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업계 최초"…티몬의 파격, '마이너스 수수료' 내놓는다 [박동휘의 컨슈머 리포트]

입력 2021-03-29 15:04   수정 2021-03-29 17:53


한국의 e커머스(전자상거래) 시장은 전세계적으로도 가장 뜨거운 곳으로 평가받고 있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온·오프라인을 통합한 전체 리테일 시장에서 e커머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한국은 35.8%에 달한다. 주요국 가운데 가장 높다. 중국 27.3%, 미국 20.3%, 영국 24.2% 등으로 30%대를 넘은 곳은 한국이 유일하다.

‘온라인 침투율’이라고도 부르는 수치에서 한국이 1등이라는 건 e커머스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정반대의 해석도 가능하다. 전체 ‘파이’가 커지지 않는 한 온라인 소비가 거의 한계치에 다다랐다는 것으로도 분석할 수 있다. 실제 현상은 이 두 가지가 동시에 발생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해석이야 어찌됐든 e커머스 업체들에 시사하는 바는 하나다. 적어도 ‘빅3’ 안에, 마라톤에 비유하자면 선두 그룹에 끼지 않으면 생존의 기회마저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마이너스 수수료' 내놓은 티몬
올 하반기 코스닥 상장을 준비 중인 티몬이 플랫폼 입점을 대가로 판매업체(셀러)로부터 받는 판매수수료를 다음달 1일부터 ‘-1%’로 책정한다고 29일 밝혔다. 티몬에 입점해 물건을 판매하면 거꾸로 판매 금액의 1%를 플랫폼 사업자가 돌려준다는 의미다. 적자를 감수하고서라도 외형을 키워 플랫폼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티몬 관계자는 “‘마이너스 수수료’ 정책은 국내 e커머스 업계 최초”라며 “파트너와의 상생 협력을 기반으로 좋은 상품들을 특별한 가격으로 제공함으로써 플랫폼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2020년 대형유통업체 유통거래 실태조사’에 따르면 온라인몰의 실질수수료율은 평균 9%다. 품목에 따라 6~15% 수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티몬 관계자는 “통상 3%대인 결제대행(PG) 수수료도 티몬이 부담할 것”이라며 “판매자들은 각종 수수료 혜택을 받는 만큼 이를 파격적인 가격 할인으로 전환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티몬의 파격엔 조건이 달려 있다. “판매 상품을 등록할 때 옵션을 포함하지 않은 개별 단위의 상품을 단품등록 카테고리에 등록하면 된다”는 게 티몬의 설명이다. 쉽게 말해 단품 등록 판매업자만 수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티몬 관계자는 “4월1일에 신규 등록하는 단품 외에도 기존에 올라와 있는 단품 판매 업체들도 판매수수료 ‘-1%’를 자동으로 적용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티몬과 같은 오픈마켓(온라인 장터)에 입점해 있는 셀러들은 대부분 옵션 판매를 하고 있다. 예를 들어 화면에 배기 바지가 노출돼 있다고 가정해보자. 대부분의 셀러들은 가장 팔리는 인기 상품을 내세운 뒤, 막상 클릭 후 들어오면 각종 ‘옵션’이 걸린 비슷한 상품들을 제시한다. 기능이나 장식을 추가해 더 비싼 상품을 고르도록 유도하는 식이다.

이에 비해 단품 판매는 사이즈와 색상을 제외한 모든 옵션을 배제하고, 딱 한 가지 상품만 판매하는 방식이다. 소비자로선 원하는 상품을 직관적으로 볼 수 있어서 좋고, 플랫폼 사업자는 상품 구색이 많아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e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 쇼핑을 비롯해 오픈마켓에 입점해 있는 중소 상인들 대부분이 옵션 판매를 하고 있다”며 “단품 판매를 하려면 여러 상품을 쪼개서 판매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여서 오픈마켓에 상품을 등록할 때 제작 비용이 몇 배나 들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티몬의 마이너스 수수료는 결국 단품 판매에 따른 셀러들의 비용 상승분을 티몬이 간접적으로 지원해주겠다는 것과 마찬가지인 셈이다.
"선두 그룹에 끼지 못하면 생존 장담 못해"
티몬은 쿠팡과 창업 동기다. 2010년 창업 당시 이름은 티켓몬스터였다. 신현성 창업자는 미(美) 구루폰을 벤치마킹해 국내에 소셜커머스를 도입했다. 김범석 쿠팡 창업자도 초기엔 구루폰을 지향했다. 글로벌 사모펀드인 KKR로부터 투자를 유치하는 등 탄탄대로를 걸었다. 하지만, 글로벌 e커머스 시장의 중심축이 구루폰에서 물류와 IT를 결합한 ‘아마존 웨이’로 급격히 전환되면서 티몬은 쇠퇴일로를 걸었다. 2015~2019년 내리 적자를 냈는데 5년 간 적자 규모가 6253억원에 달했다. 작년에도 적자를 낸 것으로 추정돼 자본잠식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에 외부 투자 유치 및 기존 주주의 출자로 3050억원의 유상증자에 성공함으로써 그나마 코스닥 상장을 위한 요건을 충족시켰다.

