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성 향상 없는 임금인상, 물가 올리고 산업경쟁력 갉아먹을 것"

입력 2021-03-28 17:36   수정 2021-04-05 18:33


“A전자 임금협상 축하해. 우리도 임금 ‘떡상’(급상승) 가자.”

직장인 전용 익명 게시판인 ‘블라인드’에는 연일 기업들의 임금 인상 얘기가 올라온다. 우리 회사도 임금을 올려야 한다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그만큼 임금이 뛸 것이라는 기대 심리도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생산성 향상 없이 임금만 올라가면 기업들은 고용과 투자, 생산을 줄일 수밖에 없다. 물가는 뛰고 국민소득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물가 상승 압박 커져
한국은행은 올해 1~3월 임금수준전망지수를 모두 112로 집계했다. 코로나19 사태 직전인 지난해 2월(116) 후 가장 높았다. 이 지수가 100을 웃돌면 앞으로 임금이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하는 사람이 더 많다는 의미다.


올해 임금 인상 바람은 게임업계에서 시작됐다. 웹젠(2000만원) 엔씨소프트(개발직군 기준 1300만원) 넥슨(800만원) 넷마블(800만원) 베스파(1200만원) 등 게임업체들이 올해 임금을 800만~2000만원가량 일괄 인상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도 올해 연봉을 각각 7.5%, 9.0% 올리기로 했다. 줄줄이 이어지는 임금 인상에 직장인들이 술렁이고 있다.

게임·인터넷업체들이 개발자·데이터분석가를 경쟁적으로 뽑는 인재 쟁탈전이 이어진 결과다. 여기에 ‘MZ세대’(밀레니얼 세대+1995년 이후 태어난 Z세대)가 SNS를 통해 임금, 성과급 등의 회사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

번져가는 임금 인상 요구가 인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 상승) 압력을 키울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원자재·농산물 가격이 치솟고 있는 데다 정부와 한은이 코로나19 위기에 대응해 돈을 푼 결과다. 여기에 임금 인상까지 더해지면 향후 물가 상승폭이 훨씬 더 커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하지만 생산성 향상 없는 임금 인상은 산업경쟁력을 훼손한 채 물가만 띄우는 부작용을 낳을 것이란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박영범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임금이 계속 오르면 동종·유사업종 근로자의 임금 인상 요구로 이어지게 된다”며 “임금 인상 기준이나 성과 등 근거도 빈약한 상황에서 관행적으로 올리면 기업 경쟁력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기업의 인건비 부담은 상대적으로 커지고 있다. 전체 국민소득에서 임금 등 노동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을 뜻하는 노동소득분배율은 2019년 65.5%로 역대 가장 높았다. 2018년 63.5%와 비교하면 2%포인트 뛰었다. 기업 이윤 등을 의미하는 영업잉여가 2019년 6.9% 감소한 반면 근로자 임금(피용자 보수)은 3.4%나 올랐기 때문이다.
일자리·소득 줄어들 수도
생산성 향상 없이 업계 전반으로 임금 인상 요구가 이어지면 일자리와 소득이 줄어들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최저임금을 급격히 올려 발생한 문제가 또 생길 수 있다는 얘기다. 문재인 정부는 최저임금을 2018년 16.4%, 2019년 10.9% 올렸다. 그 여파로 최저임금 근로자들이 주로 근무하는 영세기업과 자영업자들은 고용을 대폭 줄였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8년 종사자 5인 미만의 영세기업과 자영업 일자리가 24만 개 감소했다.

좀비기업 퇴출로 업계 전반의 노동생산성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노동생산성을 높여 오름세를 보이는 임금과의 틈을 좁혀야 한다는 뜻이다.

한은의 ‘2021년 3월 금융안정상황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말 이자보상배율(영업이익÷이자비용)이 1배 미만인 기업 비중은 조사 대상인 상장·비상장 기업(2175개) 가운데 40.7%로 4.6%포인트 상승했다. 이자보상배율 1배 미만이라는 것은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상태를 말한다. 이자보상배율 1배 미만인 기업의 비중은 2016년 30.9%, 2017년 32.3%, 2018년 35.7%로 매년 높아지고 있다.

불어나는 좀비기업은 전체 제조업의 경쟁력·노동생산성을 훼손하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좀비기업 노동생산성이 일반기업의 48%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은 좀비기업이 더 늘지 않으면 일반기업의 노동생산성이 평균 1.01% 올라가는 것으로 추정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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