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SK바사 열풍이 남긴 것들

입력 2021-03-24 18:02   수정 2021-03-25 00:26

“오전에 SK바이오사이언스 주식을 팔았는데 오후가 돼도 계좌에 돈이 들어오지 않아요. 혹시 제가 주문을 잘못한 건가요?”

SK바이오사이언스 상장 이튿날인 지난 19일. 한 인터넷 커뮤니티의 주린이(주식+어린이, 초보 투자자) 게시판에 다급한 질문이 올라왔다. 곧바로 선배 주린이들의 친절한 답변이 달렸다. “주식을 팔면 2영업일 뒤에 돈이 들어옵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이어진 질문자의 대답. “아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오늘 계획했던 소고기 파티는 아쉽지만 다음주로 미뤄야겠네요.”
주식중심 문화 자리잡기 시작
주식 공모 시장에서 각종 신기록을 쏟아낸 SK바이오사이언스 열풍이 불러온 에피소드다. 공모주 청약은 물론이고 주식 매매 자체를 이번에 처음 해본 투자자도 많았을 터다. 청약에 참여한 계좌 수만 240만 개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으니 그럴 만도 하다. 물량의 절반은 청약증거금에 상관없이 최소 1주씩 나눠주는 균등배분제를 적용한 영향이 컸다. 가족 명의를 총동원해 6개 증권사에 분산 신청한 사례도 많았다. 이틀 새 증거금으로 63조원이나 몰린 것 역시 사상 최고였다.

지난해 불붙은 공모주 열풍은 해가 바뀌어도 여전하다. 올 들어 청약증거금으로 들어온 자금만 150조원을 넘겼다. 아직 1분기도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작년 한 해(295조원)의 절반을 넘어섰다. 열기가 워낙 뜨겁다 보니 증시에 입성만 하면 상한가로 직행하는 걸 당연하게 여기는 초보 투자자들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상장 직후 차익을 챙기고 한꺼번에 빠져나오는 개미들이 시장 분위기만 흐려놨다는 불평도 나온다. 일부 증권사는 폭증한 투자자들에 대비해 서버 용량을 키우느라 분주하다.

여러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부동산에 치우쳐 있던 국내 가계 자산이 주식으로 이동하는 것은 분명 긍정적인 현상이다. 최근 주식 입문서 《좋은 주식, 나쁜 주식》을 펴낸 이남우 전 메릴린치 한국대표는 “드디어 한국에 주식 중심의 문화(equity culture)가 생기다니 반가운 일”이라고 했다.
선순환 투자 주역은 혁신기업
공모주 시장은 이렇게 뜨겁지만 최근 동·서학 개미들의 투자심리는 작년만 못하다. 이달 들어 유가증권시장의 하루평균 거래대금은 2월보다 20%가량 줄었다. 개인 거래 비중 역시 지난해 70%를 웃돌다 최근엔 60% 아래로 내려왔다. 증시 조정에 조바심을 내는 개인투자자가 부쩍 늘었다.

증시가 잠시 출렁이는 건 걱정할 일이 아니다. 우량기업에 투자했다면 인내심을 갖고 기다리면 된다. 이 전 대표의 조언처럼 “주식 투자는 좋은 기업을 매수해 기다리는 시간과의 싸움이고, 때로는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투자자들의 가슴을 설레게 할 혁신기업이 한국 증시에 계속 등장할 수 있느냐다.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자녀 수) 0.84명으로 세계 201개국 중 꼴찌인 나라. 반(反)기업 법안과 규제를 연일 쏟아내는 국회와 정부. 실패를 용인하지 않는 사회 분위기. 답답한 국내 현실과 반대로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바이오, 핀테크 분야 등에서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뉴 페이스’들이 뉴욕증시와 나스닥에 앞다퉈 이름을 내미는 것을 보면 부러움이 앞선다. 강방천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장은 《강방천의 관점》이란 책에서 “주식 투자는 ‘미래의 꿈’을 먹고사는 것”이라고 했다. 세계 시장에서 미래 1등을 꿈꾸는 기업들 없이는 건전한 주식 문화 정착도 기대하기 어렵다.

bon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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