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발효유 시장 1위 기업인 한국야쿠르트가 1969년 창업 때부터 사용해온 회사 이름을 버리기로 했다. “더 이상 이름 안에 갇히지 않겠다”는 각오다. 냉장물류 전문기업이라는 미래를 향해 도전하겠다는 포부다.
한국야쿠르트는 1971년 회사 첫 제품으로 ‘야쿠르트’를 선보인 국내 발효유 시장의 개척자다. 지난해에는 전체 매출 1조700억원 중 3000억원을 ‘헬리코박터 프로젝트 윌’이 차지했다. 야쿠르트 후속 제품이 끊임없이 나오면서 야쿠르트 매출은 870억원 규모로 줄어들었다. 내부에선 “야쿠르트보다 더 많은 매출을 올리는 제품이 출시되는데 회사명이 특정 제품명에 갇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경영진도 사명 변경을 고민했지만 국민 브랜드를 버리기가 쉽지 않았다.
이 회사는 위기 때마다 내부 변화를 꾀해왔다. 2010년대 초반 발효유 시장 규모가 줄면서 매출이 정체됐다. 야쿠르트, 윌, 쿠퍼스 등 간판 제품의 성장도 멈춰섰다. 대형 유통채널과 편의점이 늘어나면서 ‘야쿠르트 아줌마(프레시 매니저)’ 중심의 방문판매가 한계에 봉착하는 듯했다. 회사 내부에서 “변화가 더뎠던 방문판매 시스템부터 손봐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2014년 220L 대용량 냉장고를 단 탑승형 전동카트 ‘코코’를 선보이며 돌파구를 마련했다. 하루 한 번 충전하면 종일 영업이 가능해지면서 매출이 급격히 뛰었다. 가장 마지막에 물품을 소비자에게 가져다주는 단계인 ‘라스트 마일’은 더 촘촘해졌다.
유통능력 강화가 성장으로 이어지는 것을 확인한 회사 측은 자신감이 붙었다. 김병진 사장은 올 1월 “식품업은 e커머스(전자상거래), 정보기술(IT) 등 다른 산업군에 비해 성장폭이 크지 않다”며 “성장을 위해 다양한 사업을 발굴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명 변경을 포함한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한 것이다.
hy는 이마트, 롯데쇼핑, GS리테일 등 쟁쟁한 유통업계 거인들의 틈새를 파고들겠다는 전략이다. 신선식품 전문 온라인몰인 ‘프레딧’을 통해 자신감도 얻었다. 2017년 문을 연 이후 지금까지 100만 명 넘는 회원을 확보했다. 온라인에서 주문하면 프레시 매니저가 집으로 배달해주는 ‘온·오프라인 통합 플랫폼’으로 자리잡았다. hy는 지난해부터 CJ제일제당, 동원, 풀무원 등 다른 식품기업 제품도 판매하고 있다. 전국 1만1000명이 활동 중인 프레시 매니저의 촘촘한 유통망과 냉장유통의 강점이 결합하면서 다른 식품기업들의 판매 요청이 쇄도했다. 현재 700여 종의 온라인 판매상품 중 80%인 560종은 hy가 아니라 타사 제품이다. 종합유통 전문기업으로의 도약을 결심하게 된 배경이다.
박종필/김보라 기자 jp@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