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재개발 16곳 발표 와중에…"LH 시행하면 분담금 준다"

입력 2021-03-30 09:52   수정 2021-03-30 09:59

정부가 지난 29일 저녁 10시30분께 공공재개발 시범사업의 2차 후보지 16곳을 발표했다. 지난해 발표한 5·6대책에 따른 공공재개발 사업지다. 이로써 지난 1월 발표된 8곳과 함께 총 24곳이 공공재개발을 추진하게 됐다.

이번 후보지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추진하는 2·4대책에 의한 ‘3080+ 정비사업(공공시행 재개발)’과는 다르다. 정부는 이번에 심사가 보류된 사업지에 대해 공공시행 재개발을 적극적으로 권할 예정이다. 문제는 정부가 이번 발표에 '공공재개발과 3080+재개발의 비교표'까지 첨부해 공공시행 재개발의 장점을 서술했다는 데 있다. 공공시행 재개발을 이끄는 대표적인 공공기관은 LH다. LH는 임직원의 투기의혹 사태로 신뢰를 잃은데다 조직축소 등이 예고된 터다.

상대적으로 공공시행 재개발의 장점을 넣다보니 이번에 발표된 공공재개발 사업지는 불리하다는 뉘앙스처럼 읽히기도 한다. 이번에 공공재개발 후보지로 선정된 사업지의 한 조합원은 "뽑혀서 우리 구역 단체톡에서는 한밤중에 서로 축하해주는 분위기였는데, 자료를 다시 보니 공공시행 재개발이 낫다는 내용이라 어리둥절하다"며 "이제는 좋아해야 하는 건지 어떤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작년 5·6대책에 따른…공공재개발 2차 후보지
국토교통부와 서울특별시가 발표한 16곳은 노원구 상계3, 강동구 천호A1-1, 동작구 본동, 성동구 금호23, 종로구 숭인동 1169, 양천구 신월7동-2, 서대문구 홍은1·충정로1·연희동 721-6, 송파구 거여새마을, 동대문구 전농9, 중랑구 중화122, 성북구 성북1·장위8·장위9, 영등포구 신길1 등이다.

이번에 선정된 16곳은 오늘(30일)부터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됐다. 공모공고 시 분양받을 권리 산정 기준일은 2020년 9월21일로 고시했다. 이날 이후 필지 분할 등은 지분 쪼개기로 취득한 지분에 대해서는 조합원 분양권을 인정하지 않을 방침이다.

이들 후보지는 과거 정비에 착수했으나 사업성 부족이나 주민 간 갈등으로 장기 정체됐던 곳이다. 공공재개발을 통해 새롭게 개선에 나선다. 공공재개발은 법정 상한 용적률의 120%까지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대신 늘어나는 용적률의 20~50%는 공공임대주택 등으로 기부채납받는 사업 방식이다. 기부채납된 주택은 공공임대, 공공지원민간임대 등은 주거지원계층(청년·신혼·고령자)에 공급된다.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지 않고 인허가 절차 간소화와 사업비 지원 및 이주비 융자 등 각종 공적 지원이 제공된다.

이번 후보지는 지난해 국토부·서울시 합동 공공재개발 후보지 공모에 참여한 70곳 중에서 뽑았다. 재개발사업을 시작하려는 노후주거지 56곳 가운데 자치구가 최종 추천한 28곳을 대상으로 했다. 후보지로 발표된 16곳을 제외하고 심사에서 탈락한 곳은 12곳이다. 이 중 한남1지구를 포함한 4곳(고덕2-1, 고덕2-2, 한남1, 성북4)은 주민반대에 따라 제외됐고 나머지 8곳(도림26-21, 신길16, 신길밤동산, 번동148, 용두3, 대흥5, 아현1, 하왕십리)은 재논의를 위해 보류 결정됐다.

국토부 관계자는 "후보지들은 주로 역세권이나 5만㎡ 이상 대규모 노후주거지로서 약 2만가구의 주택이 공급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공재개발을 하지 않았을 때보나 1만 가구 정도가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그만큼 서울에 공급이 늘어난다는 얘기다.

LH와 SH는 오는 5~6월 후보지 주민을 대상으로 현장 설명회를 열어 정비계획과 사업성 분석 결과를 설명하고 주민의견을 수렴하게 된다. 이후 자치구와 연내 정비계획 수립절차 착수를 목표로 사업을 준비해나갈 계획이다. 서울시는 주민 의견을 상시 수렴하고, 주민 갈등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후보지에 ‘정비사업 코디네이터’를 파견해 주민과 수시로 소통한다는 방침이다. 정비구역 및 시행자 지정은 내년 예정이다.

