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움 모르는 내로남불 정치…'나는 옳고 너는 틀렸다'

입력 2021-03-25 16:56   수정 2021-03-25 17:33



"내가 정의롭다고 믿을수록, 또 이러한 믿음에 만족할수록 나는 덜 정의롭다."

프랑스의 철학자 제라르 벵쉬상의 말대로 신념에 갇혀 성찰할 줄 모르는 이들로 인해 현실 정치에 실망하는 국민들이 늘고 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조국 사태 등을 비판할 때 본인에게 많은 힘이 됐다고 극찬한 유창선 시사평론가가 '누가 뭐라 해도 내가 옳고 내가 선이다'라는 신념을 지키고 불굴의 의지를 드러내는 이들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담아 '나는 옳고 너는 틀렸다(인물과사상사)'를 발간했다.

'나는 옳고 너는 틀렸다'는 출간 일주일 만에 2쇄에 돌입했으며 교보문고, 예스 24, 알라딘 등에서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진입했다.

유창선 평론가는 "자신의 신념을 과신하지 말고 내가 행했을 수 있는 불의를 끊임없이 의심해야 한다"면서 "내가 잘못했을 수도 있음을 어째서 생각하지 못하는 것인가"라고 지적한다.

이어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은 민주주의자가 될 수 없다"면서 "정치적 반대편에 서 있는 사람들에 대한 증오와 경멸의 감정이 여과 없이 표현되는 것은 자신만이 옳다고 생각해 자신의 생각만을 절대적 진리로 여기는 ‘정치적 신앙인’이 너무 많아졌기 때문이다"라고 말한다.

'나는 옳고 너는 틀렸다'는 극단과 광기가 난무하는 문재인 시대를 비판한다. 유창선 평론가는 "문재인 정부는 대화와 타협은커녕 민주주의를 무너뜨리는 행태를 계속해왔다"면서 "문재인 정부의 집권 세력은 우리만이 선이고 우리만이 옳다는, 성찰과 회의를 모르는 독선의 정치를 해왔으며 부끄러움을 모르는 내로남불의 정치를 해왔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촛불 정부’를 자처했던 문재인 정부에서는 나와 생각이 다르면 적폐라고 단죄되고, 의견이 다르면 토착 왜구라고 낙인찍힌다. 민주주의의 기본인 소통과 공론의 장은 사라졌고, 서로가 극단적인 자기주장만 반복해서 외친다"면서 "우리는 과거보다 심하게 분열되었고, 극단의 시대에 갇혀버리고 말았다"고 비판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는 그래도 ‘착한 권력’인데, 왜 야당을 비판하지 않느냐고 말하는 독자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면서 "현재의 권력을 비판한다는 것이 야당에 문제가 없다는 의미는 전혀 아닐 것이다. 다만 한국 정치의 과거에 대한 책임을 보수 야당에 물었다면, 적어도 오늘에 대한 책임은 현재의 집권 세력에 묻는 것이 균형 있는 태도다. 더구나 현재의 집권 세력은 대통령, 행정부, 국회, 지방자치단체, 지방의회 등에 이르기까지 절대적인 힘을 갖고 있는 권력이 아니던가"라고 설명했다.

박근혜 정부 시절이던 2016년 말의 겨울, 나라의 기본이 무너진 상황에서 국민들은 “이것이 나라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촛불을 들었다. 이제 새로운 역사가 쓰일 것이라는 기대가 가슴속에 충만했다.

제19대 대통령으로 취임한 문재인에 대한 지지율이 80퍼센트를 넘었던 현상은 그 기대가 얼마나 컸던지를 말해준다. 정권만 쥐면 권력에 도취되는 한국 정치사의 악순환에 종지부가 찍히기를 간절히 소망했다. 그것이 문재인 정부의 역사적 소명이었다. 그러나 갈등은 격화되었고, 국민들은 실망에서 체념으로, 다시 절망으로 끝없이 추락했다. 극단과 분열의 상처가 깊어만 가고 있는 역사의 아이러니는 국민들을 비통하게 만든다.

유창선 평론가는 "문재인 정부와 그 지지자들은 무엇이 잘못되었는지에 대해 성찰할 줄 모른다"면서 "오직 비판자들을 악마로 만들어버리는 선악 이분법을 구사한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정부는 청와대의 기강 해이가 연이어 물의를 빚어도, 부동산 정책이 실패했어도, 조국 사태가 일어났어도, 추미애와 윤석열이 갈등을 했어도, 민주당 광역단체장들의 성추행 사건이 일어났어도, 입법 독주를 했어도, 결국 문제의 출발은 그렇게 단추를 채웠던 집권 세력의 책임이었건만, 좀처럼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

언제나 정치적 의도를 가진 검찰의 탓이요, 검찰 편에 선 ‘기레기’들의 책임이며, 정권의 발목을 잡으려는 야당의 탓이라고 책임을 회피했다.

유창선 평론가는 "이들은 자신들만 도덕적으로 옳고 우월하다는 선민의식에 빠져 있다"면서 "상대방의 적폐에 대해 준엄했던 정권이라면 그 이상으로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며 자신들에게도 준엄할 수 있어야 한다. 자기 자신에게 엄격한 모습을 보일 때 비로소 국민의 공감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추미애와 윤석열의 갈등으로 나라가 혼돈과 분열의 늪에 빠져 있는데, 문재인은 수수방관만 하고 있었다"면서 "아마도 문재인 정부의 무능이 가장 집약적으로 드러난 것이 부동산 정책일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무능하면서 겸손하지도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어떤 경우에도 결코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문재인 정부의 정치적 DNA라고 규정했다.

