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상 테러' 후 8년째 잠수…日 위안부 소송 또 헛바퀴

입력 2021-03-26 15:17   수정 2021-03-26 15:38


위안부 소녀상에 ‘말뚝 테러’를 한 일본 극우인사 스즈키 노부유키씨에 대한 재판이 8년째 공전하고 있다. 재판 당사자인 스즈키씨가 수년째 한국 법정에 출석하지 않아서다. 스즈키씨 재판뿐만 아니라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일본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역시 일본 측의 출석 없이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2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 홍창우 부장판사는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스즈키씨의 재판을 지난해 3월 이후 1년여 만에 속행했다. 이날 피고인석은 비었고, 재판은 2분만에 끝났다. 검찰은 “2018년 일본에 범죄인인도 청구를 했지만, 진행이 잘 되고 있지 않다”고 했고, 이에 대해 재판부는 “진행 상황을 적극적으로 확인하고 범죄인 인도 청구를 독촉해달라”고 말했다.

스즈키씨는 2012년 6월 서울 종로구 옛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 있는 위안부 소녀상에 ‘다케시마(독도의 일본식 표현)는 일본 영토’라고 적은 말뚝을 묶어놔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이듬해 기소됐다. 한국은 일본과 범죄인 인도 협약을 체결한 국가이기 때문에 스즈키씨를 한국 법정에 데려오려면 일본의 협조를 받아야 한다. 앞서 재판을 진행했던 당시 형사1단독 박진환 부장판사도 “인도 협약 때문에 함부로 재판을 재개할 수 없는 사건”이라고 말했다. 법원은 처음 소송이 시작된 2013년부터 여러 차례 사법공조를 시도했으나 일본 측은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은 상태다.

비슷한 사례는 또 있다. 지난 1월 8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4부는 일본이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에게 1인당 1억원씩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일본 측은 외국 정부가 타국의 국가법 적용을 면제받을 권리가 있다는 ‘주권면제’ 원칙을 들어 소송 자체에 응하지 않았다. 패소 판결이 난 이후에도 일본은 한국 재판권에 복종할 수 없기 때문에 항소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피해자 할머니들이 일본을 상대로 한 또다른 손해배상 소송은 다음달 22일 선고가 예정돼 있다.

이러한 사정 등으로 현재 일본을 상대로 이어지는 위안부 관련 소송들은 ‘상징성’에 의미를 둔 재판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판사는 “한국에 있는 일본국의 재산을 발라내 할머니들에게 지급하는 과정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금액 배상보다 상징성에 초점을 둔 소송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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