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시장 흔드는 反中정서

입력 2021-03-24 17:24   수정 2021-04-01 18:43


SBS와 새 월화 드라마 ‘조선구마사’ 제작사가 24일 사과문을 내고 이 드라마를 다음주에 결방한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방송된 1, 2회차 주문형비디오(VOD)와 재방송도 중단하고 전체적인 내용을 재정비하기로 했다. 첫회 방영 직후 불거진 중국식 소품 및 의상 사용 논란 때문이다. 조선구마사는 조선을 집어삼키려는 악령과 이에 맞서는 인간의 혈투를 그린 작품이다. 충녕대군이 서역에서 온 구마 사제를 기생집에서 대접하는 장면에 비난이 쏟아졌다. 월병, 피단(삭힌 오리알) 등 중국 전통음식이 차려진 술상이 나왔다. 태종이 아버지(태조)의 환시를 보고 백성을 학살하는 설정도 나와 역사 왜곡 논란까지 커졌다. 방송사 측이 "국내 자본으로 만들었다"고 해명했지만 나주시를 비롯해 삼성전자, 에이스침대, 코지마 등은 제작 지원 및 광고를 철회하고 나섰다.

반중(反中) 정서가 국내 드라마 시장을 강타하고 있다. 제작사들은 드라마에 중국 음식, 브랜드 등을 간접광고(PPL)로 잇달아 넣고 있다. 이에 대한 시청자의 반감은 크다. 단순히 시청 중단에 그치지 않고 방송 중단까지 요구하고 있다.
“문화 동북공정 빌미 제공”
조선구마사에 앞서 다른 작품들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tvN의 ‘빈센조’와 ‘여신강림’에는 각각 중국 비빔밥, 훠궈를 먹는 장면이 나와 많은 비판이 일었다. 이 같은 현상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국내 드라마 시장에 미치는 중국 자본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져서다. 중국 기업들은 제작 지원과 협찬 등 다양한 방식으로 국내 드라마에 투자하고 있다. ‘중국판 넷플릭스’로 불리는 중국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아이치이는 지난해 50여 편의 한국 콘텐츠 판권을 사들였다. 첫 오리지널 한국 드라마 ‘간 떨어지는 동거’도 제작한다.

하지만 시청자들의 반중 정서는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 중국 브랜드의 지나친 PPL로 역사를 왜곡하고 작품성을 훼손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중국이 한복, 김치 등 우리의 전통문화를 자신들의 것이라고 주장하며 ‘문화 동북공정’을 펼치고 있어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이날 SNS에서 “중국 네티즌들이 웨이보를 통해 ‘당시 한국의 전형적인 모습’이라며 조선구마사 장면을 옹호하기 시작했다”며 “동북공정을 펼치고 있는 중국에 또 하나의 빌미를 제공한 셈”이라고 주장했다.
“중국 협업 불가피” vs “고증 철저히”
제작사들은 중국과의 협업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드라마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으려면 막대한 제작비를 쏟아부어야 하기 때문이다. 한 제작사 관계자는 “자금 조달을 위해 넷플릭스에 콘텐츠 판매 등을 하고 있지만 언제까지 넷플릭스에만 의존할 순 없다”며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령)이 해제될 때에 대비해 중국 업체들과 관계를 이어가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중국 OTT와의 협업도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넷플릭스엔 콘텐츠를 판매하고 나면 그에 관련된 대부분의 권한을 줘야 하지만, 중국과의 계약에선 중간 단계로 협의할 수도 있다. 제작사 관계자는 “일정 부분만 권한을 주면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장점이 크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협업을 하더라도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역사적·문화적인 문제는 돈을 넘어서는 것”이라며 “투자를 받기 위한 것이라고 해도 드라마에 무엇이든 다 할 수 있는 건 아니다”고 지적했다. 또 “사극은 과거 역사의 힘을 빌리는 것이기 때문에 보다 책임 의식을 갖고 철저한 고증을 통해 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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