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창] 아날로그식으로 접근하는 日 디지털 마인드

입력 2021-03-29 17:43   수정 2021-03-30 00:05

일본 정부는 오는 9월 디지털청(廳)을 출범시키고 2024년도부터 초·중등학교에 디지털 교과서를 본격 도입할 예정이다. 다른 선진국에 비해 뒤떨어진 일본의 디지털화를 만회하겠다는 의도가 배어 있다. 일본은 왜 디지털화에서 뒤처지고 있는 것일까? ‘아날로그식 사고에 젖어 있는 사회’라는 점을 그 핵심 요인으로 들 수 있겠다. 정부, 민간 회사, 학교 교육 부문을 들어 일본 디지털 마인드의 현주소를 짚어보자.

우선, 관료적 사고가 드러나는 디지털청 설립을 보기로 하자. 디지털청 가동은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정권의 간판 공약이다. 그 주요 업무로 정부 시스템의 기본방침 책정, 클라우드 이행을 통한 지방 공통의 디지털 기반 구축, 민간 부문 디지털 지원, 사이버 시큐리티 실현을 들 수 있다(내각관방 IT종합전략실 자료). 나무랄 바 없는 업무로 보이지만 신속을 요하는 디지털화 추진에 발목을 잡는 기구가 될 공산이 크다. 민간 부문에 대한 디지털청의 종적 규제가 활발한 횡적 교류를 요하는 디지털화에 걸림돌로 가로놓일 여지가 커서다.

다음으로 민간 회사 부문의 정보통신기술(ICT)을 접하는 실상을 들여다보자. 일본은 오랜 기간 사람 손의 감촉을 거쳐 완성하는 제품에서 강점을 발휘해 왔다.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산업이 대표적인 분야다.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일본 애니메이션도 섬세한 수(手)작업에 기반을 둔 완성형 작품이다. 닫힌 공간에서 주어진 일에 몰두하는 데 익숙한 일본인들인지라 열린 사고로 불특정 다수와 정보를 공유하며 비약적으로 발전하는 ICT 분야에선 약점을 보인다. 일본적 사고로는 GAFA(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 같은 기업이 출현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마지막으로 학교 교육에서의 디지털화 추진 실태를 들춰보자. 주된 추진 내용은 초·중등학교에서의 디지털 교과서 도입과 한 명당 한 대꼴의 컴퓨터 단말 보급이다. 문부성 ‘유식자(有識者)회의’는 지난 17일 디지털 교과서 도입의 장점으로 동영상이나 음성을 병용함으로써 ‘넓고 깊게’ 배울 수 있다고 제언하고 있다. 문제는 일선 교원이 디지털 마인드와 동떨어져 있다는 점이다. 종이 매체가 습관화된 일본인지라 대다수 교원이 컴퓨터 화면을 이용한 교육에 강한 위화감을 갖고 있다.

요즘 일본에서 개방형 무료 통신 앱 라인(LINE)에 대한 압력이 불거지고 있다. 라인은 한국 네이버의 영향력 하에 있는 회사로, 전통 일본 기업과는 사고방식을 달리한다. 일본 총무성과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중국의 관련 회사 기술자 4명이 라인 이용자 개인정보를 열람한 사실관계를 보고하라는 강경한 입장이다. 라인 측은 “권한 있는 사람밖에 접속할 수 없고 부적절한 사안은 없었다”(니혼게이자이신문 3월 20일자)고 해명했지만 먹혀들지 않고 있다. 일본 내 디지털 회사들은 규제당국의 아날로그적 요구에 답답함을 느낄 것이다.

일본은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그는 식’의 디지털 접근이 이뤄지는 형국이다. 개인정보가 단 한 명이라도 새어나갈 수 있다는 것을 두려워해 디지털화 추진에 브레이크를 걸고 있다. 국경을 넘나드는 디지털 속성의 잠재력을 살리려 하기보다는 전기통신사업법·개인정보보호법으로 위축시킨다. 그렇다고 아날로그 감성을 무시하는 것도 바람직하지는 않다. ‘넓고 얕게’로 퍼지는 속성을 보이는 한국으로서 ‘좁고 깊게’로 다져진 일본의 전문가를 포용해 ‘넓고 깊게’를 도모함이 현명한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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