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년에 자영업 벼랑끝…96%가 매출 반토막, 44%는 "폐업 고려"

입력 2021-03-29 17:20   수정 2021-03-30 01:22

“1년간 영업 한 번 제대로 못 하고 힘겹게 버텼습니다. 집을 팔아 연명하고 있지만 아직도 길이 안 보입니다.”

인천 등에서 돌잔치 전문점 세 곳을 운영하는 김창희 대표는 29일 이렇게 말하며 한숨을 쉬었다. 그는 “지난해 3월 말 코로나19가 국내에 본격 확산돼 예약이 줄줄이 취소되던 때를 떠올리면 아직도 아찔하다”고 했다. 그렇게 텅 빈 사업장을 끌어안고 꼬박 1년을 보냈다. 김 대표는 “임차료, 관리비를 못 내 명도소송을 당할 위기”라며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가늠이 안 돼 더 참담하다”고 했다.

코로나19 여파로 벼랑 끝에 내몰린 한계 자영업자가 하루가 다르게 늘고 있다. 김 대표를 비롯해 업종을 가리지 않고 전국 곳곳에서 자영업자의 절규가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 대응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해 코로나19가 불어닥치면서 자영업자의 부채가 1인당 평균 5000만원 이상 늘었다는 조사 결과를 이날 발표했다. 자영업자 1545명을 대상으로 한 ‘코로나 1년 자영업 실태조사’에서 81.4%(1257명)가 부채가 늘었다고 응답했다. 이들의 1인당 평균 부채 증가 규모는 5132만원으로 집계됐다.

전체 응답자의 95.6%(1477명)는 “코로나19 발생 전보다 매출이 감소했다”고 답했다. 매출 감소 비율은 평균 53.1%다. 응답자의 절반에 가까운 44.6%(689명)는 폐업을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비대위는 “이대로면 자영업 생태계 전반이 무너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자영업자의 위기는 채용 시장으로 번지고 있다. 비대위 조사에 따르면 점포당 평균 고용인원은 1년 새 4명에서 2.1명으로 줄었다. 서울 강남구에서 79.3㎡ 규모 호프집을 운영 중인 이창호 대표는 “임차료가 밀려서 계약기간이 남았는데도 폐업을 고민 중”이라며 “사업을 유지하기 어려워 종업원 3명을 내보내야 하는 처지”라고 했다. 김 대표 역시 “종업원뿐 아니라 프리랜서 사진작가, 떡집 업주 등 수십만 명이 생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자영업자의 현실을 고려해 정부 차원의 종합적인 ‘구제 방안’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배달영업을 할 수 없는 분야 자영업자의 어려움은 절망적 수준”이라는 호소도 나온다. 조지현 전국공간대여협회 대표는 “26.4㎡ 규모 한 파티룸의 지난달 매출은 84만원으로 쪼그라들었다”며 “1년 전 매출이 약 1600만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20분의 1 수준”이라고 말했다. 조 대표는 “월세를 내기 위해 결혼할 때 받았던 예물까지 팔았다는 업주도 많다”고 덧붙였다.

이날 서울시청 앞에선 음식점 등 주요 분야별 자영업자 대표 9명이 모여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로 1년여를 보낸 자영업자의 어려움을 들여다봐 달라”고 호소했다. 이들은 △자영업자 교육비·의료비·임차료 세액공제 △임시근로자(아르바이트)에 대한 4대 보험 분리 적용 등을 요구했다. 자영업자는 지난해 553만1000명이었다. 2019년(560만6000명)에 비해 7만5000여 명 줄었다.

정지은/김남영 기자 je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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