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빅3' 친환경 선박 앞세워…올들어 13조 '싹쓸이 수주'

입력 2021-03-26 17:30   수정 2021-04-05 18:16


중국의 추격에 밀려 ‘한물갔다’는 평가를 받았던 한국 조선업계가 확실한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올리고 있다. 작년 상반기 혹독한 수주가뭄을 겪었지만 하반기 이후 액화천연가스(LNG) 추진선, 초대형 컨테이너선 등 고부가 선박을 싹쓸이하며 독주 채비에 나섰다.

세계적으로 환경 규제가 강화되고, 컨테이너선 초대형화 경쟁이 펼쳐지면서 기술력에서 앞선 국내 조선사들에 유리한 판이 조성됐다는 분석이다. ‘조선 빅3’는 수소추진선, 자율운항선박 등 혁신기술을 개발해 중국, 일본과 ‘초격차’를 벌린다는 계획이다.
○수에즈 사태로 한국 신뢰 더 높아져
26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한국 조선사들의 수주 랠리는 해운업 초호황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세계 각국의 경기부양에 힘입어 물동량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컨테이너 쇼티지(공급 부족)’가 발생했다. 글로벌 해운시황의 지표가 되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는 이날 기준 2570.68로 사상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컨테이너선 시장은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이 우위를 점하고 있었지만 최근 분위기가 바뀌었다. 해운회사들이 ‘규모의 경제’를 구현하기 위해 초대형화 경쟁에 나섰기 때문이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4000TEU(1TEU=20피트 컨테이너 1개)급이 초대형선급으로 분류됐지만 현재는 축구장 4개 크기인 2만4000TEU급이 대세가 됐다.

초대형 컨테이너선은 높은 기술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글로벌 해운사들은 한국 조선사에 건조를 맡기고 있다. 삼성중공업이 이날 대만 해운사 에버그린으로부터 초대형 컨테이너선 20척을 총 2조8000억원에 단독 수주한 것도 이 같은 배경에서다. 당초 중국 후둥중화조선, 일본 이마바리조선 등과 경합하면서 한국과 중국이 물량을 절반씩 나눠 받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삼성중공업이 전량 수주했다.

현대중공업그룹,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빅3’는 올 들어 전 세계에 발주된 초대형 컨테이너선(1만2000TEU 이상) 총 66척 중 83%인 55척을 수주했다. 컨테이너 선가가 올 들어 매달 3% 오르고 있는 점도 호재다. 업계 관계자는 “이마바리조선이 건조한 에버그린 컨테이너선이 수에즈운하에서 좌초하면서 한국 조선사들에 대한 신뢰가 더 높아졌다”고 말했다.
○하반기 LNG 운반선·플랜트 수주 기대
1분기가 채 끝나지도 않았지만 조선 빅3 수주량은 이미 작년의 절반에 육박했다. 영국 시장조사업체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한국은 올 들어 지난 18일까지 391만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를 수주했다. 이날 초대형 수주계약을 더하면 400만CGT를 훌쩍 넘어설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1년간 수주한 808만CGT의 절반을 불과 석 달 만에 달성했다. 금액 기준으로는 119억달러(약 13조원)에 달한다.

하반기에도 수주랠리는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카타르 러시아 모잠비크 등에서 LNG 프로젝트가 재개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카타르 프로젝트는 10조원 규모의 초대형 발주가 기대된다. LNG 운반선은 전통적으로 한국이 독과점하고 있는 시장이다.

작년부터 강화된 국제해사기구(IMO) 환경 규제로 벙커C유 대신 친환경 LNG 추진엔진을 장착한 선박 수요가 늘고 있는 점도 반가운 소식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현재 운항 중인 노후 선박들을 LNG 추진선이나 이중연료추진선으로 교체하려는 글로벌 선사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몇 년간 부진했던 해양플랜트 수주도 올해 국제 유가 상승에 힘입어 활기를 되찾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해양플랜트는 해저에 매장된 석유, 가스 등을 탐사·시추·발굴·생산하는 장비다. 국제 유가가 배럴당 60달러를 넘어야 채산성이 보장된다. 국내 조선업계는 올해 나이지리아 봉가 해양 프로젝트에 쓰이는 부유식 원유생산저장하역설비(FPSO)와 호주 잔스아이오 프로젝트의 부유식 해양생산설비(FPU) 수주에 기대를 걸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은 최근 호주 플랜트 선체 건조사로 거론되고 있다.

최만수/강경민 기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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