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와 함께 책 속으로] "사교육 메카? 대치동은 '독서 1번지'"

입력 2021-03-25 17:47   수정 2021-03-26 03:18


“흔히 대치동은 ‘사교육의 메카’라고 하죠. 하지만 대치동 교육열의 진짜 원천은 풍부한 독서입니다.”

《도서관 별책부록》(리스컴)의 공동저자인 유순덕 서울 강남구립 대치도서관 관장(사진)은 이렇게 강조했다. 1999년 설립된 대치도서관은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 상가 구석에 있는 넓이 661㎡의 동네 도서관이다. 강남에서 가장 오래된 아파트인 은마아파트는 대한민국 교육의 1번지로 손꼽힌다. 하지만 유 관장의 설명은 다르다. 그는 “이 조그만 도서관의 장서가 6만 권이 넘고, 하루평균 대출이 1200권 정도 된다”며 “여기야말로 ‘대치동 키즈’와 부모의 높은 지적 수준을 상징하는 공간”이라고 말했다.

《도서관 별책부록》은 유 관장이 이숙진 과장, 김윤미 팀장, 안의채·기한슬·류영아·정윤정 사서 등 6명의 직원과 함께 쓴 책이다. 저자들은 도서관 사서를 ‘사서 고생하는 사람들’이라고 표현한다. 도서관에 비치할 책을 수집하고, 훼손된 책을 보수한다. 코로나19로 인해 도서관이 잠정 휴관할 때도 있었지만 사서들의 업무는 오히려 늘었다. 각종 온라인 행사를 준비하기 때문이다. 대치도서관은 2014년 인문학 특성화 도서관으로 지정된 후 독서 동아리 활동과 강연회, 어린이 영어교육 등 1년에 180여 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도서관 사서들은 좋아하는 책을 실컷 읽고 놀면서 월급 받으니 좋겠다’는 말을 많이 들어요. 사서들의 보이지 않는 역할이 얼마나 큰지 독자들에게 안내하고 싶어 책을 쓰게 됐습니다.”

유 관장은 “대치동 사람들의 독서량과 수준을 보면서 놀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며 “인문·철학 분야의 대출 비율이 48%에 이르고, 600쪽이 넘는 ‘벽돌책’과 영문 원서도 스스럼없이 읽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지역에서 대치동으로 이사 온 부모들은 사교육에만 전념하지만, 대치동 토박이 부모들은 인문학 독서교육을 더 중시한다”고 덧붙였다. 책읽기와 글쓰기 등 기본기가 탄탄하지 못하면 어떤 과목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아기를 유모차에 태우고 오는 부모가 아주 많아요. 어릴 때부터 도서관에 익숙하도록 만드는 거죠. 책을 체계적으로 읽는 부모가 자녀들에게 좋은 독서습관을 물려줍니다.”

유 관장에 따르면 강남구에는 다른 지역에 비해 도서관이 압도적으로 많다. 구립 공공도서관 12곳과 구립 작은도서관 6곳 등 총 18곳이다. 강남구 내 아파트 단지 주민들은 단지마다 도서관을 만들어 달라고 구청에 요구하고 있다고 한다. ‘도서관이 있으면 단지의 품격이 달라진다’는 게 이유다.

“이른바 부자 동네일수록 도서관이 많습니다. 요즘엔 독서 양극화가 우려되는 상황이죠. 경제적 고민이 없는 부모들이 자녀에게 인문 교양을 잘 가르칩니다. 당장 먹고 살 걱정이 많은 집은 책에 잘 접근하지 못하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도서관의 양적·질적 확대가 매우 중요합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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