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키 불매' 외치던 中…할인 소식에 35만명 몰려갔다 [강현우의 트렌딩 차이나]

입력 2021-03-29 10:07   수정 2021-04-25 00:03


지난 26일 중국 온라인쇼핑몰 타오바오에서 나이키의 특가전이 열렸다. 여성용 운동화를 699위안(약 12만 원)에 파는 행사였다. 35만여명이 몰리면서 순식간에 준비된 물량이 완판됐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9일 중국에서 최근 벌어진 글로벌 패션기업들에 대한 불매운동이 나이키와 아디다스는 빗겨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나이키와 아디다스는 중국 스포트웨어 시장에서 1·2위를 다툴 정도로 인기가 높다.

일부 브랜드가 온라인몰에서 자취를 감춘 것과 달리 나이키와 아디다스는 타오바오, 징둥 등 거대 온라인몰에서 정상적으로 팔리고 있다. 중국축구협회(CFA)는 내부적으로 나이키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있었으나 10년 후원 계약은 계속 유지하기로 했다. 나이키와 아디다스는 중국 내 다양한 스포츠단과 후원 계약을 맺고 있다.

최근 중국에선 위구르 소수민족을 강제노동에 투입해 생산된 면화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던 기업들에 대한 불매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중국 네티즌들은 H&M과 나이키, 아디다스, 버버리, 캘빈클라인, 자라, 유니클로, 뉴발란스, 컨버스 등 과거 관련 성명을 냈던 기업들을 찾아내 '블랙 리스트'에 추가하고 있다.

나이키도 초기에는 집중 타깃이 됐다. 일부 중국 네티즌들은 나이키 신발을 불에 태우는 동영상을 인터넷에 올리기도 했다. 나이키 광고 모델인 중국 인기 스타 왕이보는 이 회사와의 모든 협력을 중단했다. 중국 스포츠브랜드로 시장점유율 3·4위를 차지하고 있는 안타와 리닝은 나이키·아디다스 등 글로벌 기업 제품 불매운동에 동참한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중국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이 불매운동을 주도하고 있고, 중국 외교부와 상무부가 공식적으로 중국 소비자의 자발적 행동이라며 불매운동을 두둔하는 등 정부도 분위기를 부추겼다.


다만 중국 관영방송인 CCTV가 지난 27일 기업들의 신장산 면화 구매 금지 배후로 미국 정부와, 미 정부의 후원을 받는 '더 나은 면화를 위한 계획'을 지목하면서 타깃을 글로벌 기업에서 미국으로 돌리는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다. 리커창 총리는 지난 26일 나이키와 아디다스에 원료를 공급하는 독일 바스프 공장(난징)을 방문하기도 했다.

중국의 이번 불매운동은 신장위구르자치구 이슬람 소수민족에 대한 강제노동을 둘러싸고 시작됐다. 미국과 유럽연합(EU), 영국, 캐다다가 지난 22일 신장 인권탄압에 책임이 있는 중국 관리와 단체들을 제재하자 중국이 보복 제재에 착수했다. 이에 중국 네티즌들은 중국에 진출해 있는 글로벌 기업들이 과거 "강제노동으로 생산된 면화 등을 사지 않는다"고 선언했던 것을 문제삼고 있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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