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중반 골드만삭스는 ‘백만장자의 보이스카우트’로 불렸다. 언제나 고객을 위해 옳은 일을 한다는 의미였다. 당시 미국에 적대적 인수합병(M&A) 열풍이 몰아쳤다. 금융회사들은 돈 되는 곳으로 달려들었다. M&A 대상 회사를 물색하고, 공격하는 것을 도와줬다. 골드만삭스 경영진은 적대적 인수를 돕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인수당하는 회사도 고객이며, 고객을 해하는 행위를 하지 않겠다는 취지였다. 적대적 인수의 대상이 된 기업들이 골드만삭스를 찾기 시작했다. 방어자문을 하면서 골드만삭스는 새로운 성장 기반을 닦았다. 이 스토리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신뢰’다.물론 오래전 얘기다. 골드만삭스도 변했다. 하지만 금융산업에 대한 ‘업의 본질’을 말할 때마다 이 얘기를 떠올린다.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도 생전 “금융업의 본질은 신뢰산업”이라고 했다.
사기 주범인 운용사는 모든 주체로부터 신뢰를 잃었다. 우선 판매사와의 신뢰가 무너졌다. 아무리 좋은 상품을 만들어가도 증권사와 은행은 과거처럼 팔 수 없다. 펀드 운용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알 방법이 없다는 것을 판매사들은 깨달았다. 수탁사와의 신뢰도 깨졌다. 사모펀드 수탁 업무를 맡은 은행들은 쥐꼬리만 한 수수료를 챙기려고 운용사가 요구하는 대로 해주다가 이런 꼴을 당했다. 물론 수탁사인 은행의 책임이 없다고는 할 수 없다. 운용사가 서류와 다른 채권을 사달라고 했을 때 “제안서와는 다른데요”라고 말 한마디 못했다. 사달라는 대로 쓰레기 채권을 사준 것은 신뢰산업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행위였다. 소비자와 판매사 간 신뢰는 말할 것도 없다. 소비자들은 증권사와 은행을 믿고 펀드에 가입했다며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또 실행 가능성은 다른 문제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들은 말한다. “판매사가 먼저 배상해주고, 수탁사 등과 책임을 사후에 다퉈라.” 하지만 판매사는 그 결정을 내릴 수 없다. 이사회 설득이 불가능하다. 판매사와 수탁사 등의 책임 여부가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먼저 배상해주고, 소송을 하면 배임 책임을 뒤집어쓸 수 있다.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게 우선이지만, 문제가 터졌을 때 최선의 해법을 모색하는 것도 금융당국의 역할이다. 일단 문제가 된 곳을 규제하고, 복잡한 사고 처리는 ‘너희들끼리 알아서 하라’는 식의 쉽고 무책임한 결정은 금융시장이 신뢰를 되찾는 데 또 다른 걸림돌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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