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년 된 한국야쿠르트, 이름까지 바꿨다

입력 2021-03-29 17:16   수정 2021-04-06 18:38

“52년간 쓴 한국야쿠르트 사명도 버린다.”

국내 발효유 시장 1위 기업인 한국야쿠르트가 1969년 창업 때부터 사용해온 회사 이름을 버리기로 했다. “더 이상 이름 안에 갇히지 않겠다”는 각오다. 냉장물류 전문기업이라는 미래를 향해 도전하겠다는 포부다.

“회사 이름에 안주하지 않겠다”
한국야쿠르트는 29일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사명을 ‘hy(에치와이)’로 변경한다고 밝혔다. hy 측은 “유통 전문기업으로 도약하는 것을 목표로 해 52년 만에 사명을 바꾸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름은 바이털사인(vital sign)에서 본떠 소문자 영문을 택했다. 회사 관계자는 “한국야쿠르트 이름에 갇히지 말고 새로운 사고로 신사업에 도전하자는 의지”라고 설명했다. ‘익숙함과의 이별’인 셈이다.

한국야쿠르트는 1971년 회사 첫 제품으로 ‘야쿠르트’를 선보인 국내 발효유 시장의 개척자다. 지난해에는 전체 매출 1조700억원 중 3000억원을 ‘헬리코박터 프로젝트 윌’이 차지했다. 야쿠르트 후속 제품이 끊임없이 나오면서 야쿠르트 매출은 870억원 규모로 줄어들었다. 내부에선 “야쿠르트보다 더 많은 매출을 올리는 제품이 출시되는데 회사명이 특정 제품명에 갇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경영진도 사명 변경을 고민했지만 국민 브랜드를 버리기가 쉽지 않았다.

이 회사는 위기 때마다 내부 변화를 꾀해왔다. 2010년대 초반 발효유 시장 규모가 줄면서 매출이 정체됐다. 야쿠르트, 윌, 쿠퍼스 등 간판 제품의 성장도 멈춰섰다. 대형 유통채널과 편의점이 늘어나면서 ‘야쿠르트 아줌마(프레시 매니저)’ 중심의 방문판매가 한계에 봉착하는 듯했다. 회사 내부에서 “변화가 더뎠던 방문판매 시스템부터 손봐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2014년 220L 대용량 냉장고를 단 탑승형 전동카트 ‘코코’를 선보이며 돌파구를 마련했다. 하루 한 번 충전하면 종일 영업이 가능해지면서 매출이 급격히 뛰었다. 가장 마지막에 물품을 소비자에게 가져다주는 단계인 ‘라스트 마일’은 더 촘촘해졌다.

유통능력 강화가 성장으로 이어지는 것을 확인한 회사 측은 자신감이 붙었다. 김병진 사장은 올 1월 “식품업은 e커머스(전자상거래), 정보기술(IT) 등 다른 산업군에 비해 성장폭이 크지 않다”며 “성장을 위해 다양한 사업을 발굴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명 변경을 포함한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한 것이다.
e커머스 편의점 ‘나와’
hy는 사명 변경과 함께 다음달부터 비대면 냉장배송을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와이파이와 인공지능(AI)을 적용해 무인 결제와 재고 관리까지 가능한 ‘코코 3.0’을 앞세워 비대면 배송 시장을 적극 공략할 계획이다.

hy는 이마트, 롯데쇼핑, GS리테일 등 쟁쟁한 유통업계 거인들의 틈새를 파고들겠다는 전략이다. 신선식품 전문 온라인몰인 ‘프레딧’을 통해 자신감도 얻었다. 2017년 문을 연 이후 지금까지 100만 명 넘는 회원을 확보했다. 온라인에서 주문하면 프레시 매니저가 집으로 배달해주는 ‘온·오프라인 통합 플랫폼’으로 자리잡았다. hy는 지난해부터 CJ제일제당, 동원, 풀무원 등 다른 식품기업 제품도 판매하고 있다. 전국 1만1000명이 활동 중인 프레시 매니저의 촘촘한 유통망과 냉장유통의 강점이 결합하면서 다른 식품기업들의 판매 요청이 쇄도했다. 현재 700여 종의 온라인 판매상품 중 80%인 560종은 hy가 아니라 타사 제품이다. 종합유통 전문기업으로의 도약을 결심하게 된 배경이다.

박종필/김보라 기자 j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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