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시장을 무기로 횡포 부리는 중국

입력 2021-03-29 17:13   수정 2021-03-30 00:05

지난주 중국 최대의 소셜미디어 웨이보는 나이키 운동화로 그야말로 불이 났다. 25일 오전 나이키 운동화 네 켤레를 ‘화형’에 처하는 15초 분량의 영상이 올라와 이곳저곳으로 확산됐다. 일부 시민은 나이키 매장 앞에서 항의 시위를 벌였고 나이키 모델로 활동 중인 여배우 탄쑹윈과 가수 왕이보는 광고 계약 파기를 선언했다.

H&M의 상황도 비슷하다. H&M 제품은 유명 온라인 쇼핑몰에서 속속 삭제됐다. 지도 앱에서도 H&M의 위치 정보가 사라졌다. 광고모델 계약을 한 중국 연예인들도 서둘러 관계를 끊었다. 걸그룹 에프엑스 출신으로 모국인 중국에서 활동 중인 빅토리아도 H&M과의 모든 계약을 종료했다며 “국가 이익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 기업이 불매운동과 화형식의 표적이 된 것은 신장위구르 인권 탄압에 목소리를 낸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신장위구르 지역은 중국의 대표적인 면화 산지다. 의류 및 신발 회사들은 강제노동으로 생산된 천을 공급망에서 제외하라는 서방 소비자의 압력에 직면하고 있었다. H&M은 지난해 9월 성명에서 “신장의 강제노동과 소수민족 차별 관련 보도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며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면화를 구매하는 것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나이키사도 웨이보에 “우리는 신장위구르자치구의 강제 노동에 대해 우려하며, 나이키는 신장자치구에서 생산된 어떤 재료도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의 게시물을 올린 적이 있다고 한다.

그렇다고 해도 의문이 남는다. 성명이나 게시가 나온 당시에는 잠잠하다가 왜 지금에 와서야 불매운동이 일어나는가. 여러 기업에 대해 동시에 불매운동이 벌어지는 것은 이것이 배후에 의해 조율되고 동원된 것임을 시사한다. 배후는 중국 공산당 정부이고 그 배경은 미국을 위시한 외국 정부의 신장위구르 인권 탄압 비판이다.

지난 18~19일 알래스카에서 열린 미·중 고위급회담에서 미국은 신장, 홍콩, 대만에 대한 중국의 행동에 깊은 우려를 나타냈고, 중국은 “신장, 홍콩, 대만은 모두 분리할 수 없는 중국의 영토”라며 “내정 간섭에 단호히 반대한다”고 맞섰다. 결국 이 회담은 성명 발표도 없이 두 나라 사이의 간극만 확인한 채 끝났다. 이어 22일에 미국, 캐나다, 영국, 유럽연합(EU)은 신장위구르 인권 탄압과 관련된 중국 관료들에게 제재 조치를 취했다. 중국은 중국대로 EU 관리에 대한 제재로 맞섰다. 불매운동은 중국의 또 다른 대응이었다.

불매운동의 선봉에는 공산주의청년단(공청)이 섰다. 24일 공청은 “거짓 소문을 퍼뜨리고 신장 면화를 보이콧하면서 중국에서 돈을 벌려 하나? 허황된 망상”이라며 H&M을 비난했다. 관영 매체들도 공격에 가담했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같은 날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에서 영국 버버리, 미국 나이키와 뉴발란스, 독일 아디다스 등을 신장 면화를 사용하지 않는 기업으로 지목했다. 관영 CCTV는 H&M에 대해 “의로운 영웅이 되려다가 잘못 계산했다”며 “잘못된 행동에 대해 무거운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했다. 이렇게 정부의 뜻이 분명해지면, 인터넷 봉기를 맡는 것은 샤오펀훙(小粉紅)이라는 인터넷 부대다. 이들이 주도한 불매 운동은 H&M과 나이키 외에 다른 지목된 브랜드로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미·중 갈등이 고조되면서 사이에 낀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국은 시진핑 정권 들어 경제적 압박을 대놓고 정치무기화하고 있다.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둘러싸고 부지를 판 롯데는 중국에서 사업을 사실상 접어야 했다. 총리가 코로나19의 진원지를 조사하자고 요구했던 호주의 기업들도 수입금지와 고율 관세로 혹독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

시장을 무기로 삼는 중국의 횡포는 그들의 자신감과 더불어 더욱 심해질 공산이 크다. 나라도, 기업도 중국에 대한 노출을 줄이는 것만이 나름의 가치와 존엄을 지킬 수 있는 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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