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北에 얕잡힌 정부, 안보 불감증인가 은폐증인가

입력 2021-03-25 18:06   수정 2021-03-26 00:12

북한이 잇따라 미사일 도발에 나섰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식 직후인 지난 1월 22일과 이달 21일 단거리 순항미사일을 발사한 데 이어 어제는 단거리 탄도미사일 두 발을 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으로 단호하게 대처해야 하지만 정부 대응을 보면 그럴 의지가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바이든 행정부가 대북 정책을 짜고 있는 와중에 북한이 도발에 나선 의도는 분명하다. 김정은이 지난 1월 “미국을 굴복시키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예고한 것을 행동에 옮긴 것이다. 원칙적 대북 외교를 펼치겠다는 바이든 행정부에 대응 강도를 높여 유리한 협상 고지를 점하려는 전략이다. 하지만 단순히 ‘미국의 관심끌기’ 차원이라며 안이하게 넘길 일이 아니다. 북한은 지난해 10월과 올 1월 열병식에서 신형 단·중·장거리 미사일들을 대거 선보인 바 있다. 지금은 단거리이지만, 언제든지 핵을 포함한 ‘위협 사이클’ 가동에 들어갈 수 있다는 협박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의 대응은 안이하기 짝이 없다. 군 당국은 순항미사일 발사를 알고도 감췄고, 탄도미사일도 ‘뒷북 공개’로 논란을 자초했다. 일본 총리는 즉각 탄도미사일이라고 확인하고 한국보다 1시간 일찍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소집한 뒤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고 못박은 반면, 우리 군 당국은 ‘미상의 발사체’라고만 되뇌었다. 더 한심스런 것은 우리 NSC 상임위 회의 뒤 나온 반응이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에 그친 점이다. 마지못해 의례적으로 내놓은 인상이 짙다. 이 정도면 심각한 북한 눈치보기, 안보 은폐·불감증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매번 미온적으로 대응하니 북한이 기고만장하는 것 아닌가. 김정은이 36차례나 핵을 언급하며 “완전무결한 핵 방패를 구축했다”고 해도 대통령과 외교부 장관은 “평화·비핵화 의지가 있다”고 감쌌다. 정부는 유엔의 북한 인권 결의안 공동 제안에도 3년 연속 빠졌다. 북한이 우리 국민을 쏴죽이고 불살라도, 남북한 연락사무소를 폭파해도, ‘삶은 소대가리’ ‘특등 머저리’ ‘떼떼(말더듬이의 황해도 방언)’ 등 온갖 막말과 조롱을 퍼부어도 무슨 약점이라도 잡힌 듯 제대로 된 항의 한마디 없다.

북한의 습관성 도발과 막말, 이를 묵인하는 듯한 정부의 행태에 국민은 지쳤다. 북한이 거들떠보지도 않는 대화에만 매달려 정신부터 무장해제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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