티몬이 예정대로 연내에 성공적으로 상장을 하려면 티몬이라는 플랫폼으로 셀러와 소비자가 많이 오도록 해 플랫폼의 외형을 키우는 게 급선무다. 정확한 숫자는 공개돼 있지 않지만 티몬의 연간 거래액은 4조~5조원 규모다. 쿠팡(약 22조원)이나 이베이코리아(G마켓, 옥션, G9 포함 약 20조원)에 비하면 ‘중소 기업’ 수준이다. 티몬은 ‘단품 등록’으로 반전 드라마를 쓰겠다는 각오다.

티몬은 다른 e커머스 플랫폼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다양한 차별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요즘은 e커머스 업계 대세가 된 라이브커머스 플랫폼도 티몬이 2017년 9월 티비온이라는 이름으로 가장 먼저 선보였다. 개인 판매자들도 라이브커머스를 할 수 있도록 하는 C2C플랫폼인 ‘티몬 셀렉트’도 운영 중이다.

2019년엔 타임커머스라는 신개념 판매 컨셉트를 내놨다. 특정 시간대에 파격적인 할인을 하는 방식이다. 티몬 관계자는 “타임커머스 도입 이후로 파트너사 매출이 그 전과 비교해 20배 이상 증가한 곳도 많다”고 말했다. 하루 매출 2000만원을 올린 중소기업, ‘10분 어택’을 통해 10분만에 2억원의 매출을 올린 피앤씨랩스’, 티몬블랙딜과 티비온으로 하루 매출 1억원을 올린 더잭슨나인스호텔 등이 성공 사례로 꼽힌다. 티몬과 타임커머스 계약을 맺은 중소기업들은 시쳇말로 ‘대박’을 터트리고 있다는 얘기다. 덕분에 티몬 입점 셀러 수(작년 3분기 기준)가 전년 동기 대비 1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11월 상장 예정 티몬 "고객 체류 시간 1등"
티몬이 주목하는 건 티몬에 들어와 오랫동안 체류하는 소비자들이 많아졌다는 점이다. 작년 4분기 e커머스별 월평균 이용일수를 조사한 결과, 티몬은 11일로 전년 동기 대비 1.4일 증가했다. 타임커머스의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게 티몬의 내부 평가다. 소비자들이 플랫폼에 머무는 체류시간도 1월 첫 주 평균을 기준으로 티몬이 29.85분으로 업계 1위(이상 닐슨코리안클릭 자료)를 기록했다.

유료 멤버십 회원도 증가세다. 작년 말 ‘슈퍼세이브’ 가입자수는 전년 동기 대비 254% 증가했다. 그 중 장기 회원인 1년권 회원의 비중은 85% 이상에 달한다. 지난해 1~3분기를 기준으로 신규 가입자수도 전년 동기 대비 약 48% 늘었다. 특히 10대와 20대 신규 가입자가 각각 186%, 39%로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티몬은 1020세대를 잡기 위해 올 들어서도 파격적인 시도를 진행 중이다. 올 1월에 시작한 ‘공유 타임’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본인 SNS를 통해 지인에게 상품 링크를 공유하면 해당 제품을 초저가로 구매할 수 있는 매장을 선보이고 있다. 지난달엔 ‘티몬홈라이브’를 선보였다. 오피스텔 등 주거 상품을 판매하는 라이브커머스 방송이다. 쇼호스트가 모델하우스 현장을 실시간으로 소개하는 방식이다. e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주택이나 대형 가전 등은 한번 거래가 성사되면 플랫폼 거래액을 높여주는 효과도 있다”고 지적했다.

티몬이 국내 6개 전기차 전문 브랜드를 한 자리에서 선보이는 E모빌리티 기획전을 마련한 것도 비슷한 이유에서다. 구매 예약 신청부터 보조금 신청, 출고·탁송까지 구매의 전 과정을 비대면으로 진행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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