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29일 첫 TV 토론회에서 맞붙었다. 두 후보는 서로가 내건 부동산·재난지원금 등 공약의 현실성과 실효성을 놓고 팽팽한 설전을 벌였다. 박 후보는 오 후보의 서울 내곡동 땅 문제를 집중적으로 캐물었지만 오 후보는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박 후보는 또 내곡동 땅과 관련, 오 후보를 향해 “대가로 36억5000만원을 보상받았는데 추가로 받은 게 있느냐”고 물었다. 오 후보가 “장인·장모가 받아서 모른다”고 답하자 박 후보는 “또 말을 바꿨다”고 공격했다. 오 후보는 이에 “처갓집 재산을 제가 어떻게 아느냐”고 항변했다. 그는 “이 사건의 초점은 조상에게서 물려받은 땅이었다는 것”이라며 “LH(한국토지주택공사) 사태처럼 보상받으려고 땅을 산 게 아니다”고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오 후보는 박 후보의 ‘1인당 재난지원금 10만원 지급’ 공약과 관련해 “1조원이 소요되는데 재원을 마련할 자신이 있느냐”고 물었다. 박 후보는 “서울시에 결산잉여금 1조3500억원이 남게 된다”며 “그중 1조원을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소비 진작을 통한 경제살리기 돈으로 쓸 것”이라고 답했다. 오 후보는 “박 후보 공약은 대표적인 것 10개만 뽑아도 ‘반값 아파트’ 6조원 등 연간 15조원이 들어간다”고 지적했다.
박 후보는 이날 유세에서 중소기업 장기 재직 근로자를 위한 주택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길음역사거리에서 진행한 선거 유세에서 “현재 주택 특별공급 중 기관 추천 유형으로 배정되는 중소기업 근로자 물량 2%를 5%로 확대하겠다”며 “제도가 잘 정착되면 10%까지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여론조사에서 열세인 상황을 뒤집어야 하는 민주당은 오 후보의 ‘내곡동 셀프보상’ 특혜 의혹을 연일 강조하고 있다. 김태년 민주당 대표 직무대행은 이날 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오 후보의 거짓말 스무고개가 바닥나고 있다. 2005년 6월 내곡동 땅 측량 당시 국토정보공사 측량팀장이 오 후보가 현장에 있었다고 증언했다”고 공세를 펼쳤다.
이낙연 상임선대위원장은 “온 국민이 부동산에 분노하는 마당에 시장이 된다는 분이 해명되지 못하는 부동산 의혹을 안고 있다는 것은 엄정한 심판을 할 수밖에 없는 문제”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이 최근 LH 사태 등으로 돌아선 민심을 되돌리기 위해 오 후보의 부동산 특혜 의혹에 화력을 쏟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본격적으로 ‘집토끼’를 결집시키며 표 단속 절차에 들어갔다. 이번 선거에서 ‘정권심판론’이 부각되며 2030세대가 오 후보를 지지하는 경향이 나타나자 사전투표를 독려하면서 투표율을 끌어올린다는 전략을 세웠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선대위 회의에서 “사전투표도 본투표와 마찬가지(로 중요하다)”라며 “유권자가 적극적으로 투표에 참여해 정권심판에 앞장서줄 것을 간곡히 호소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주 원내대표 등 회의 참석자들은 투표 참여를 독려하는 의미에서 ‘2번에 사전투표’ ‘투표하면 바뀝니다’ 등의 문구가 적힌 마스크를 착용하기도 했다.
이날 오 후보는 TV 토론 준비로 현장 유세에 나서지 않았다. 대신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국민의힘 지도부와 함께 서울 여의도에서 유세를 했다. 안 대표는 “이번 정권을 잘 표현하는 단어 두 가지는 바로 무능과 위선”이라며 “심판하려면 기호 2번 오세훈 후보를 찍어주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