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맹목적 중화주의 부추기는 '주입식 애국'

입력 2021-03-25 17:49   수정 2021-03-26 03:16


“머리에 애국을 붓자 이성은 짐을 싸서 나가버리고 말았다.”

문화인류학자 김인희 박사는 신간 《중국 애국주의 홍위병, 분노청년》에서 중국의 인터넷 애국청년 조직 ‘소분홍(小粉紅)’의 특징을 이렇게 설명한다. 소(小)는 ‘어리다’, 분(粉)은 ‘여성’, 홍(紅)은 ‘붉은 마음으로 당과 국가, 지도자를 사랑한다’는 뜻이다. 1990년대 태어나 중국 정부의 애국주의 교육을 받아 뼛속까지 세뇌된 이들을 가리킨다. 중국 베이징 중앙민족대에서 언어인류학을 전공한 저자는 이 책에서 2000년대 이후 더욱 기승을 부리는 중국 특유의 애국주의 현상을 분석했다.

소분홍은 ‘중국을 욕보이는 자’로 생각되면 적대 세력으로 간주하고 웹에서 무차별적인 테러를 가한다. 월드스타 방탄소년단(BTS)은 6·25전쟁 희생자를 추모하는 발언을 했다가 소분홍으로부터 “항미원조전쟁(6·25전쟁의 중국식 표현)에 참전했던 중국 군인들을 무시했다”며 악플 폭탄을 맞았다. 인기 걸그룹 트와이스의 대만인 멤버 쯔위는 모 방송에서 대만 국기를 흔들었다가 소분홍의 인신공격에 시달렸다. 최근엔 “한복과 김치도 중국 것”이라고 우기고 있다.

소분홍의 기원은 1960년대 중반 문화대혁명 시대 홍위병과 1990년대 분노청년에서 찾을 수 있다. 홍위병은 “마오쩌둥의 착한 아이들”이라 불렸다. 분노청년은 폭력적으로 극단적 민족주의를 표현하는 무리를 가리킨다. 홍위병과 분노청년의 대다수가 초등학교나 중학교 수준의 학력인 반면 소분홍은 대학교 졸업 이상의 고학력자가 대부분이다.

저자는 “홍위병과 분노청년, 소분홍은 학력 격차만 있을 뿐 사상은 동일하다”며 “중국 정부 차원에서 맹목적인 중화주의를 부추겼다”고 지적한다. 중국 정부는 1989년 톈안먼 사건 이후 사회주의 이데올로기가 기능할 수 없게 되었음을 깨닫고 중화민족주의와 사회주의, 국가주의를 결합한 애국주의 교육을 했다. 이렇게 키워진 청년 집단이 분노청년이다. 소분홍은 분노청년의 21세기 버전이다. 중국 내 자유주의파 지식인들은 분노청년에 대해 “병적인 민족주의 사고방식을 갖고 있으며 국가와 민족에 위험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자유주의파 지식인들은 중국 정부에 의해 사실상 몰락했다.

저자는 “중국 지도자들의 일관된 요구는 개인이 국가를 위해 희생하라는 것”이라고 꼬집는다. 중국 지도자들은 국가에 이익이 되느냐, 해가 되느냐에 따라 정의와 사악, 영광과 치욕, 애국과 매국을 나눴다. 이 같은 관념은 마오쩌둥부터 시진핑까지 계속 이어져 오고 있다. 중국에선 초등학교 과정부터 전통문화와 역사 교육, 국정 및 공산당 홍보 교육, 애국주의 교육을 시킨다. 특히 개혁개방 이후 공산당의 현대화 건설 성과와 성공 경험을 가르치면서 중국 공산당의 기본 노선을 따르도록 교육한다.

티베트와 신장위구르 등지의 분리독립운동에 대해선 “한족은 소수민족을 떠날 수 없으며, 소수민족은 한족을 떠날 수 없다”고 끊임없이 강조한다. 섣부른 민주화가 사회 분열을 가지고 올 것이며 오직 공산당의 통치만이 완전한 영토의 조국과 민족통일, 이상적인 사회주의 국가를 실현할 수 있다고 학생들에게 주입시킨다.

현재 중국의 애국주의는 히틀러의 나치즘과 비슷한 측면이 있다는 게 저자의 판단이다. 지금 중국에서 가장 파급력이 있는 말은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위한 중국몽”이다. 나치즘 지지자들은 “아리아 민족이 타 민족보다 우월하고, 아리아인이 세계의 지배 인종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둘 다 민족의 미래를 위한 투쟁을 강조한다. 저자는 “마오에게 홍위병이 그러했던 것처럼 분노청년은 시진핑의 착한 아이들이 돼줄 것인가”라면서 “일부 중국인의 극단적인 주장에 민족주의적 감정을 앞세워 대응할 필요가 없다”고 조언한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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