정부는 지난 1월15일 동작구 흑석2, 영등포구 양평13·14, 동대문구 용두1-6·신설1, 관악구 봉천13, 종로구 신문로2-12, 강북구 강북5 등 공공재개발 1차 시범사업 후보지 8곳을 선정해 발표한 바 있다. 이들 지역에 대해서는 연내 공공시행자 지정 및 정비계획 수립을 목표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상계3, 장위 8·9, 금호23, 신길1 등 선정
이번에 후보지로 선정된 지역에서 대표적인 사례는 성북구 장위 8구역이다. 면적이 11만6402㎡로 소유자가 1240명으로 공공재개발을 통해 2387가구가 건립될 예정이다. 2006년 장위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됐던 장위 8구역은 2010년 조합을 설립하는 등 정비사업을 추진했다. 하지만 사업성 부족으로 사업에 대한 주민 간 이견이 발생하며 2017년에 구역 지정이 해제됐다. 현재 2종 주거인 해당지에서 용도지역 상향 등 도시규제 완화를 통해 사업성을 개선할 예정이다. 사업이 완료되면 대규모 주택공급과 함께 장위촉진지구 내 도로확장을 통한 교통환경 개선이 기대된다.

성동구 금호23 재개발구역(3만706㎡)은 소유자가 327명이지만 공공재개발을 통해 총 948가구가 지어진다. 2010년 정비구역으로 지정됐고 다음해 추진위도 설립됐지만, 2013년 주민 50% 동의로 정비구역이 해제됐다. 현재 2종 주거지로 용도지역 상향 등 도시규제 완화를 통해 사업성을 개선하게 된다. 사업이 완료되면 서울 도심과 강남 진출입이 용이한 역세권에 양질의 주택을 공급할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영등포구 신길1 재개발구역은 5만9379㎡에서 재개발을 통해 1510가구를 새로 짓게 된다. 신길1은 주민 동의로 2017년 재정비촉진구역 지정이 해제됐으나 구역 내 노후동수가 전체의 90% 수준으로 주거환경이 열악해진 상태다. 주민 과반의 동의로 공공재개발 공모에 응모했다. 영등포역 일대에 대규모 주택공급은 물론 신길촉진계획에 따른 완성도 높은 개발이 가능할 전망이다.

송파구 거여새마을 구역은 6만3995㎡에 달하는 면적에 1329가구의 주택이 들어서게 된다. 거여새마을은 2011년 거여·마천재정비촉진지구에 편입된 다세대 밀집지역으로, 구릉지에 위치한 탓에 용적률 상한이 낮고 사업성이 부족해 그간 개발이 진행되지 못했다. 공공재개발으로 용도지역 상향 등을 통해 사업성을 개선할 수 있을 전망이다. 사업이 완료되면 거여·마천재정비촉진지구와 위례신도시가 연계돼 정주여건이 개선될 전망이다.
공공재개발 발표하는 와중에…"공공시행 재개발이 낫다" 분석자료

정부는 이번 공공재개발 후보지를 발표하면서 ‘3080+ 정비사업(공공시행 재개발)’에 대한 장점을 적극적으로 어필했다. 특히 심사에서 보류된 지역은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공공재개발 보다 LH·SH가 시행하는 정비사업은 임대주택이 적고 기부채납 부담이 적다는 점을 들어 장점으로 설명했다.

국토부는 "공공재개발에서의 용적률 완화만으로는 사업을 정상화할 수 있는 수준의 사업성 개선이 어려운 사업장은 3080+ 정비사업 추진을 적극 권장할 계획"이라며 "정비기반시설과 공공임대 기부채납 부담이 낮다"고 설명했다. 공공시행자는 특례를 통해 개선된 사업성을 바탕으로 토지등소유자에게 민간 정비사업보다 높은 수준의 수익률을 보장한다는 취지에서다.

심지어 사업장을 예로 들어가면서도 설명했다. A구역을 공공재개발과 공공시행 재개발로 추진했을 경우의 사업성을 각각 비교했다. 결과는 공공시행 재개발의 승(勝)이다. 임대주택도 625가구에서 438가구로 줄어들도 기부채납도 없는데다 분담금도 4000만원 이상 줄기 때문이다. 다른 예에서도 마찬가지로 부담금이 5000만원 이상 감소한다며 LH·SH가 시행하는 공공시행 재개발이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구역 내 소유자가 매우 많아 일반분양분이 매우 적은 경우, 공공시행 재개발을 통해 임대분을 줄이고 분양분을 늘려 사업성을 개선할 수 있다. 또 기반시설이 상당히 갖추어져(토지면적의 15% 이상) 추가시설이 불필요한 경우, 공공시행 재개발을 통해 추가 기부채납 없이 종상향 및 용적률을 완화해 사업성을 개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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