보험을 파는 회사가 아닌, 고객을 보장하는 회사가 돼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교보생명 재무설계사들은 평생든든 서비스를 통해 매년 150만 명의 가입자를 직접 만나고 있다. 평생든든 서비스를 벤치마킹하는 보험사가 늘면서 업계의 영업문화를 바꾸는 ‘촉매제’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회사 측은 “가입자들이 적절한 시기에 실질적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고객별 맞춤 서비스를 통해 더욱 내실 있는 유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원칙 경영’으로 알짜 순이익 내는 회사
교보생명은 외형 경쟁보다 내실 성장에 중점을 두고 장기적 관점에서 ‘고객 중심, 이익 중심’이라는 경영전략을 일관되게 펴고 있다. 저축성보험에 몰두하던 일부 생보사와 달리 교보생명은 생명보험 본연의 가치에 충실한 중장기 보장성보험 중심의 상품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 종신보험, CI(치명적 질병)보험 등 보장성보험 비중이 50%를 넘고 단기 저축성보험 비중은 10% 수준에 불과하다.

가입자에게서 받은 돈을 불려 나가는 자산운용 측면에서도 좋은 실적을 보여주고 있다.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철저한 리스크(위험) 관리에 기반한 자산운용을 강조하고 있다. 교보생명 측은 “아무리 작은 투자라도 반드시 투자자산심사위원회의 개별 심사를 거친 후 투자를 결정한다”며 “부실 자산 비중이 업계 최저 수준”이라고 했다. 교보생명이 매년 4000억~6000억원대의 순이익을 내는 등 탄탄한 경영 성과를 올리는 비결이다. 지난해에도 코로나19 사태와 초저금리 장기화 등에도 불구하고 4778억원(연결 기준)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요즘 교보생명은 미래 신성장동력 발굴을 위한 신사업 진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2019년 7월 ‘이노스테이지(INNOSTAGE)’ 출범을 통해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을 통한 헬스케어 플랫폼 사업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또 생보부동산신탁을 100% 자회사로 편입함으로써 계열사 간 협업 강화와 사업 다각화에 나섰다. 최근 미얀마를 시작으로 동남아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하는 한편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해 디지털 전환 작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국제 신평사 신용등급 ‘금융권 최고 수준’
보험사의 재무 건전성을 보여주는 핵심 지표는 지급여력(RBC) 비율이다. 가입자에게 보험금을 제대로 지급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숫자다. 교보생명의 RBC 비율은 333.4%(2020년 말 기준)로 업계 최상위권을 기록했다. 자기자본이익률(ROE) 역시 2004년 이후 국내 대형 생보사 가운데 줄곧 1위를 지키고 있다.

교보생명은 2015년 국내 생보사 최초로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로부터 ‘A1’ 등급을 받았고 6년 연속 이를 유지하고 있다. A1 등급은 전체 21개 신용등급 중 다섯 번째로 높은 것으로 세계적 금융회사인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이다. 회사 측은 “탄탄한 재무 건전성과 리스크 관리 역량을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피치에서도 2013년 국내 생보사 처음으로 ‘A+’ 등급을 받은 이후 8년 연속 유지하고 있다.

국내 3대 신용평가사인 나이스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 한국신용평가의 보험금 지급능력 평가에서도 최고 등급인 ‘AAA’를 획득했다. 금융당국이 지난해부터 시행한 ‘금융그룹 통합 공시’에서도 교보생명의 자본 적정성 비율은 343%(2020년 3분기 기준)를 기록, 공시 대상인 6개 금융그룹 가운데 가장 뛰어난 것으로 평가됐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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