2019년 여름, ‘조국 사태’라는 말이 정치권과 언론에 등장했다. 역대 장관 임명 시에도 숱한 논란은 있었지만, 이렇게 사태라는 말까지 붙은 것은 초유의 일이었다. 조국을 둘러싼 뉴스들은 대한민국의 블랙홀이 되었고, 온 나라가 그의 임명에 대한 찬반 논란으로 달아올랐다. 조국이 법무부 장관에 임명된 이후에도 여론은 호전되지 않았고, 검찰 수사에서 속속 드러난 문제들은 조국이라는 개인을 넘어 문재인 정부의 뇌관이 되어버렸다.

유창선 평론가는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이중성에 대해 "조국은 그동안 다른 사람들의 잘못이나 불공정한 행위에 대해서는 많은 비판을 해왔지만, 자기 자신은 같은 잣대로 들여다보지 못해 객관성을 상실했다"면서 "자신이 아니면 이 나라에 검찰 개혁과 사법 개혁을 할 사람이 없다고 생각했다면, 그것은 겸손하지 못한 착각이다"라고 일갈했다.

조국 전 장관의 아내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는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되었다. 재판부는 입시 비리 관련 혐의에 대해서는 모두 유죄 판결을 내렸다. 검찰이 기소했던 15개 혐의 가운데 11개 혐의에 대해 유죄 판단이 내려졌으니, 조국·정경심 부부의 결백 주장은 여지없이 무너져버렸다. 재판부는 조국·정경심 부부가 했던 많은 거짓말을 촘촘히 가려냈다. 그러자 조국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성토가 이어졌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정경심 1심 재판부의 탄핵을 요구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자신들의 생각과 다른 판결을 내렸다고 해서 실명을 거론하며 판사의 탄핵을 요구하는 광경이 버젓이 벌어진 것이다.

이들은 11개 혐의가 유죄인 이유와 4개 혐의가 무죄인 이유에 대해 그 내용을 반박하거나 항의하기보다 ‘정치적 판결’이니 ‘검찰 편들기’니 하는 음해성 공격만을 했다.


유창선 평론가는 "이들에게 오직 ‘조국’을 지켜야 한다는, 결코 지면 안 되는 싸움이라는 자신들의 신념만이 중요했다"면서 "이들에게는 어떤 사실도 받아들이지 않는 막무가내의 신념이 구축된 것 같다. 조국·정경심 부부 재판을 둘러싸고 벌어진 일들은 정치의 문제를 넘어선 집단적 정신세계의 문제가 되고 말았다"고 꼬집었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고 강변하는 내로남불의 정치는 정치적 입신양명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생존법이다. 또한 진실을 덮고 자기 자신을 부정하면서라도 승리를 거머쥐려는 비겁한 행태다. 내로남불의 정치는 도덕적 우월의식에서 나오며, 겸손을 모르는 오만의 정치와 맞닿아 있다.

유창선 평론가는 "민주주의는 내가 틀릴 수도 있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에 의해 발전한다. 민주주의는 다양성에서 출발해 다양성을 합리적으로 조정하여 합의를 이끌어내는 제도다"라며 "‘나는 옳고 너는 틀렸다’는 확신에 사로잡힌 사람들은 민주주의를 무너뜨린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마음의 빚을 지고 있다고 각별한 애정을 드러낸 조국 전 장관은 미국 국무부가 곧 발간 예정인 2020 한국인권보고서에서 한국의 부패를 상징하는 인물로 소개됐다.

보고서는 "2020년 10월 현재 조국 전 장관과 부인 정경심 씨, 그 가족과 연관된 이들에 대한 부패 수사가 계속되고 있다"면서 "2019년 검찰은 조 장관에 대해 뇌물 수수와 직권 남용, 공직자윤리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했다"고 서술했다.

보고서는 '차별, 사회적 학대, 인신매매' 항목의 '성추행' 부문에서는 지난해 한국에서 성추행이 중요한 사회 문제가 됐고 고위 공직자를 포함해 수많은 성추행 혐의가 보도됐다고 지적하면서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사례를 들었다.


박원순 전 시장에 대해서는 "박원순 전 시장은 전 비서가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다음 날인 7월 9일 극단적 선택으로 목숨을 끊었다"며 "고소장에 따르면 박원순 전 시장은 2017년부터 여비서에게 동의 없이 반복적으로 신체 접촉을 하고 부적절한 메시지와 사진을 보냈으며 이런 성추행은 여비서 근무지 이동 후에도 계속됐다"고 썼다.

일부 여권 인사들은 4월 7일 보궐선거를 앞두고 박원순 추앙하기에 골몰해 있다. 그의 업적을 모두 부정해서도 안되지만 그렇다고 해서 비서를 성추행했다는 비난을 피하고자 극단적 선택으로 책임을 회피한 그의 잘못이 덮여서도 안된다. 용산공원에 박원순 이름 석 자를 새기자고 주장하고 그에 동조한 이, 표현의 자유를 누구보다 목소리 높여 주장하다가 자신에게 '조국 똘마니'라고 한 이를 고소했다가 기각당하고 소송비까지 부담하게 된 이들이 누구보다 먼저 '나는 옳고 너는 틀렸다'를 일독하길 권해본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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